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창 신부님이 한국에서 전화하였습니다. 요즘은 카톡으로 전화를 하니 전화비에 대한 부담은 없습니다. 반가운 마음에 받으니 ‘잘 지내는지 물었습니다.’ 며칠 전에 꿈속에서 저를 보았다고 합니다. 아시안에 대한 차별이 있다는 소식도 있었고, 걱정도 되어서 전화를 하였다고 합니다. 사실 저는 꿈에서 봤다고 전화하는 경우는 거의 없습니다. 한국의 소식을 듣고 전화하는 경우도 거의 없습니다. 동창 신부님은 늘 세심한 배려와 따뜻한 마음으로 친구들을 대하였습니다. 동창 회장이었을 때입니다. 축일을 맞이하는 친구가 있으면 꼭 찾아가서 축하해 주었습니다. 친구의 성격과 분위기에 맞는 화분을 준비해서 방문했습니다. 준비해온 화분을 가지고 이야기를 나누었고, 축일을 챙겨주는 마음이 고마웠습니다. 저도 동창 회장을 했었습니다. 축일 선물은 한꺼번에 같은 것을 사서 동창 모임에서 주었습니다. 형식은 갖추었지만 세심한 배려는 부족했습니다.
코로나19로 요즘은 거의 없지만 코로나19 이전에는 제가 있는 신문사로 신부님들이 자주 오셨습니다. 2019년 10월부터 2020년 2월까지 4달가량 신부님들이 방문하였습니다. 신부님들은 대부분 안식년이었습니다. 저도 뉴욕에서 도착한지 2달가량 되었을 때입니다. 불편한 잠자리지만 신부님들은 모두 즐겁게 지냈습니다. 뮤지컬도 보았고, 센트럴파크에도 다녀왔습니다. 근교로 여행을 다녀오기도 했습니다. 백신이 널리 보급되고 상황이 좋아지면 좋겠습니다. 강남 갔던 제비들이 봄이 되면 다시 찾아오듯이, 좋은 소식을 가지고 신부님들이 뉴욕을 찾아오면 좋겠습니다. 엠마오로 가는 길에서 제자들이 주님을 모시고 하루 지내면서 식사를 하고, 주님의 말씀을 들었던 것처럼 신부님들이 오면 식사도 같이하고, 세상 살아가는 이야기를 나누면 좋겠습니다. 학창시절로 돌아가서 함께했던 시대의 고민과 아픔을 나누면 좋겠습니다. 사목의 경험을 나누면 좋겠습니다.
뉴욕에 있으면서 보스턴, 코네티컷, 필라델피아의 한인 성당을 방문하곤 하였습니다. 신부님들은 모두 저를 따뜻하게 대해 주었습니다. 보스턴에 가면 미사 전에 자비를 청하는 기도를 함께 하였고, 미사를 봉헌하였습니다. 역사와 문화를 간직한 보스턴 시내를 구경하였습니다. 보스턴의 신부님은 소탈한 웃음으로 배웅하며 다음에도 오라고 하였습니다. 코네티컷 신부님은 인터넷에서 요리하는 법을 배워서 맛있는 식사를 준비해주었습니다. 텃밭도 가꾸고, 직접 술도 담았습니다. 더덕주, 과일주, 막걸리를 만들었습니다. 생각이 깊고, 성실한 신부님이었습니다. 필라델피아 신부님은 신자분들과의 만남을 주선해 주었습니다. 신문을 홍보할 수 있도록 배려해 주었고, 신자분들은 후원금도 주었습니다. 그리 멀지 않은 곳에 마음을 놓고, 쉴 수 있는 신부님들이 있어서 행복합니다. 같은 곳을 향해서 가는 동반자인 신부님들이 있어서 위로가 되고, 힘이 납니다.
오늘 우리는 엘리사벳을 찾아가는 마리아의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엘리사벳은 찾아온 마리아를 축복하여 주었고, 마리아는 가슴에서 우러나오는 찬가를 부릅니다. 이것은 학교에서 배울 수 없는 그러나 우리 신앙인이라면 누구나 마음에 품어야 할 가르침입니다. 엘리사벳은 마리아에게 축복의 인사말을 하였습니다. 마리아는 엘리사벳의 축복에 기도로서 화답합니다. 김수환 추기경님께서 즐겨 부르셨다는 ‘만남’이란 노래를 함께 나누면서 5월의 마지막 날을 보내고 싶습니다.
“우리 만남은 우연이 아니야
그것은 우리의 바램이었어
잊기엔 너무한 나의 운명이었기에
바랄 수는 없지만 영원을 태우리
돌아보지 마라 후회하지 마라
아~ 바보같은 눈물 보이지 마라
사랑해 사랑해 너를 너를 사랑해”
오늘 마리아가 엘리사벳을 방문해서 ‘마리아의 노래’를 불렀듯이, 우리 또한 각자의 노래를 만들어 보았으면 좋겠습니다. 하느님을 찬미하고, 하느님이 나에게 어떤 분이신지를 고백하는 신앙의 노래를 만들어 보면 좋겠습니다. “내 영혼이 주님을 찬송하고 내 마음이 나의 구원자 하느님 안에서 기뻐 뛰니 그분께서 당신 종의 비천함을 굽어보셨기 때문입니다. 이제부터 과연 모든 세대가 나를 행복하다 하리니 전능하신 분께서 나에게 큰일을 하셨기 때문입니다.”
- 조재형신부
2021년 05월 31일 월요일
[백] 복되신 동정 마리아의 방문 축일
대영광송
해마다 5월 31일에 지내는 ‘복되신 동정 마리아의 방문 축일’은 성모 마리아께서 예수님을 잉태하시고, 친척이며 세례자 요한의 어머니인 엘리사벳을 방문하신 것(루카 1,39-56 참조)을 기념하는 날이다.
5월 31일을 축일로 정한 것은 ‘주님 탄생 예고 대축일’(3월 25일)과 ‘성 요한 세례자 탄생 대축일’(6월 24일) 사이에 기념하기 위해서다. 성모 마리아께서 천사의 메시지를 따라 엘리사벳을 방문하신 것은 이웃 사랑의 실천이다. 이러한 이웃 사랑은 위대한 두 인물이 만나는 자리가 된다.
입당송
시편 66(65),16 참조
하느님을 경외하는 이들아, 모두 와서 들어라. 주님이 나에게 하신 일을 들려주리라.
본기도
전능하시고 영원하신 하느님,
성자를 잉태하신 동정 마리아께서 엘리사벳을 방문하도록 이끄셨으니
저희도 성령께서 이끄시는 대로 따라 살며
마리아와 함께 언제나 하느님을 찬양하게 하소서.
성부와 성령과 …….
말씀의 초대
스바니야 예언자는 예루살렘에게, 주님께서 한가운데에 계시니 기뻐하고 즐거워하라고 한다(제1독서). 마리아가 엘리사벳을 찾아가자, 엘리사벳은 성령으로 가득 차 큰 소리로 인사하고, 마리아는 주님을 찬미하는 노래를 부른다(복음).
제1독서<이스라엘 임금 주님께서 네 한가운데에 계신다.>
▥ 스바니야 예언서의 말씀입니다.
3,14-18
14 딸 시온아, 환성을 올려라.
이스라엘아, 크게 소리쳐라.
딸 예루살렘아, 마음껏 기뻐하고 즐거워하여라.
15 주님께서 너에게 내리신 판결을 거두시고 너의 원수들을 쫓아내셨다.
이스라엘 임금 주님께서 네 한가운데에 계시니
다시는 네가 불행을 두려워하지 않으리라.
16 그날에 사람들이 예루살렘에게 말하리라.
“시온아, 두려워하지 마라. 힘없이 손을 늘어뜨리지 마라.”
17 주 너의 하느님, 승리의 용사께서 네 한가운데에 계시다.
그분께서 너를 두고 기뻐하며 즐거워하신다.
당신 사랑으로 너를 새롭게 해 주시고
너 때문에 환성을 올리며 기뻐하시리라.
18 축제의 날인 양 그렇게 하시리라.
나는 너에게서 불행을 치워 버려 네가 모욕을 짊어지지 않게 하리라.
주님의 말씀입니다.
◎ 하느님 감사합니다.
<또는>
<궁핍한 성도들과 함께 나누고 손님 접대에 힘쓰십시오.>
▥ 사도 바오로의 로마서 말씀입니다.
12,9-16ㄴ
형제 여러분, 9 사랑은 거짓이 없어야 합니다.
여러분은 악을 혐오하고 선을 꼭 붙드십시오.
10 형제애로 서로 깊이 아끼고, 서로 존경하는 일에 먼저 나서십시오.
11 열성이 줄지 않게 하고 마음이 성령으로 타오르게 하며 주님을 섬기십시오.
12 희망 속에 기뻐하고 환난 중에 인내하며 기도에 전념하십시오.
13 궁핍한 성도들과 함께 나누고 손님 접대에 힘쓰십시오.
14 여러분을 박해하는 자들을 축복하십시오.
저주하지 말고 축복해 주십시오.
15 기뻐하는 이들과 함께 기뻐하고 우는 이들과 함께 우십시오.
16 서로 뜻을 같이하십시오.
오만한 생각을 버리고 비천한 이들과 어울리십시오.
주님의 말씀입니다.
◎ 하느님 감사합니다.
화답송
이사 12,2-3.4ㄴㄷㄹ.5-6(◎ 6ㄴㄷ)
◎ 이스라엘의 거룩하신 분, 너희 가운데 계신 분은 위대하시다.
○ “보라, 내 구원의 하느님. 나는 믿기에 두려워하지 않네. 주님은 나의 힘, 나의 굳셈. 나를 구원해 주셨네.” 너희는 기뻐하며 구원의 샘에서 물을 길으리라. ◎
○ 주님을 찬송하여라. 그 이름 높이 불러라. 그분 업적을 민족들에게 알리고, 높으신 그 이름을 선포하여라. ◎
○ 위업을 이루신 주님을 찬양하여라. 그분이 하신 일 온 세상에 알려라. 시온 사람들아, 기뻐하며 외쳐라. 이스라엘의 거룩하신 분, 너희 가운데 계신 분은 위대하시다. ◎
복음 환호송
루카 1,45 참조
◎ 알렐루야.
○ 동정 마리아님, 주님 말씀이 이루어지리라 믿으셨으니 복되시나이다.
◎ 알렐루야.
복음<내 주님의 어머니께서 저에게 오시다니 어찌 된 일입니까?>
✠ 루카가 전한 거룩한 복음입니다.
1,39-56
39 그 무렵 마리아는 길을 떠나, 서둘러 유다 산악 지방에 있는 한 고을로 갔다.
40 그리고 즈카르야의 집에 들어가 엘리사벳에게 인사하였다.
41 엘리사벳이 마리아의 인사말을 들을 때 그의 태 안에서 아기가 뛰놀았다.
엘리사벳은 성령으로 가득 차 42 큰 소리로 외쳤다.
“당신은 여인들 가운데에서 가장 복되시며 당신 태중의 아기도 복되십니다.
43 내 주님의 어머니께서 저에게 오시다니 어찌 된 일입니까?
44 보십시오, 당신의 인사말 소리가 제 귀에 들리자
저의 태 안에서 아기가 즐거워 뛰놀았습니다.
45 행복하십니다, 주님께서 하신 말씀이 이루어지리라고 믿으신 분!”
46 그러자 마리아가 말하였다. “내 영혼이 주님을 찬송하고
47 내 마음이 나의 구원자 하느님 안에서 기뻐 뛰니
48 그분께서 당신 종의 비천함을 굽어보셨기 때문입니다.
이제부터 과연 모든 세대가 나를 행복하다 하리니
49 전능하신 분께서 나에게 큰일을 하셨기 때문입니다.
그분의 이름은 거룩하고
50 그분의 자비는 대대로 당신을 경외하는 이들에게 미칩니다.
51 그분께서는 당신 팔로 권능을 떨치시어
마음속 생각이 교만한 자들을 흩으셨습니다.
52 통치자들을 왕좌에서 끌어내리시고 비천한 이들을 들어 높이셨으며
53 굶주린 이들을 좋은 것으로 배불리시고 부유한 자들을 빈손으로 내치셨습니다.
54 당신의 자비를 기억하시어 당신 종 이스라엘을 거두어 주셨으니
55 우리 조상들에게 말씀하신 대로
그 자비가 아브라함과 그 후손에게 영원히 미칠 것입니다.”
56 마리아는 석 달가량 엘리사벳과 함께 지내다가 자기 집으로 돌아갔다.
주님의 말씀입니다.
◎ 그리스도님 찬미합니다.
예물 기도
주님,
독생 성자의 어머니 복되신 마리아의 사랑을 기꺼이 받아들이셨듯이
저희가 주님께 올리는 구원의 제사도 기쁘게 받아 주소서.
우리 주 …….
감사송<복되신 동정 마리아 감사송 2 : 마리아의 노래로 하느님을 찬미하는 교회>
거룩하신 아버지,
모든 성인을 훌륭히 이끌어 주신 주님을 찬미하고
특히 저희가 기념하고 공경하는 복되신 동정 마리아의 노래로
주님의 인자하심을 찬양함은
참으로 마땅하고 옳은 일이며 저희 도리요 구원의 길이옵니다.
주님께서는 땅끝에 이르기까지 큰일을 하시고
대대로 자비를 너그러이 베푸셨나이다.
비천한 종 마리아를 돌보시어
마리아를 통하여 성자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를
인류의 구원자로 보내셨나이다.
그리스도를 통하여
주님 앞에서 천사들의 군대가 영원히 기뻐하며
주님의 위엄을 흠숭하오니
저희도 환호하며 그들과 소리를 모아 주님을 찬미하나이다.
영성체송
루카 1,48-49 참조
전능하신 분이 나에게 큰일을 하셨으니, 모든 세대가 나를 복되다 하리라. 그분 이름은 거룩하시다.
영성체 후 묵상
<그리스도와 일치를 이루는 가운데 잠시 마음속으로 기도합시다.>
영성체 후 기도
하느님, 하느님의 말씀을 믿는 이들에게 큰일을 하셨으니
하느님의 교회가 드리는 찬양을 받으시고
복된 요한이 태중에 계신 그리스도를 알아보고 기뻐하였듯이
저희도 이 성체 안에 언제나 살아 계신 그리스도를 알아보게 하소서.
성자께서는 영원히 …….
오늘의 묵상
유다 전통에서 ‘시온의 딸’은 바빌론 유배에서 귀환한 뒤에 선포한 신탁으로 다시 세워진 하느님의 백성을 일컫습니다. 이들은 유배에서 돌아온 ‘남은 자’들이며, 종말에 메시아를 맞이한 예루살렘(즈카 9,9 참조)을 의미합니다. 구원 역사 안에서 성모님께서는 메시아 예수님에 관한 구절들에서 새로운 하와로서 불순종이 아닌 순종의 신앙인으로 나옵니다. 메시아를 잉태하시고 이스라엘을 재건하시는 성모님께서는 시온의 딸의 전형이며, 세상의 어느 것보다 하느님을 더 소중히 여기는 사람들의 모범입니다.
오늘 복음에서 루카 복음사가는 성모님을 ‘지극히 높으신 분의 힘이 감싸 주시는’(루카 1,35), 마치 구약 성경의 커룹들이 감싸고 있는 ‘계약의 궤’(탈출 25,20 참조)처럼 표현합니다. 그리고 엘리사벳은 마리아를 ‘주님의 어머니’라고 노래합니다. 성모 마리아께서는 가브리엘 천사가 말하였듯이 “은총이 가득한” 행복한 여인이십니다. 그러나 세상 사람들의 눈으로 보면 마리아보다 엘리사벳이 더 행복한 여인으로 보입니다. 그 당시 문화 안에서 엘리사벳은 늙도록 아이를 가지지 못한 여인이었기에, 창피함과 부끄러움 가운데 일생을 살아야 하였습니다. 그래서 엘리사벳이 늦은 나이에 아이를 잉태한다는 것은 수치스러운 죄인이라는 굴레에서 해방되는 것이었고, 당당하게 한 여인으로 서게 하는 기쁜 소식이었습니다. 반면에 마리아의 잉태는 축복이라기보다는 염려스럽고 걱정스러운 일이었습니다. 결혼도 하지 않은 처녀가 아이를 잉태한다는 것은 그 자신이 죽을 수도 있는 일이었고, 사람들에게 무시당하고 외면당하는 일이며, 걱정스럽고 고통스러운 일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었습니다.
그러나 엘리사벳과 그의 태 안의 세례자 요한은 기쁨 속에서 성령으로 가득 차 마리아를 칭송합니다. 이에 성모님께서는 겸손하고 온화하게 모든 것이 주님의 은총이라고 노래합니다. 이렇게 마리아를 만난 엘리사벳은 인류를 구원하고자 하시는 하느님의 크신 자비를 자신의 삶에서 체험합니다. 우리의 삶이 어떠하더라도 우리가 체험하는 많은 만남을 통하여 주님의 은총을 발견하는 것은 신앙인의 기쁨입니다.
(신우식 토마스 신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