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덕후인 나는 드라마를 정말 보지 않는다. 봐도 유튜브에 떠다니는 요약본을 종종 보곤 하지 본방송까지 챙겨본 드라마는 정말 몇 없다. 그런 나를 본방송까지 이끈 드라마는 ‘지금 거신 드라마’이다. 이 드라마도 유튜브에 돌아다니는 요약본을 먼저 접했는데, 몇 시간을 그 영상에 붙들려 있었다. 주연은 유연석과 채수빈 배우인데, 사실 내용보다 유연석 배우의 연기와 얼굴에 더 집중했던 것 같다.
채수빈 배우가 맡은 홍희주 역은 언어장애를 가지고 있어서 말을 하지 못한다. 홍희주가 가진 장애는 ‘실어증’이라는 장애인데 찾아보니까 뇌의 손상으로 인한 언어장애라고 한다. 언제부터 언어장애가 있었는지는 아직 내용에 나오지 않았다. 아무튼, 그녀의 남편은 유연석 배우가 맡은 백사언이다. 사실 둘은 쇼윈도 부부였다. 홍희주는 그저 원래 신부인 자신의 언니를 대신 결혼하게 된 것이었다. 백사언은 대통령 대변인이었고, 대통령 후보인 아버지의 아들이었기에 약점 하나 드러나서는 안 됐기에, 숨기고 또 숨기고 또 숨겼다. 그 속에서 홍희주는 말도 못 하니, 얼마나 답답했을까. 억지로 한, 각자의 집안을 위해 한 결혼이었기 때문에 서로에 대해 감정이 생길 이유도 없었고, 생겨도 아무 유익이 없었다. 그런 상황에서 홍희주를 죽이겠다는 협박 전화가 백사언에게 걸려 오고, 그때부터 이야기가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드라마 내용은 여기까지 설명하고, 처음 이 드라마를 봤을 때 수화로 대화하는 홍희주를 보았다. 사실 이런 생각이 들면 안 되겠지만, 수화가 참 답답하게 느껴졌다. 화가 나도, 슬퍼도, 기뻐도, 수화를 모르는 백사언에게 그것을 표현하려면 노트를 꺼내서 적어야 했고, 폰을 꺼내서 타자를 쳐야 했다. 보면서 얼마나 답답했는지, 이 배역을 맡은 채수빈 배우가 정말 대단하다고 느껴졌다.
소통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은 ‘말’이다. 이미 뱉은 말은 주워 담을 수 없다는 말이 있듯이, 그만큼 말이 중요하다. 말로 인해 표현하는데, 이 말이 없다면 사실 소통이 어렵다. 사실 드라마를 보다 보면 백사언도 채수빈을 짝사랑하고 있었다는 걸 알게 되는데, 소통이 끊기다 보니 그 마음을 표현하기까지 여러 회차가 지났다. 그만큼 말이 우리의 생활에서 정말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이 말은 신중해야 한다. 누군가에게는 이 말로 인해 행복을 줄 수 있고, 누군가에게는 슬픔을 줄 수 있다. 말 하나로 어쩌면 인간관계가 좌지우지되는 것 같기도 하다. 사실 요즘은 이 말이 무기가 되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누군가를 공격하기 위해, 나를 방어하기 위한 도구로. 내가 생각하는 말의 목적은 스스로 생각을 표현하고 전달하기 위함인데, 요즘은 그런 방향과는 다르게 말이 사용되고 있다. 그런 부분에서 누군가는 큰 아픔을 겪기도 하고, 크게는 죽음을 선택하곤 한다. 정말 이런 소식을 들을 때마다 마음이 아프다.
내가 즐겨본 예능 중 런닝맨이라는 예능에서 전소민이라는 배우가 있었는데, 고정 출연이었지만 해외에서부터 쏟아진 악플로 결국 하차하게 된다. 그런 모습을 보며 참 마음이 안타까웠는데, 요즘은 일이 없어서 카페 아르바이트까지 하고 있다는 소식을 들었다.
말이 주는 영향은 정말 크다. 매일 사용하고, 함께 사용하며, 감정 또한 드러나기에 그런 것 같다. 우리 사회가 이 말에 대해서 깊이 고민해 보았으면 좋겠다. 여기 있는 우리만이라도 말에 대해서 신중함을 가졌으면 좋겠다. 남을 공격하려고 말을 사용하는 것이 아니라, 진정한 ‘소통’을 위한 수단으로 말을 사용했으면 좋겠다.
드라마를 어제도 열심히 봤다. 어제 7화까지 방영을 했는데, 드디어 홍희주가 말을 하기 시작했다. 소통을 하니 서로를 향한 긍정적인 마음도 점점 싹트고 있고 갈등의 상황을 좋아하는 나로서는 흥미가 조금 떨어지긴 했다. 그러나 이것을 통해 소통이 얼마나 중요한지 다시 되새겨 본다. 우리의 소통이, 서로의 마음을 잘 표현하고 서로에게 좋은 영향을 끼치길 원한다. 우리의 말이 조금 더 신중해져서 고통와 아픔과 죽음이 아닌, 사랑과 희망과 행복을 줄 수 있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