할애비와 손주
유옹 송창재
늘어지게 코 골던 혹부리 할배는
소매통이 무거워 괴침을 풀었다.
할멈 성화에 외밭 본다 나왔지만
한 주전자 들고 나온 농주마저 바닥 나
할 일 없이 먼 산 보다 눈두덩만 무겁다.
콧소리 드렁거려 잠 잔다 소문내니
잘 익은 개구리참외
단내에 눈독들여
오며가며 호시탐탐 고양이된 녀석들이
영감 콧노래에 신이 나서 뒤졌다.
그 귀한 개구리참외
코에 킁킁 냄새 맡아
단내 나는 외만 찾아
괴침에다 두어개
봉창에다 두어개
고양이 세마리 온 밭을 더듬는다.
농주 주전자에 콧노래만 부르던
오줌누던 영감이 고양이떼 봤지만
눈 어두워 훠이훠이 말로만 쫓아도
꼼짝않는 놈들 중에
작은 손자 있을 줄이야.
어차피 새끼들 먹일거
귀한 햇참외
먼저 먹으면 어떠리.
첫댓글 항상 장겨운 글마음에
깊이 와닿습니다. 감사합니다.
띄워쓰기가 잘못 눌러서
죄송합니다. ‘글’을 붙여 썼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