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이 글을 읽으시는 분은 뒤로 밀려난 파이구스 님의 글을 먼저 읽어보시기 바랍니다.
좋은 글이라 생각합니다.
파이구스님의 글 중 서태지닷컴에 대해서, 저도 한때 인터넷업체에 근무했었기 때문에 파이구스님의 의견 중 각론 대부분은 긍정하지만 이런 부분도 생각해봅시다.
2. 저는 서태지닷컴을 다른 방향에서 접근해봅니다.
1) 태지의 7집 때는 컴백쇼든 고별쇼든 태지의 공연을 공중파에서 볼 수 있을까?
태지의 라이브실황 중계를 놓고 MBC측과 계속 줄다리기를 벌이고 있을 때 '늙은 지지자'라는 좀더 익명적인(?) 아이디로 글을 올린 적이 있습니다(지금은 덜 익명적인 아디를 계속 쓰는 걸 보니 저도 너무 깊숙이 들어왔다는 생각이 드네요. 난 팬 아닌데.....-,-). 그 때 '문화컨텐츠'를 가진 쪽은 태지이기 때문에 지금 당장은 아니더라도 태지가 힘을 가질 수밖에 없다는 식의 내용이었을 겁니다.
근데 힘겨운 줄다리기 끝에 공연실황 중계가 결정되었고, 미나님 등이 고피디님에게 탄원서를 제출한 후기를 보았습니다.
그때 고피디님이 방송국의 분위기를 언뜻 전한 대목이 있었죠.
'단지 돈 때문이 아니다'
저는 그때 7집때는 태지의 공연 모습을 공중파에서 보기 힘들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태지가 컴백했을 때 방송3사가 태지를 잡으려고 난리가 났었죠.
그땐 돈이 문제가 아니었죠.
방송3사가 태지가 지닌 문화적 컨텐츠의 질적 우수성을 보고 그랬을까요?
태지라는 뉴스메이커, 탁월한 엔터테이너(?), 시청률 보증수표를 선점하기 위한 싸움이었죠.
결국 MBC에서 컴백쇼를 방영했지만, 태지는 MBC가 원하는 바를 결코 충족시켜주지 않았습니다.
게릴라콘서트에도 출연해주지 않았고, 토크쇼에 나가 웃겨주지도 않았고, 시트콤에 나가 숨은 연기실력을 보여주지도 않았고, 뜀박질도 하지 않았습니다.
그러면서 태지는 MBC를 피곤하게 했습니다.
사전녹화 방식을 고집하여 방송국과 공생관계에 있는 기획사들의 심기를 건드렸습니다.
셀프카메라라고 보내는 것은 거의 팬서비스 내용이었습니다.
그리곤 활동 막바지에 콘설 방영 문제가 대두되었습니다.
MBC 내에선 아마 그런 분위기였을 겁니다.
'서태지한테 해줄만큼 해줬는데 우리에게 돌아온 게 뭐냐, 득 된게 뭐냐'
그리곤 '방영은 해주되 우리는 지원 못한다. 니가 알아서 해라.'였습니다.
(불만을 노골적으로 드러낸 것이라 생각듭니다.)
컨텐츠의 질로 볼때 객관적으로 떨어지는 조모가수의 콘서트는 수억원을 들여 제작해서 연휴에 내보낸 방송국이 '돈'문제를 들먹인 건 돈이 문제가 아닌 것이죠.
방송국과 연예인이라는 그 바닥이 다 그런 것 아닙니까?
서로 주고 받는 관계...
띄워주고 울겨먹고....버리고
허상과 같은 인기를 얻고 출연해주고....잊혀지고
얼마나 질좋은 무엇을 주고받는지는 중요하지 않습니다.
태지를 인간적으로 좋아하는(?) 고피디님의 글은 우리나라 방송국의 마인드를 잘 드러내는 것이죠.
'대중은 엔터테이너를 원한다'고.
그런 MBC가 다음 7집 때 피곤한 태지를 또 잡을까요?
시청률에서 다른 방송국보다는 보다 자유롭게지만 보수적인 KBS가 태지를 잡을까요?
MBC 당하는(?) 꼴 봤는데 SBS가 태지를 잡을까요?
태지가 일본에서 대박터지는 뉴스메이커가 되지 않는 한(전 꼭 그래야 된다는 생각을 하는 건 아닙니다. 이 바닥이 그렇다는 거죠.), 방송국들이 태지를 대하는 태도는 냉냉할 겁니다.
2) 탱크에 대항하는 또다른 미디어일까?
MBC와의 막바지 줄다리기를 보면서 태지가 케이블방송을 설립하거나 투자할 수도 있다는 생각이 언뜻 들었습니다.
탱크에 대한 태지의 편린을 훓어봅시다.
은퇴 .... '테이크 투'..... 컴백선언문 '방송활동을 자주 하겠다'..... 기자회견 '방송에도 주1회 정도 나오겠다' ..... '딴지일보와의 인터뷰에서 TV권력에 대한 언급' .....'활동중반기 인터넷방송에서 탱크라는 곡명의 원뜻 공개' .....'서태지닷컴'
태지가 방송에 자주 출연하겠다고 했을 때, '콧바람으로 촛불끄기'식의 프로그램에 나올 거라고 생각했을까요?
태지이기 때문에 허접한 연예오락프로그램에 출연하지 안한 것이 아니라, 태지의 마인드와 현재 우리나라 방송국의 마인드가 너무나 다르기 때문입니다.
태지가 은퇴하기 전보다 문화적으로 더 저열해진 방송시스템을 보고 태지는 TV권력에 대해 기존에 자신이 가지고 있던 생각이 굳어졌으리라 봅니다.
이런 상황에서 태지가 던질 수 있는 수가 무엇이 있을까요?
이승환식의 대형라이브콘서트 식의 활동
언더밴드들과 같은 클럽위주의 활동
5집과 같은 음반만 내는 활동....
머 이런 방식도 병행할 수 있겠지요.
하지만 태지는 '서태지닷컴'을 던졌습니다.
디지털 TV, 케이블 방송, 인터넷방송....
다양한 미디어의 출현, 엄청난 기술발전 속도, 온라인과 오프라인 병행하는 문화형태.... 흥미롭습니다.
3) 어떤 컨텐츠일까?
지켜보겠습니다.
4) 유료화가 문제이지 않습니까?
서태지닷컴이 일부 유료라는 말만 없었더라도 여러 사람들의 우려는 없었을 겁니다.
전부 무료라고 했다면 '오빠, 거지되는 거 아냐'나 '기존 팬사이트는 어떻게 되는 거야'라는 보다 간단한 우려는 있었겠죠.
유료라고 하니 '뮤지션과 사업가의 양립' '팬의 로얄티를 볼모로 한 땅짚고 헤엄치기식 사업' '유료 컨텐츠의 내용성' 등 보다 복잡한 문제, 우려가 터지는 거라고 봅니다.
이것도 지켜보겠습니다.
5) 의무일까? 즐거움일까?
서태지닷컴이 서태지만의 닷컴이 될지 새로운 문화공간으로 자리잡을지도 지켜봐야 되겠지만 혹시나 새로운 문화공간으로 설정하고 있다면 태지의 말대로 '즐거운 저항'이길 바랍니다.
서태지라서, 서태지이기 때문이 아니라 내가 좋아서 하는 것이길 바랍니다.
태지한테는 이곳저곳에서 옆구리 쿡쿡 찌르는 사람이 참 많습니다.
딴따라 딴지의 파토도 '니 우짤끼고' 그러죠,
김종휘의 작년 크리스마스 연하장 내용 기억하시죠. 일부에서 태지한테 어떤 걸 기대하는지 보여줍니다.
그리고 안티라고 찍힌 신현준도 있습니다.
신현준씨의 홈피에서 불펌해온 글입니다.
태지더러 쌔끈한 음반사 사장을 하라고 합니다.
첨부한 글은 이런 신현준씨의 생각을 읽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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첨부)평론가 신현준씨의 게시글(2000.12.12)
........(전략)
솔직히 말씀드리겠습니다. 저는 한국 음악산업계에 '좋은 메이저'가 없는
게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이 말하면 길어지지만 그냥 하겠습니다.
다른 나라에서는 다국적 메이저 기업(혹은 그들과 합작한 기업) 아니면
다 '로컬'이고 '인디'입니다. 한국처럼 '인디'를 무슨 '운동권'처럼 생각
하는 코미디 없습니다. 그저 '거대기업이 아닌 자영업'이라는 의미죠.
특정장르에 특화하고 유망한 신인들 발굴해주는 '벤처'이기도 합니다.
그리고 인디와 메이저가 '유기적'으로 통합되어 있습니다. 인디에서 가
능성을 보이고 스타가 되고 싶은 지향도 어느 정도 있으면 메이저에서
딜하자고 먼저 나섭니다. 인디란 일종의 '탤런트 풀'이고 '테스트 마켓'
이죠.
한국사회의 다른 분야도 그렇겠지만 음악산업계는 특히 괴상합니다. 한국
의 음반사나 기획사는 모두 '중소기업'이나 '자영업' 수준입니다. 굉장히
이상한 말이지만 세계적 기준으로 보면 '로컬'이고 '인디'죠. SM 의 직원
은 열명 정도밖에 안될 겁니다. 그런데 탄탄한 메이저가 없다보니 구멍가
게 수준의 기획사에서 시장 전체를 좌지우지할 수 있는 가능성이 생기는
거죠. 라인음향도, 에스엠도, 디에스피도, 지엠뮤직도 다 그런 경우죠.
그런데 이제까지는 대박 터뜨린 기획사가 소리소문없이 사라졌습니다(김
건모, 신승훈, 박미경이 모여 있던 라인음향을 아직도 기억하십니까?)
그렇지만 이제는 상황이 달라질 듯합니다.
에스엠같은 경우는 하도 돈을 많이 벌다보니 법인으로 등록하여 이제 기획
사가 아니라 음반사가 되었고, 일본의 에이벡스 트랙스랑 합작해서 '메이저'
가 될 것입니다. 일본시장 개방이 이루어진다면 일본기업과의 파트너쉽은
날로 증가할 것입니다. 벌써 음악산업계의 기득권세력들은 일본 왔다갔다
하면서 '한일 음악교류' 어쩌구 하는 일을 모색하고 있습니다. 거기서 성
공하는 이들이 새로운 메이저가 되겠죠. 그렇게 되면 이젠 정말로 숨막히
는 상황이 될 것 같습니다. 그동안이야 시장의 틈새라도 있어서 좋은 음악
이 가끔 대박을 터뜨릴 수 있었지만(1980년대 중반의 들국화 혹은 동아기획,
1990년대초 서태지와 아이들 혹은 요요기획이 그런 경우였습니다), 이제는
갈수록 힘들어질 것입니다.
저는 이번 서태지의 컴백을 보면서 그가 아직도 '1990년대 초의 신화'에 집
착한다는 '편견'을 갖게 되었습니다. 음악산업계에 오래 있어본 그가 저보다
도 물정을 모르리라고는 생각지 않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의 판세를
제대로 읽지 못한다는 판단이 들었던 거죠. 밴드 뿐만 아니라 레이블도 급조
하고, 공연계획도 그렇고...
제 환상일 뿐입니다만 서태지는 '좋은 메이저'를 만들어나가는 일을 해나
갔으면 합니다. 빠방한 음반 제작하는 것 뿐만 아니라 빠방한 라이브도
보여주고 공연 스케쥴도 체계적으로 잡고, 방송같은 쓰레기들은 개무시하
고 그러면서도 몇 십만장 너끈히 팔 수 있는 그런 전범을 보이고, 그게 하
나의 '시스템'으로 형성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인디를 '도와준다'는 차원이
아니라 '메이저는 메이저이고, 인디는 인디'라는 전제 하에서 협력할 부분
을 케이스 바이 케이스로 협력하는 게 차라리 바람직합니다. 반복된 말씀
입니다만 현재 한국의 기획사라는 존재는 '규모로는 인디'인 주제에 메이저
인 것처럼 행동하니까 문제인 겁니다.
'서태지보고 뜬금없이 음반사사장 하라는 이야기냐?'라고 물으시면 할 말
없습니다만 못할 것도 없습니다. 존 레논(애플)도, 마돈나(매버릭)도, 아니
디 프랑코(라이쳐스 베이브스)도, 비스티 보이스(데프 잼)도 다 음반사 사
장입니다. 서태지처럼 '비즈니스맨'으로 탁월한 능력을 보이는 이가 못하라
는 법 없습니다. 음악하지 말라는 이야기냐구요? 위 세 사람 다 자기 음악
하면서 비즈니스했습니다. 서태지가 그러라는 법은 없지만.
이건 좀 심한 말이지만 이제 '10대의 확실한 수요'에만 근거하는 내수시장
의 한계 내에서 갈라먹기하는 것은 큰 의미가 없어 보입니다. 태지 컴백
발표가 있었을 때 음악산업계를 조금 아는 기자들이 제게 물어본 질문은
'서태지가 컴백하면 20대 이상이 시장에 돌아오겠느냐?'는 것이었습니다.
저는 그렇지 않을 것 같다고 이야기했습니다. 20대 이상이 음반을 구매하
고 공연을 본다고 해도 '10대같은 마음으로' 그럴 것이라고 말했었죠.
(10대를 무시하는 게 아닙니다. 나름대로 그들의 문화가 중요하지만 음악
문화가 10대 문화밖에 없다는 점이 산업을 질식시키고 있는 게 문제라는
이야기입니다).
'서태지를 어떻게 소비하느냐?'는 질문에 대한 저의 답변은 뜬금없지만
'음악생산의 문화', '음악산업의 문화'로 소비해달라는 것입니다. 지금은
너무나도 그를 '소비의 문화'로만 소비하고 있다는 생각이 강합니다. 물
론 그것도 중요하지만.
두서없이 써서 전달이 잘 될지 모르겠습니다. '무슨 말 하는 거야'라는
항의도 예상되고... 나중에 다시한번 정리할 기회가 있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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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듯이 태지를 씹는 이도 많고 그러면서 요구하고 기대하는 이도 많습니다.
혹시나 태지가 이러한 요구나 기대에 부응하고자 한다면 책임감 때문이 아니라 '좋아서 또는 자기가 가고자 하는 길과 일치해서'이기를 바랍니다.
서태지닷컴 또한 그런 것이길 바랍니다.
3. 딴 소리
1) 신생팬
6집이후 신생팬이 많이 생긴 것은 그만큼 뉴스메이커였기 때문이라고 봅니다. 방송,신문에서 얼마나 호들갑을 떨었습니까?
그 호들갑 속에 호기심이 관심으로 변하고 관심이 애정으로 바뀌어나갔을 겁니다.
7집때도 그럴까요? 아닐걸요.
서태지닷컴이라는 미디어의 컨텐츠 질에 따라 신생팬이 생길 수도 아닐 수도 있지 않을까요?
2) 팬서비스
가보지는 않았지만 콘설 멘트나 사서함 내용 보면 닭살스럽습니다. 느끼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허허' 웃고 맙니다. 지가 그렇게 하겠다는 데 누가 말립니까?
슬래머때문에 논쟁할 때 지켜보던 제3자인 저도 안타까웠습니다. 그래도 태지는 고집을 꺽지 않더군요.
컴백쇼때 멘트 한마디 안하더군요.
앵콜 콘서트 끝난 뒤 보여줄 것 다 보여줬다고 인터넷 방송 안하더군요.
굵진한 건 지 고집대로 하고, 자잘한데서 아이돌 같은 쫌은 유치한(?) 면을 보여줘도 그것도 지가 좋아서 그러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