빠세 이야기
이홍사
어린 날 늦은 밤
아버지께서
사랑채의 방문을 열고
자는 자식 머리를 톡톡 때려 깨우곤 했는데
돌이키니 그게 바로 빠세
지금도 이곳 사람들은
먹다가 남으면 빠세라고 소리친다
파슬(parcel) 소포라는 영어에서
변형된 싸달라는 미얀마 말
툇마루에 걸터앉은 아버지
잠이 덕지덕지 묻은 자식에게
내미는 돌가루 종이에 싼 고깃덩이
삶은 지 오래되어 꼬들꼬들한
개고기 서너 점
자다가 깨어난 입에
그게 어찌 그리 살살 녹는지
돌이키니
자시다가 남아서 싸 오셨던 게 아니다
예전 시골 동네 어른들이 모여
갹출해서 개를 잡으면
N 분의 1로 배당하는 공평한 분배방식
자신의 몫을 아껴 자시다가
싸 오셨던 개고기 몇 점
그걸 자식에게 먹이고 싶었던 거
둘러앉은 사람들 눈치보랴
자식 생각하랴
곁들이던 막걸리가 제대로 넘어가기나 하셨는지
야자수 그늘에서 생맥주 마시다
울컥
삶은 개고기 몇 점 기억하며
남은 안주를 보고 미얀마 주방을 향해 소리치는데
빠세
미얀마 집에는 내 새끼가 없는데
빠세 음식은 개고기가 아닌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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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심이 느껴지는 뜨락
빠세 이야기
홍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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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3.22 08: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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