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제의 구두
손택수
그가 처음 집에 인사 왔던 날을 기억합니다 그때 그는 세상에서 가장 눈부신 구두였습니다 이제 막 구두가게를 걸어나온 것 같은 구두코가 우리 집 강아지의 젖은 코처럼 까뭇이 반짝였습니다 누이동생의 팔짱을 끼고 환하게 쏟아져 내리는 박수갈채 폭죽 속으로 당당하게 행진해가던 구두, 오늘 신발장 앞에서 제 구두를 닦다 보았습니다 한쪽에 초라하게 낡은 한 켤레 몇 년 만에 만난 그는 상할 대로 상해 알아볼 수조차 없었습니다 뒷굽은 닳을 대로 닳았고 반짝이던 코는 무참히 깨어져 있었습니다 나는 그날 식장을 나선 한 켤레의 구두가 걸어왔을 길을 아득히 헤아리면서 상처투성이 깨어진 코에 약을 발랐습니다. 직장을 그만 둔 뒤론 나만 보면 무슨 죄라도 진 듯 슬슬 뒷걸음치던 것 같던 구두 호호 입김을 불어 가며 솔질을 하였습니다
_손택수 시집 『목련 전차』
_손택수 시인
[한국일보] 신춘문예로 작품활동을 시작했다. 시집 《호랑이 발자국》 《목련 전차》 《나무의 수사학》 《떠도는 먼지들이 빛난다》 《붉은빛이 여전합니까》 《어떤 슬픔은 함께할 수 없다》》 《눈물이 움직인다》등이 있다 2002년 제2회 부산작가상, 2003년 제9회 현대시동인상, 2004년 제22회 신동엽창작상, 2005년 제2회 육사시문학상 신인상, 동년 제3회 애지문학상, 2007년 제14회 이수문학상, 2011년 제3회 임화문학상, 2013년 제13회 노작문학상 등을 수상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