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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지럼 타는 자물쇠 외 4편
친구와 다툰 내 입이 자물쇠가 되어 찰칵 잠겼다
밥 먹으라는 엄마 말씀에도 말 좀 하라는 아빠 말씀에도 꿈쩍 않더니
짓궂은 친구의 간지럼에 철커덕 열렸다
거미집
하늘이 그물에 걸렸네
지나가는 바람이 툭, 툭 건드릴 때마다 하얀 파도가 출렁이잖아
비가 내리면 우르르 고기들이 몰려들지도 몰라
곰팡이
나는 벽지나라 광개토대왕
여기도 내 땅
저기도 내 땅
비오는 날엔 삼국통일 해야지
새 벽지가 발라져도 나는 다시 건국할거야
이상한 닭
우리집 암탉은
달걀도 낳고 계란도 낳아요 하루에 한 개씩 꼬옥, 한 개씩
가로등
초저녁이 되면 환하게 불을 켜 놓고
날벌레 친구들을 불러 모은다
무슨 할 이야기가 그리 많은지
밤새도록 -속닥속닥
새벽까지 -웅성웅성
▪동시 당선소감
날아오르다
어린 시절의 경험은 평생 간다는 말이 있습니다. 어느 부모님이나 다를 바 없지만, 저희 부모님 역시 제 어릴 적 기억으로는 현실과 타협하면서 아등바등 사시면서도, 칠남매 뒷바라지에 여념이 없으셨습니다. 당신들 미래보다는 자식의 앞날이 먼저였고, 오늘이 마지막인 것처럼 하루하루를 묵묵히 열심히 살아내셨지요. 아버지가 돌아가신 후, 작년 봄 어머니마저 세상을 등지는 바람에, 감당하기에도 너무 큰 시련이 가슴을 짓눌렀습니다. 동시는 그런 나를 위로해 주었고, 용기를 주었고, 희망을 안겨주었습니다. 검은 그림자가 걷힘과 동시에 잠들어 있던 세포가 살아나는 느낌이었습니다. 드디어 ‘나를 위한 삶’ 을 만났다고 생각했습니다. 발상이 스쳐가는 순간은 마당에서 우연히 봤던 별똥별처럼 신선한 충격이었습니다. 눈에 들어오는 사물 하나하나가 말을 걸어오는 듯했고, 몸속에 들어오는 순간 동시가 되었습니다. 한계에 부딪칠 때마다 저에게 큰 힘이 되는 글이 있습니다. “내가 어디까지 왔는지 아는 것은 넘어지는 순간이며 내가 어디까지 갈 수 있는지 아는 것은 일어나는 순간이다” 가야 할 길이 멀고 험난할 거라 짐작은 되지만, 철없던 어린 시절, 빨리 어른이 되고 싶어 하던 꿈 많은 소녀의 마음으로 돌아가, 쑥쑥 자라나겠습니다. 축 처진 어깨에 날개를 달아주신 《시와소금》심사위원 선생님들께 머리 숙여 진심으로 감사를 드립니다. 앞에서 이끌어주시고 격려와 용기를 북돋워 주신 여러 문우들께도 진심으로 감사합니다. 생전에 글로 기쁜 소식 전하지 못한 못난 막내딸이지만, 그래도 잘했다며 기뻐해 주실 부모님께 달려가 꼭 안아드리며 늦었지만, 사랑했다는 말도 함께 전하고 싶습니다. 늘 비상을 꿈꾸며 지금보다 더 높이, 더 멀리 날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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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와소금 상반기 신인상 공모 종합 심사평
시적 형상화와 미적 구조에 대하여
최종을 맡은 심사위원은 다섯이었다. 최종심 작품들을 전자메일로 받고 오래 작품을 살펴본 후 심사기준에 따라 점수를 매기고 가장 좋은 점수를 받은 작품을 당선작으로 정하도록 결정하였다.
그 결과, 최종심에 오른 시 작품들은 <옹이구멍> 외 20편, <목에 대하여> 외 9편, <매화마을에 매화는 없다> 외 16편, <종의 기원> 외 9편, <실업수당 받으러 가는 길> 외 9편, <구름요양원> 외 9편, <대관령이 내게로 왔다> 외 9편 등 일곱 분의 86편이었다.
시조 부문에서는 1편도 최종심에 올리지 못하였다. 저마다 나름대로의 작품을 만들어내려고 노력하고는 있었으나 시조의 기본 음보와 정형에서 많이 벗어나 있었다. 특히 <분재> 외 9편을 응모한 분은 시적 진술은 충분히 소화하고 있었으나 마지막 종장 처리에서 시조의 기본을 놓치고 있어서 아쉬웠다.
동시 부문에서 최종심에 오른 작품은 <동그라미> 외 9편, <일주도로> 외 9편, <바람> 외 9편, <간지럼 타는 자물쇠> 외 14편이었다. 먼저 동시 부문에서 너무 낡고 이미 익숙한 표현으로 <동그라미> 외 9편이, 한글맞춤법과 어른들도 잘 알아듣지 못하는 어려운 낱말을 구사한 <일주도로> 외 9편이, 진술의 필연성 결여와 추상적인 표현의 남발로 <바람> 외 9편이 당선에서 밀려나고 말았다. <간지럼 타는 자물쇠> 외 14편을 응모한 김혜태는 <간지럼 타는 자물쇠>와 <거미집> 등은 아이의 눈높이에 맞춘 좋은 작품이었으나 다른 응모작품의 편차가 있어 오래 망설였으나 장차 좋은 동시를 쓸 수 있으리라는 가능을 보고 격려차원에서 당선작으로 선하였다.
시 부문에서는 최종심에 오른 작품들을 오랜 날을 두고 살펴본 결과, <옹이구멍> 외 20편을 응모한 분은 세련되지 못하고 지나치게 비약적인 표현의 남발로, <매화마을에 매화는 없다> 외 16편을 응모한 분은 시에 있어서의 가장 중요한 이성과 감성의 조화로움을 놓치고 지나친 감성으로 감춤과 절제의 미학을 간과한 결과로, <종의 기원> 외 9편을 응모한 분은 삶의 궤적은 그대로 따라가는 시적 형상의 결여로, <실업수당 받으러 가는 길> 외 9편을 응모한 분은 작가가 설정해놓고 존재하게 하는 일정한 삶의 법칙과 패턴이 너무 익숙하여 현실에 지나치게 안주하는 탓으로 시적 형상화가 미숙하다는 점에서 가장 먼저 떨어져 나갈 수밖에 없었다.
끝까지 남은 것은 세 사람의 작품 30편이었다. 이 작품들을 대상으로 시적 진술과 묘사력, 참신한 발상과 상상력이 되어있는지를 가지고 평가하게 되었다. <대관령이 내게로 왔다> 외 9편은 진술과 묘사의 간극을 조화롭게 극복하지 못하고 지나치게 정서적인 표현으로 시적 형상화에 온전히 이르지 못하고 자주 그 의미를 훼손시키고 있어서 당선으로 밀어올리기엔 무언가 부족하였다.
오랜 숙의 끝에 상반기 시 부문 신인상은 두 사람을 당선시키기로 합의하였다. 두 사람 모두 능숙한 묘사력과 진술로 사물에 대한 깊은 통찰력을 지니고 있었다.
<구름보육원> 외 9편을 쓴 신진련 씨는 작품 수준이 고르지 않다는 지적에도 불구하고 시어와 시어 사이의 긴장, 그리고 일정한 외형적 형식 속에 인간의 삶을 흡수하고 어느 한 쪽에도 치우치지 않는 균형감으로 시를 형상하고 있다는 믿음으로 당선작으로 정하였다.
<목에 대하여> 외 9편을 쓴 남연우 씨는 우리 삶에 대한 따뜻한 시선과 함께 민족사의 강물에 은은하게 닿아 있어 우리 민족혼을 어루만지는 손길이 느껴져서 그의 오랜 습작을 가늠할 수 있었다. 시를 이루는 언어 하나하나가 표현하고자 하는 사물이나 관념에 적확하여 대상에 대한 새로운 해석과 의미를 나름대로 구축하고 있었다. 다만 시의 한 행이 지나치게 길어 ‘무엇을 말하려고 하는가?’라는 의문을 자아내게 한다는 점은 앞으로 고려해볼 일이라 여겨진다. 응모한 작품들은 전체적으로 <시를 위한 시>를 추구함으로써 오히려 시와는 다소 거리가 멀어지는 경우가 많은 점이 아쉬웠다. ‘나의 가슴과 머리’가 시가 아니라 ‘내가 만난 사물의 가슴과 머리’가 곧 ‘나의 가슴과 머리에서 마주한 사물이 새로운 의미’를 가질 때 한 편의 시 작품이 비로소 탄생되는 것이라는 점이다. 시는 언어로서 이루어지는 새로운 의미의 사물을 탄생하게 하는 작업의 결과로 이루어진다. 이미 존재하고 있는 사물이라면 그 사물을 바라보는 시선에 의하여 새로운 의미를 가진다.
당선된 분들에겐 지금부터가 새로운 시작이라는 말씀으로 축하드리고, 아깝게 선에서 밀려난 분들에겐 가까운 날 분명 다른 곳에서 만날 것이라는 믿음으로 격려를 드린다.
―심사위원 : 구재기(대표집필), 박해림, 서범석, 이화주, 임동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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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동심에 날개를 다는 시심 잘 감상했습니다.
당선소감에 심사평까지 잘 읽었습니다.
부족한 글 감상해주시고
긴 글 읽어주셔서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