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속 물주머니" 낭종 놔둬도 될까, 치료받아야 할까?
정심교 기자
건강검진 결과지에서 '낭종'(물혹)이 발견됐다는 내용을 보고 덜컥 겁부터 내는 사람이 적잖다. 혹시라도 암과 관련 있을까 봐서다. 다행히 낭종 대부분은 증상이 없고, 암으로 이어지지 않는다. 별다른 치료가 필요하지 않다. 그렇다고 해서 마냥 안심하기엔 이르다. 낭종의 크기나 내용물에 따라 추적해야 할 수도, 당장 치료받아야 할 수도 있어서다. 주요 부위별 낭종의 특징과 대처법을 짚어본다.
"몸속 물주머니" 낭종 놔둬도 될까, 치료받아야 할까?© MoneyTod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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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소낭종, 5㎝ 넘으면 꼬여 응급수술할 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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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소는 자궁 옆에 있는 엄지손가락만 한 기관으로, 여성에게 필요한 여러 가지 호르몬을 분비한다. 이곳에 생긴 물혹이 난소낭종이다. 난소낭종은 임신·출산 여부와 관련 없이 청소년부터 중장년층 여성까지 전 연령대 여성에게 생길 수 있다. 난소와 자궁에서 생기는 물혹 대부분은 저절로 생겼다가 사라진다. 극히 드문 경우에만 치료가 필요하다. 난소낭종은 종류가 다양하다.
생리 주기와 관련 있는 출혈성·기능성 낭종, 왜 생기는지 원인을 모르는 기형종과 점액성 낭종, 생리혈 일부가 배출되지 않고 나팔관을 통해 복강 내로 역류하면서 생리혈 일부가 난소에 붙어 형성된 자궁내막종 등이 있다. 기능성 낭종은 일시적으로 생겼다 사라지므로 수술하지 않아도 된다.
기형종, 자궁내막종, 점액성 낭종 등은 전문의와 상의해 수술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 기형종의 경우 암으로 진행할 가능성은 매우 낮지만 크기가 5㎝ 이상이면 뱃속에서 꼬여 통증을 유발해 응급수술을 해야 할 수 있으므로 수술적 치료를 고려할 수 있다. 자궁내막종을 방치하면 만성 골반통과 난임을 유발할 수 있어 수술적 치료가 권장된다.
단, 자궁내막종은 수술로 제거해도 호르몬 영향으로 다시 자랄 수 있으므로 수술 후 약물 치료를 진행해 재발을 막아야 한다. 난소는 골반 깊숙이 있어 낭종이 무엇인지 확인하기 위한 조직검사가 힘들다. 또 조직검사로 자칫 물혹을 터뜨릴 수 있어 질 초음파, 복부 초음파, 피검사를 실시하고 경우에 따라 CT나 MRI 검사를 통해 물혹의 위험도를 평가한다. 그중 질 초음파는 복부 초음파나 CT보다 난소낭종을 더 정확하게 찾아낼 수 있어 가장 선호된다. 이런 검사로 수술의 필요성 여부를 예측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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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낭종, 15㎝ 이상 커지면 소화기 누를 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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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연령대에서 발생할 수 있는 간 내 단순 물혹이다. 전 인구의 1~5%에서 생기며, 유전적 요인이 아닌 돌연변이로 생긴다. 간낭종의 대부분은 '단순 낭종'이므로 치료하지 않아도 된다. 암과도 상관없다. 단, 치료가 필요한 경우는 크게 세 가지로 나뉜다.
첫째는 간낭종이 매우 커져 어딘가를 누를 때다. 간낭종은 대부분 증상이 없지만 크기가 클수록 오른쪽 윗배가 아프거나 복부 팽만감을 호소할 수 있다. 15㎝ 이상 커지면 낭종이 몸속 다른 기관을 눌러 불편감을 유발할 수 있다. 예컨대 간 왼쪽에 낭종이 있으면 위나 소화기관을 누르게 돼 소화가 잘 안되거나 등 통증을 유발할 수 있다. 이럴 땐 낭종의 물을 빼는 '배액술', 낭종 벽끼리 붙여 더 커지지 못하게 하는 '경화술'을 시행하기도 한다.
둘째는 낭종 속에 맑고 깨끗한 물이 아닌 끈적끈적한 액체가 들어있을 때다. 이를 점액성 낭종이라 한다. 점액성 낭종은 단순 낭종과 달리 장기적으로 암이 될 확률이 미미하게나마 있다.
셋째는 다발성 간낭종이다. 간낭종이 수십 개에 달하는 경우인데, 이들 간낭종이 동시다발적으로 커지면 정상 간의 기능이 떨어지고, 간이 전체적으로 커지면서 소화 기능이 떨어지고 복부 팽만감을 동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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췌장낭종, 점액성이면 악성화 여부 따져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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췌장은 몸속 위 뒤에 위치한 길쭉하고 평평한 장기다. 췌장은 하루에 1.5~2L의 소화효소를 만들어내 음식물 소화를 돕는다. 또 인슐린·글루카곤 같은 호르몬을 분비해 혈당을 조절한다. 이곳에 생기는 물혹인 췌장낭종은 복부초음파, CT·MRI 검사에서 우연히 발견되는 경우가 많다. 췌장낭종은 췌장의 막 안에 맑은 액체가 고인 혹으로, 처음부터 딱딱한 고체 성분으로 자란 췌장암과 성분부터 다르다. 따라서 췌장낭종이 췌장암으로 진행하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
하지만 췌장낭종이 발견되면 이것이 '장액성'인지 '점액성'인지는 구분하는 게 좋다. 장액성 낭종은 물처럼 투명한 액체의 내용물이 든 물혹이다. 반면 불투명하고 끈적끈적한 액체가 들어있다면 점액성 낭종에 해당한다. 맑은 물의 장액성 낭종이 암으로 이어지는 경우는 거의 없다. 하지만 점액성 낭종이 커지면 일부는 암으로 진행할 수도 있다. 내용물을 정확하게 판단하려면 내시경 초음파검사를 시행해야 한다. 이 검사는 초음파 장비가 달린 내시경을 이용해 췌장 근처의 위장에서 낭종에 바늘을 찔러 내용물을 빼낸 다음 추출한 내용물을 검사하는 방식이다.
내시경 초음파 검사는 병변이 점액성으로 추정되면서 악성화할 위험이 높아 수술적 치료를 결정하기 전 확진을 위해 시행한다. 췌장낭종이 발견되면 6개월 간격으로 2년간 추적검사해 크기와 내용물의 변화 여부를 비교 관찰한 뒤 큰 차이가 없다면 1년에 한 번씩 정기적으로 검사하면 된다. 정기 검사와 병행하는 종양표지자 검사에서 CA19-9 수치가 올랐거나 췌장낭종 크기가 갑자기 커졌고, 낭종 안에 딱딱한 결절이 의심되면 1~3개월 후 추가 검사해 수술 여부를 결정할 수 있다.
도움말=이인하·이재훈 강남세브란스병원 산부인과 교수, 이규택 삼성서울병원 소화기내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