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학교 재경 동문회 가을 체육대회를 잘 마쳤다.
오전엔 태풍의 영향으로 비가 많이 내렸지만 실내에서 각 동네별로 펼쳤던 장기자랑은
그 나름대로 무척 유쾌하고 즐거웠다.
배꼽이 빠지는 줄 알았다.
중학교 1회부터 14회까지 총 93명이 참가했다.
비가 내리지 않는 날이면 평균적으로 120-130명 정도 참가했었다.
동문회 가을행사를 잘 치르고 정리한 뒤 모든 비용까지 결제했다.
산더미 같았던 상품들도 추첨을 통해 하나 하나 나눠주었다.
모두가 행복해 하는 모습을 보면서 행사를 주관했던 한 사람으로서
몹시도 뿌듯하고 행복했다.
차를 몰아 '석모도'로 갔다.
김포를 지나는데 금세 어둠이 내렸다.
8시 넘어 펜션에 도착했다.
맛있는 음식을 먹으며 동료들과 밤 늦게까지 담소를 나눴다.
편안하고 즐거운 시간이었다.
행사도 많고 세세하게 챙겨야 하는 일들이 결코 쉽지만은 않았다.
늘 그했다.
하지만 누군가가 밥을 짓고, 밥상을 차려 다함께 식사할 수 있다면
그 자체만으로도 행복하고 감사한 일이라고 생각했다.
지금까지 그런 생각으로 살았다.
대화 중간에 동료들에게 양해를 구하고 씻고 잤다.
일도 많았고 피곤했다.
'석모도' 숲속 펜션에서 하룻밤을 쉬고 이른 새벽에 기침했다.
자동이었다.
단 일 분도 지체하지 않고 운동복으로 갈아입고 나왔다.
석모도에서 찬란한 일출과 조우했다.
강화도 너머 동녘으로부터 장엄한 해돋이가 펼쳐지기 시작했다.
한 삼십여 분 정도 한 곳에서 꼼짝도 하지 않은 채
일출의 감동을 지켜보았다.
강화도, 석모도, 볼음도, 김포반도는
군대시절의 저릿한 추억들이 알알이 박혀 있는 곳이라 남다른 감흥에 젖기도 했다.
아침 트레킹과 운동을 마치고 들어왔다.
그때까지 절반 정도의 사람들은 여전히 꿈나라 여행 중이었다.
후후.
편안해 보였고 좋아 보였다.
석모도의 해맑은 아침은 그렇게 시작되고 있었다.
군대시절에 취사병이었다는 한 명과 요리가 취미라는 한 명, 이렇게 두 명은 주방에서,
관악산 자락에 살다보니 늘 관악산만 다닌다는 한 사람은 방바닥에서 자신의 코펠과 버너를 가지고,
각각 분담하여 맡은 식재료들로 뭔가를 열심히 만들고 있었다.
특급 호텔 식사보다 훨씬 맛있고 푸짐한 조찬이었다.
특히 게찌개와 코펠 위에서 바로 요리한 계란 프라이가 압권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