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회말 2사 1,3루 이승엽타석.
난 두 눈을 질끈 감고 내심 이번 기회도 무산이겠구나 싶었다.
그러나 억세게 운좋은 승엽은 단 한방으로 마쓰자까에게 당한
내리 삼진 세개의 부진을 씻어냈다.
지난번도 홈런 한방으로 11타수 무안타의 말도 안되는 성적을
단숨에 무마시켜버렸지만.
그러나 이번 야구를 통해 역시 평소 국내에서 배짱이 두둑하던
선수들이 한 몫 해낸다는 것을 여실히 느낄 수 있었다.
평소 오만할 정도로 누구에게나 당당해서 -난 그 점이 무지 좋지만-
타팀팬들에게 많은 오해를 불러일으키는 이병규 선수,
바로 그 당당함과 배짱이 강한 상대를 만날수록 더더욱 빛나게 하는
원동력이 아닐까.
마쓰자까, 정말 병규 앞에선 꼼짝도 못하더군.
(오늘 기사들 검색해보니까 병규선수는 마쓰자까의 볼 배합을
읽고 있다고 하더군요, 삼진이 한번도 없었죠?)
병규는 올림픽내내 자그마치 13안타를 몰아쳤다.
(승엽이의 결정적 두 방에 더욱 빛을 못 발하는 게 무진장 안타깝다)
그러나 올림픽에서의 자신감이 잠시 부진에 빠졌던 페넌트레이스에서
많은 도움이 될 것 같다.
그리고 늘 넘치는 파이팅으로 활기를 불어주는 안방의 홍성흔.
박경완의 공백이 조금도 아쉽지 않은 그의 활약과 배짱은
정말 높이 칭찬해주고 싶다. 어제 미국과의 경기에서 미국선수의
더티한 플레이로 운동장에 뻗어서도(진짜 걱정했다)
곧 툭툭 털고 일어나 파이팅을 외치는 모습이 얼마나 보기 좋던지.
그리고 오늘 우승의 견인차 구대성.
오늘과 예선전때 보인 배짱투구로 그가 얻은 것은 동메달외에
이루말 할 수 없이 많다.(그에 반해 새가슴 정모투수는 차라리 이번
올림픽에 안나가는게 본인에게 훨씬 이로웠을 텐데)
그외에도 늘 말없이 제 몫을 다하는 박종호 선수(병규 선수가 참
좋아하는 선배다), 방망이로 2루타를 못치면 발로라도 꼭 2,3루타를 만들
어내는 날쌘돌이 정수근, 타격은 좀 약했지만 그래도 수비에서만큼은
잘 막아낸 박진만(유지현의 아쉬움은 아직도 크다), 대어로 급부상한
정대현, 미국전서 홈런 맞았다고 잘한 공로 다 까먹고 김응룡한테
욕얻어먹은 박석진(김감독 좀 심했더라), 그외 김한수, 김동주,김수경
이들은 적어도 국내에서 발휘하던 자기의 기량을 소신껏 또는 넘치게
발휘한 선수들이다.
그외 기타등등의 선수들(국내에서 국내에서 받은 대우에 비해 전혀
활약을 해주지 않은 대부분의 고액연봉자들)
어쨌거나 모두들 수고하셨고, 우릴 꼴찌로 못밀어내서 안달이 나던
각국의 나라들과 심판들 사이에서 험난한 역경을 헤치고 3위까지 치받고
올라온 우리 선수들 정말 정말 고맙게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