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두운 방 한 칸, 그 속에 웅크리고 들어있는 내 모습.
이게 나에게 가장 잘 어울리는 모습이라고 생각이 드는 건 정말이지 지독하게도 스스로를 학대하는 나를 잘 보여준다.
나는 왜, 언제부터, 무슨 계기로 나를 이렇게 학대하게 되었을까.
이렇게 생각하면서도 나는, 스스로가 너무 미덥지 못하고 이 세상 그 어떤 존재여도 좋으니 나만 아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고 어딘가에 나를 내세우기가 너무 두렵고 미천하다.
상담선생님은 늘 말한다.
본인은 그런 것을 위축감으로 느끼겠지만, 그 기저에는 스스로를 너무 높이 올려놓고 있다는 거라고.
내가 되어야 하는 어떤 것들이 너무 높은 기준으로 되어 있으면 당연히 그것에 못 미치는 나는 보잘것 없이 보이겠지. 그것과 같은 말이다.
안다 나도. 그렇지만 이걸 내 마음대로 조절할 수 있었다면 지금껏 고통받지도 않았겠지.
지금의 이 피로감과 우울감이 나에게 꼭 필요한 것일까.
나는 누구를 위해 살고 있는가.
누구를 위해 일 하는가.
누구를 위해 먹는가, 숨쉬는가, 자는가...
왜 난 잠잘때도, 먹을때도, 말할때도, 심지어 내가 하는 행동 하나하나를 누군가의 눈치를 보며, 검열을 받으며 하는가.
나는 왜 이렇게 나를 믿지 못하는가.
나는 대체 어디에 있는가.
나는 존재하지만 존재하지 않는다.
지금껏 친구들을 만날 때도, 심지어 엊그제만해도, 난 친구들의 기분이 좋으면 그걸로 되었다고 잘 해냈다고? 생각해 왔다. 아니, 그러고 있다는것조차 몰랐다. 그랬던 것 같다.
친구가 아무리 예민하게 굴어도, 친구가 아무리 내게 기분나쁜 말을 했어도 난 분위기를 흐리지 않아야 했다. 내가 잘 해야 한다고 생각해왔던 것 같다. 나는 없었다. 나라는 사람의 의견은 없었다. 나라는 사람이 어떻게 느끼는지, 그것에 대한 개념조차 없었다...
늘 더 잘하지 못하는 나를 보고 채찍질하고, 늘 사람들에 더 맞춰주지 못하는 나에 대해 비난하고 힘들어했다.
나는 대체 뭘 하는 사람이었던걸까..?
나는 왜 사는 거였을까...
내 이야기를 별로 듣고싶어 하지 않는 친구.
본인 뜻대로만 하고싶어하던 친구..
그럼에도 난 유쾌함을 잃지 않으려고 부던히 나를 끌어올리고 있더라.
중간에 갑자기 현타가 와서 기분이 좀 잡쳤다가 다른 곳으로 가면서 살짝 풀린 정도..
주말 내내 온 몸에 힘이 없었고, 아무것도 하기 싫었다.
계속 잠만 오고, 피곤하고, 오늘같은 기분이면 정말 죽는것도 별로 한이 남지는 않겠는데 하는 생각까지 드는걸 보고 내가 지금 많이 울적하구나, 내가 지금 왜 그럴까, 나는 왜 작은 행복마저도 가질 수 없는걸까, 왜 난 늘 이렇게 삶과 비참함의 경계에서 바둥바둥해야 하는가, 왜 늘 쫓기듯이 살아야 하는가, 왜 이렇게 늘 절망속에서 허우적대어야만 하는가...
수많은 생각이 오간 것 같다.
좀 불쌍한 것 같기도 하다.
늘 기준이 외부에 있고, 나는 늘 더 잘 해야 하는 사람이고 늘 부족한 쪽이고.
그 사람의 요구가 부당하든 부당하지 않든 그것과는 상관이 없다. 당연히 늘 내가 부족한 쪽이 되어버리는 것이다. 자동적으로...
난 그렇게 길들여졌고, 그렇게 자라왔다.
난 내가 할 수 있는 한계보다 늘 더 많은것을 요구받았고, 해내야 했고, 못해내면 혼났고 버림받을것 같은 공포감을 느꼈다.
그건 지금도 마찬가지다.
기능적으로 내가 완벽하지 못하거나 잘해내지 못하면 나의 가치는 제로, 나는 폐기처분 당하는 것이다. 마치 로보트처럼..
그리고 그러지 못하는 스스로를 비난하고 조롱하고 윽박지르느라 난 남들과 어울릴 자격도 없고 그냥 어두운 골방에 처박혀 있는게 어울린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여기에서 어떤 인간적인 자세를 찾아볼 수 있겠는지...
나는 인격체가 아닌가?...
나는 왜 이렇게 매번 쫄리는 마음으로 살아야 하고..
왜 늘 누군가로부터 미움을 사거나 공분을 사는건지..
나를 좋아해 주는 사람들이 많은 반면 나를 미워하는 사람들도 많다. 희한한 건, 나를 좋아해주는 것 같은 사람들이 또 나를 미워도 한다는 것이다.
다들 그렇게 사는건가?
유달리 나는, 질투, 시기와 같은 감정들을 많이 당했다. 말이 이상한가? 남녀를 불문하고 그런 감정들을 많이 겪어내야 했다. 지금까지도. 그 누가 저런 감정 속에서 행복할 수 있지..? 아무리 멘탈이 강해도 말이다. 내가 괜히 폐만 끼치는 사람이 된 것 같고, 기분이 좋을리가 있겠는지.
나도 편안한 분위기 속에서 예쁨도 받고싶고, 인정도 받으면서 스스로 잘 해 나가고 있다는 느낌을 가지며 살고싶다.
그런데 그럴수가 없다.
너무 많은 것들이 보이고, 너무 많은 것들을 알겠다. 다른 사람들도 그런건지..그렇지만 모르는 척 살아가는건지.
어제는 오랜만에 꿈을 꿨다.
좀 지나서 완전히 기억나지는 않지만...
백화점?에서 나는 할 일을 모두 마치고 이제 퇴근을 준비하고 있었다. 집에 가서 아무것도 하지 말고 쉬어야지, 하고 생각하면서 퇴근 준비를 하고 있었는데, 친구 하나가 어디를 가자는거다. 그 아이는 너무 당연하게 내가 같이 갈 거라고 생각하고 있어서 나도 모르게 난 아무것도 안하고 집으로 돌아가고 싶었지만 그녀를 따라가게 되었다. 그녀와 같이 간 곳은 시내의 한 빙수가게. 거기에는 이미 세 명의 다른 고등학교때 친구들이 앉아서 각자 1인 1빙수를 하고 있었다. 나도 같이 앉아서 빙수를 먹으면서 이런 저런 얘기를 했다. 그 세 친구들은 모두 약간 순한 타입의 친구들이었다. 나는 단발머리에 일자 앞머리를 하고 있었는데, 아이들은 나더러 '너는 결혼하기에 너무 쎄(?)'라고 했던 것 같다. 나도 스스로 인정하고 멋쩍게 머리를 만지면서 웃었던 것 같다..
이런저런 장면들이 더 있었던 것 같은데 기억이 잘 나질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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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샤워를 좀 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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