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에 선고된 판례 중 겉은 법리가 단순한 판례 같아도 속을 까보면 재밌는 부분이 숨어있는 것이 있어서 소개해봅니다.
대상 판례는 대법원 2026.10.8.선고 2026다204200 입니다.
내용은 아래를 참고하면 됩니다.
[1] 변제할 정당한 이익이 있는 자가 채무자를 위하여 저당권부 채권자에게 채권 일부를 대위변제한 경우 대위변제자는 변제한 가액의 범위 내에서 저당권을 법률상 당연히 취득하고, 그에 근거하여 채권자를 상대로 저당권 일부 이전의 부기등기 절차 이행을 구할 수 있는지 여부(적극)
[2] 이러한 대위변제자의 부기등기 청구권이 소멸시효의 대상이 되는지 여부(소극)
변제할 정당한 이익이 있는 자가 채무자를 위하여 채권 일부를 대위변제한 경우 대위변제자는 변제한 가액의 범위 내에서 종래 채권자가 가지고 있던 채권 및 담보에 관한 권리를 취득하게 되므로(민법 제481조, 제482조 제1항, 제483조 제1항), 채권자가 부동산에 대하여 저당권을 가지고 있는 경우 대위변제자는 변제한 가액의 범위 내에서 저당권을 법률상 당연히 취득하고, 그에 근거하여 채권자를 상대로 저당권 일부 이전의 부기등기 절차 이행을 구할 수 있다(대법원 2002. 7. 26. 선고 2001다53929 판결, 대법원 2017. 7. 18. 선고 2015다206973 판결 등 참조). 이러한 대위변제자의 부기등기 청구권은 법률상 당연히 취득한 저당권에 근거하여 등기명의인을 상대로 실체관계와 불일치하는 등기 상태의 시정을 구하는 ‘물권적 청구권’에 해당하므로, 소멸시효의 대상이 되지 않는다.
[1] 항은 민법 공부하면서 많이 보던 내용이라 생략하겠습니다.
[2] 항이 주목할 부분입니다.
그동안 물권적 청구권이라고 하면 절대다수는 소유권에 대하여 논의하였습니다. 부동산매매 계약해제, 명의신탁 등등
이 사안은 저당권에 기한 물권적 청구권이라는 차이가 있습니다. 거기에 법정취득을 논하는 것 역시 소유권 위주로 다루어져 왔습니다.
민법 제481조 내지 제483조에 의하면 담보에 관한 권리취득은 법정취득이 맞습니다. 여기까지는 판례에 종종 나오지만 여기서 더 나아가 물권적 청구권에 대하여 다룬 것은 보기 매우 드물다고 할 수 있죠.
그런데 물권적 청구권이니 당연히 소멸시효 없는 거 아니야? 라고 단순하게 생각할 문제는 아닙니다.
민법 제162조 제2항은 "채권 및 소유권 이외의 재산권은 20년간 행사하지 아니하면 소멸시효가 완성한다."라고 되어 있고, 이번 사안은 저당권에 기한 물권적 청구권입니다.
즉, 20년의 소멸시효가 걸리는 것 아닌가? 라는 의문을 제기해볼 수 있습니다.
이것에 관하여 저의 해석은 부종성 문제라고 봅니다.
민법 제162조 제2항에서 말하는 20년 시효에 걸리는 물권은 용익물권이고 담보물권들은 해당하지 않는다고 생각합니다.
(지역권은 제296조에 소멸시효 관련 규정도 있습니다.)
민법 제369조(부종성)는 저당권이 피담보채권에 철저히 종속되어 있다는 담보물권의 본질을 규정하고 있습니다.
"A가 소멸하면 B도 소멸한다"라는 문장에서 반대해석(A가 소멸하지 않으면 B도 소멸하지 않는다)을 도출하는 것은 논리상 오류라고 생각할 수 있죠.
그럼에도 피담보채권이 소멸하지 않으면 (특별한 사정이 없는 이상) 저당권도 소멸하지 않는다고 보는게 맞다고 생각합니다.
채무자가 변제를 게을리해서 20년이 지났다고 해서 채권이 소멸하지 않았는데(채권자가 민법 제168조 각호 사유로 시효 소멸하지 않게 잘 지켰다고 가정) 저당권이 먼저 소멸한다고 하면 저당권의 취지를 무력화하는 문제가 생긴다고 봅니다.
잠시 2014다21649 판례를 보겠습니다.
부동산점유취득시효는 원시취득에 해당하므로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원소유자의 소유권에 가하여진 각종 제한에 의하여 영향을 받지 아니하는 완전한 내용의 소유권을 취득하는 것이지만, 진정한 권리자가 아니었던 채무자 또는 물상보증인이 채무담보의 목적으로 채권자에게 부동산에 관하여 저당권설정등기를 경료해 준 후 그 부동산을 시효취득하는 경우에는, 채무자 또는 물상보증인은 피담보채권의 변제의무 내지 책임이 있는 사람으로서 이미 저당권의 존재를 용인하고 점유하여 온 것이므로, 저당목적물의 시효취득으로 저당권자의 권리는 소멸하지 않는다. 이러한 법리는 부동산 양도담보의 경우에도 마찬가지이므로, 양도담보권설정자가 양도담보부동산을 20년간 소유의 의사로 평온, 공연하게 점유하였다고 하더라도, 양도담보권자를 상대로 피담보채권의 시효소멸을 주장하면서 담보 목적으로 경료된 소유권이전등기의 말소를 구하는 것은 별론으로 하고, 점유취득시효를 원인으로 하여 담보 목적으로 경료된 소유권이전등기의 말소를 구할 수 없고, 이와 같은 효과가 있는 양도담보권설정자 명의로의 소유권이전등기를 구할 수도 없다.
본인이 채권자에게 저당권(또는 양도담보권)을 설정해 주고, 20년 동안 점유해서 시효 취득했으니, 설정해 준 저당권은 원시취득 원칙에 따라 소멸한다는 주장은 인정되지 않는다는 판례입니다.
그런데 이 판례에서 유추해볼 수 있는 것이 있습니다.
저당권이 피담보채권과 별개로 20년의 시간이 흘렀다고 해서 혼자 시효 소멸하지 않는다는 점이 강력하게 전제되어 있다고 생각합니다.
2014다21649 판례 상황을 보면, 채무자가 담보를 설정해 준 후 취득시효가 완성될 때까지 최소 20년 이상의 시간이 흘렀다는 얘기인데, 민법 제162조 제2항에 따라 저당권이 '20년의 기간 경과'만으로 소멸시효에 걸리는 권리였다면, 대법원은 원시취득의 예외를 복잡하게 따질 필요가 없었을 겁니다.
대법원이 20년이 지난 시점에도 저당권이 여전히 유효하게 살아있음을 전제하고 논했다는 것 자체가, 저당권은 시간 경과(20년)만으로 소멸하는 권리가 아님을 내포하고 있다고 생각해볼 수 있습니다.
"피담보채권의 시효소멸을 주장하면서 담보 목적으로 경료된 소유권이전등기의 말소를 구하는 것은 별론으로 하고"라는 말이 더욱 이를 강화한다고 생각합니다.
이렇게 속을 까보면 신기한 법리가 숨어있는 판례를 봤습니다.
첫댓글 지원림 민법강의에서도 담보물권은 소멸시효에 걸리지 않는 권리라고 설명하고 있습니다. 피담보채권이 소멸하면 이에 따라 소멸하는 것일 뿐 피담보채권이 존재하는 한 담보물권만 시효소멸하지는 않는다고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