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나/연재-소녀의 기도-6
"하아..하아..."
태영은 가쁜 숨을 몰아 쉬었다.
평생 잊지 못할 하루가 될 것이다.
선영이 보는 앞에서 담대 한척 나섰지만 사실
제 정신이 아니었다.
그러고보니, 차가운 시선으로 머리가 으깨진
성이를 내려다보고 있는 선영이 두려워진다....
소 녀 의 기 도-6
---by min-A
502호에 살고 있는 주부는 아무리 생각해도 이상해
고개를 갸웃거렸다.
이제 막 결혼 한 신혼으로 반상회에 가면
새댁이라 불리는 여자였다.
501호는 맞벌이인데다 부부가 모두 늦게 귀가하고
중학교 다니는 딸애는 별로 사귐성이 없어서
거의 무관심한 집이었다.
하지만 도저히 무관심할 수 없는 일어나고 있었다.
다소 물새는 소리가 오래 간다 싶었지만 얼마나
물이 넘쳐 흐르는지 아예 현관문 밖으로 새어
나온지도 한참이 지난 것이다.
"안에 누구 없어요? "
더 이상 참을 수 없었던 새댁은 501호 현관을
손으로 두드리기 시작했다.
탕탕탕--
"안에 누구 없어요? 여보세요?"
벨도 눌러보고 주먹으로 치기도 했다.
하지만 501호는 조용했다.
"아무도 없나?"
새댁은 용기를 내어 현관문 손잡이를 잡았다.
손잡이가 돌아갔다.
"문이 열렸네?"
남의 집에 함부로 들어가서는 안되겠지만
이럴 경우는 할 수 없었다.
들어가서 대체 어디서 흘러내리는 지는 모르겠지만
이 쉴새 없는 물소리를 멈추어야 했다.
아침부터 12시가 넘은 지금까지 거의 두시간 반동안
나는 물소리였다.
끼잉---
새댁은 현관문을 활짝 열고 501호 안으로
들어 설려고 했다.
그 순간..
"헛--"
새댁은 손으로 입을 막고 얼어 붙은 듯
그 자리에 서고 말았다. 충격이 비명마저 앗아가 버렸다.
성일여중.
점심시간.
"송혜은!! 송혜은?"
수위 아저씨였다.
7반 교실로 다가 온 수위가 교실밖에서 송혜은을 찾았다.
"예?"
"여기 도시락."
"도시락이요? 싸 왔는데...?"
수위가 내민 건 분명 도시락이었다.
하지만 혜은은 이미 도시락을 열고
현정이, 유경이와 밥을 먹고 있던 참이었다.
미경이는 화장실에서의 일때문인지 밥생각이 없는지
그냥 책상에 엎드려 있었다.
"하여튼 받아라. 난 전해 주면 그만이니까."
"네에..."
수위가 건네 준 도시락은 왠지 낯이 익었다.
"이거 성이꺼 아냐?"
혜은이 자기 자리로 돌아 와 유경이에게 말했다.
"맞는 거 같은데?"
"뭐야?"
"열어 봐."
혜은은 도시락 뚜껑을 열었다.
별다를 바 없는 도시락이었다.
반찬 칸에는 튀김반찬이 있었고 소량의 쌀밥이
한 켠을 차지하고 있었다.
"뭐야? 그냥 도시락이네? 반찬이나 없애고 말지, 뭐"
혜은은 별 생각없이 튀김반찬을 집어 들며 말했다.
501호.
신고를 받고 달려 온 장승익과 김수민은 5층복도에서
발발거리며 기다리고 있던 새댁을 보았다.
아파트 안으로 경찰차 서너대도 진입해 있었다.
"형사 장승익입니다. 신고자십니까?"
장승익은 새댁의 눈앞에 신분증을 내 보였다.
새댁은 겁에 질린 눈으로 연신 고개를 끄덕였다.
"진정하십시오. 신고하게 된 경위를 좀 말씀 해
주십시오."
김수민이 새댁과 이야기하는 동안 장승익은 501호
현관문을 열어 젖히고 안으로 들어섰다.
역한 피비린내가 코끝을 찔렀다.
살펴보니 싱크대 수도꼭지에 고무호스가 매달려 있었다.
물은 그곳에서 쉴새 없이 흘러나오는 중이었다.
장승익은 싱크대로 걸음을 옮겼다.
철벅철벅..
한 걸음을 내디딜 때마다 바닥에 괸 흥건한 물이
소리를 냈다. 그러고 보니 집안은 온통 물천지였다.
천장에도 벽에도 물을 흩뿌린 모양이었다.
거실 한가운데엔 머리가 으스러진 성이가 죽은 채
누워 있었고 그녀의 몸에서 흘러 내린 피가
수돗물과 어울려 바닥에 고여 있었다.
장승익은 우선 카메라를 꺼내 사건현장을 부지런히
찍어댔다.
가스렌지는 조금전까지 사용한 듯 프라이팬에 식용유가
담긴 채 놓여져 있었다.
더구나 옆에는 튀김가루와 전분등이 보였다.
장승익은 육안관찰을 마친 후 수도꼭지를 돌려 조심스레
물을 잠궜다.
"후우--"
심호흡을 하고 장승익은 머리가 부서진 성이곁으로
다가갔다.
성이의 머리옆에는 골프채가 나뒹굴고 있었다.
한 눈에 봐도 골프채로 머리를 두들겼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성이의 주위는 특히 물에 스며든 핏빛 때문에 경계가
모호했다.
차려자세로 누워 있는 성이를 한 동안 보고 있던
장승익은 성이의 손을 슬쩍 들어 올렸다.
짜르륵..
물 흐르는 소리가 이렇게 기분 나쁘게 들린 적은 없었다.
"야! 송혜은... 송혜은..."
혜은은 입안에 튀김을 넣고 끊어 먹으려고 연신 입을
놀리는 중이었다.
그런 혜은을 보고 있던 유경이 비명을 내지르 듯 다급히
말했다. 튀김옷 아래에 숨어 있던 재료가 보였던 것이다.
"왜?"
튀김을 담배처럼 입에 문 채 혜은이 말했다.
"그거..그거..."
현정이도 무언가를 본 듯 안달하고 있었다.
혜은은 튀김을 빼내었다.
"엇!"
"어멋"
틀림없었다. 그것은 손가락이었다.
사람의 손가락이 혜은의 이빨자국을 안은 채 튀김옷을
벗고 놓여져 있었다.
현정이 다른 튀김을 젓가락으로 헤치기 시작했다.
손가락... 손가락...
모두가 손가락이었다.
"욱....우욱...."
혜은은 손으로 입을 막은 채 화장실로 달려 갔다.
속이 뒤집힌 것이다.
"사체는 15세의 이성이로 확인. 4차례의 두부파손으로
사망된 걸로 추정. 사용무기는 골프채 3번 아이언.
오른 손가락 4개 절단. 왼 손가락 5개 절단.
사망추정시간 오전 9시에서 9시30분사이."
장승익은 일단 그렇게 녹음을 한 후 다시 성이의
사체를 살폈다.
"어떻습니까?"
막 옆집 새댁과의 인터뷰를 마친 김수민이 들어섰다.
밖에는 이미 의경이 현관앞에 경비를 서며 다른
사람들의 출입을 통제하고 있었고
'수사중접근금지'라는 푯말도 내 걸렸다.
"글쎄..."
"글쎄라뇨?"
"성이라면 선영이하고 관계가 있지 않을까 싶은데
조금 다르단 말이야..."
"다릅니까?"
"파손된 두개골로 봐서는 분명히 남자의 힘이야.
키는 180은 족히 되겠는 걸? 몸무게는 최소 68이상.
굉장히 거칠어. 단도직입적으로 무차별적으로
두들긴거야.
그런데 선영이의 경고메세지의 연장선상인지
단순한 강도살해인지 모르겠어."
"도난품은 없는 것 같은데요?"
"그렇다면 선영이와 관련이 있다는 말이겠지...
안 좋은데?
누군가 제3의 인물이 적극적으로 선영이의 복수극에
참여하고 있다는 소리야.
분명히 이번사건의 범인은 신체 건장한 남성이야."
"그렇군요."
장승익은 손가락으로 머리를 툭툭 치기 시작했다.
생각을 정리 할 때의 그만의 버릇이 다시
시작되고 있었다.
"만약... 이 것이 선영이가 가담한 짓이라면
학교에 메시지가 전달 되겠지?
학생주임의 머리로 성이에게 메시지를 보냈던 것처럼.."
"학교에 알아 볼까요?"
"직접 가야 돼. 넌 바로 학교로 가.
전화통화를 시도할 경우 사건을 은폐할 수도 있어.
교장은 사건의 확대를 바라고 있지 않았으니까..."
"달리 시키실 건 없습니까?"
"아마도 메시지는 이 잘린 손가락을 통해서 보냈겠지?
가스렌지위의 프라이팬... 튀김가루와 전분, 계란...
손가락을 튀겨 냈군. 분명해.
성이의 손가락을 받은 사람이 다음 희생자가 될거야."
"그렇군요."
"하지만 의외의 가능성은 있어. 제3자의 개입은
선영이 맘대로 할 수 없다는 뜻이기도 하니까...
사건을 일으킨 스타일로 봐서 둘의 성격은 무척 달라.
다르다는 건 서로의 단점을 보완하는 최고의 콤비가
될 수도 있지만 내분이 일어날 가능성도 있다는 소리지.
하지만 대체 누가 선영이와 손을 잡았는지 모르겠군. "
"매개체는 혜림이 아닙니까?"
"그렇겠지? 혜림이 주변 사람들중 서울에 사는 사람으로
친인척관계에 대해 조사 해 봐.
그래도 안 나오면 혜림의 출신학교 동문중에
서울로 전학 간 남자친구를 찾아 보고.
그리고 학교 주변 곳곳에 cctv 설치 검토 해보고
주변 경찰병력 증원 요청 해."
"알겠습니다."
"기자들도 불러야 겠어.
이슈화 시켜서 범인을 위축시켜야 겠어.
이대로 내버려두면 점점 대담해 질거야. "
"언론플레이를 하자는 겁니까?"
"그렇지. 세상이 얼마나 무서운지 보여 주어야지.
두번째 사건이 터지는 순간 내 자존심은 무너진 거야.
나름대론 정당한 복수겠지만 어떤 이유로도 합리화
될 순 없어.
더구나 지문이나 족적도 남기지 않는 치밀함을
보이고 있어.
물로 희석시켜 버린거지. 이건 살인이야. "
"알겠습니다.. 그럼.."
"야, 너 진짜 대단하던데?"
아지트로 돌아 온 태영이 머리를 묶어 올리는
선영이에게 말했다.
"물 트는 건 어디서 배운 거야? 족적을 지우기 위해?
야하..."
"책에서 배웠어."
"책?"
"나한테 친구는 없었으니까... 책에 집중하기 편했어."
"훗. 그래? 다음엔 어떻게 할거냐?
오늘은 완전히 재수아냐?"
"몰라."
"역시 어렵지? 이젠 내 방식대로 하자."
"무슨 방식?"
"길에서 누가 누구인지 얘기만 해.
오토바이 타고 지나가면서 손도끼로 정수리를
그냥 내리 찍을 테니까."
"목격자가 너무 많아."
"생각 많은 년놈들은 이래서 안 돼.
그냥 깨부시는 거야.
이것저것 가리다 시간 다 지나간다구.
까짓 거 잡히면 어때? 잡히기 전에 다 깨 버리는 거야.
씨발, 잡히면 사형받지. 뭐. 난 준비 돼 있어."
"안 돼."
"왜?"
"혜은이 때문에..."
"그 년이 왜?"
"혜은이는 자가용으로 등하교 해.
다른 아이들을 그렇게 죽여 버리면 혜은이한테
접근 할 기회가 없어.
내가 정말 죽이고 싶은 애는 송혜은이란 말이야."
"지금은 기회가 있어? 비슷한 상황 같은데?"
"있어."
김수민이 학교에 도착했을 때 학교 분위기는
이미 엉망이었다.
성이의 죽음은 김수민이 이미 학교측에 알렸다.
학교측에서 쓸데없이 말을 돌리는 걸
사전에 방지하기 위함이었다.
이미 알고 있으니 쓸데없이 숨기려 하지 말라는
경고인 셈이었다.
교무실에선 손가락을 입안에 넣고 씹어댔던
혜은이 조퇴를 요구하고 있었다.
담임인 박현우는 곤혹스런 표정으로
그런 혜은을 달랠 뿐이었다.
김수민은 교내에서 한시도 떠나지 않으며
상황을 살피는 의경을 불렀다. 김형철수경이었다.
"무슨 일이야?"
"송혜은한테 배달된 도시락반찬이 사람손가락이었습니다."
"도시락?"
"보관하고 있습니다."
김수민은 새삼스레 장승익의 추리에 감탄했다.
학생주임을 죽인 범인과 동일범이라면 범인은
다음 희생자에게 메시지를 보낼 것이라는
예감은 적중했다. 그렇다면 다음은 송혜은이라는 말인가?
"조퇴하겠다고 저러는 거야?"
"예."
"조퇴한다고 결정나면 순찰차로 따라가며 엄호하라고 해."
"예. 아참. 교육부에서 이 학교를 방문한답니다."
"교육부?"
"예. 임시휴교령을 내리는 방안에 대해서 논의 한답니다.
벌써 한 학교에서 세명이나 죽었으니까요."
"임시휴교?"
"예. 그 기간동안 교육부감사에 들어가고 특별한
사유가 있다고 판단 될 경우 폐교 시킨다고
엄포가 대단한데요?"
"알아 봐야겠군... 어차피 장형사님이 알아서
하실거지만.."
세상은 급하게 돌아가고 있었다.
빈틈이라곤 없는 듯 보였다.
다음 날.
각 조간신문 사회면에 s여중에 대한 기사가 실렸다.
[한반에서 두 명 살해. 급우들 넋잃어
서울 00구 s여중 3학년 7반.
빈 책상위에 또 국화가 놓였다. 두 번째 국화였다.
전학온 지 하룻만에 살해당한 이혜림(16)양에 이어
일주일도 지나지 않아 이성이(16)양도 사체로
발견된 것이다.
불과 일주일 사이에 두명의 급우를 잃은 7반 학생들은
충격에 휩싸여 있으며 경찰은 학교주변 불량배에 대한
검문검색을 강화하며 인근에 경찰병력을 증원 배치했다.
이성이양의 담임인 박현우교사는 '성이는 성적은
중위권이었으나 평소 밝은 성격과 모범적인 학교생활로
급우들에게 인기가 많았다'라며 제자의 죽음을
아쉬워 했다.
한 편 7반의 또 다른 학생 김선영(16)양이 실종되어
반 친구들의 걱정을 사고 있다.
평소 친하게 지냈다는 송혜은(16)양은 잇따른 친구들의
사망과 실종에 침울한 목소리로
'선영이만큼은 제발 무사했으면 좋겠다'라는
심정을 피력했다.
학교재단측은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 학교에서 일어나고
있다'라며 조속하고 빠른 해결을 바랬다.
한 편 서울 교육청은 '모든 서울 시민이 실종된
김선영양을 찾는 데 힘을 모아야 할 것'이라고
지적하며 잇단 사고로 면학 분위기를 조성하지
못하고 있는 s여중에 대한 임시휴교를 고려하고 있다.]
기사옆에는 책상에 올려 놓은 국화화분과 침통한 표정을
짓고 있는 학생들의 얼굴이 사진으로 나왔다.
또 선영의 얼굴이 작은 사진으로 따로 처리되어 있었다.
경찰청.
"좋군. 엉터리 기사지만 성과는 있을 거야."
장승익은 조간 신문을 접으며 만족한 듯 중얼거렸다.
그런 장승익에게 김수민이 무언가 찾아 낸 자료를
들고 다가 왔다.
"전에 말씀하신거요.
몇명 압축했는데 가장 유력한 용의자입니다.
허태영. 이혜림과는 이종사촌간입니다.
폭주족으로 꽤 유명한 녀석이구요.
절도, 강도치상 전과 있습니다.
선영의 실종시기와 이 친구의 실종시기가 일치합니다."
"실종?"
"예. 워낙 집밖으로 잘 돌아 다니는 친구이긴 합니다만
최근엔 마음을 잡고 검정고시를 준비했다고 합니다.
최근 6개월간 처음으로 집을 나간 시기가 선영의
실종시기와 꼭맞아 떨어집니다."
"유력하군."
"그렇습니다."
"같이 붙어 다니는 애들이 있을 거 아냐?"
"찾고 있습니다. 폭주할 때 무더기로 입건 된 경력이
있습니다.
같이 폭주 뛰던 애들중 태영의 학교 선후배,
동네 친구들을 중심으로 열람중입니다."
"오케이.... 기동대 항시 대기하라고 해."
"캐치한 것 같습니까?"
"거의. 도망갈 데 없어. "
장승익은 확신에 찼다.
이제 선영이를 잡을 일만 남은 것 같았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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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녀의 기도 6
★태지영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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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01.19 18: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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