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루돌프는 운다.
"있지, 형! 난 커서 루돌프가 될꺼야!"
알록달록하고 신나는 캐롤 송들이 내 귓전에 울리고, 나는 여자친구도 없이 쓸쓸하게 어린 동생 녀석과 걸어가고 있었을 때,
어디서 주워들었는지 동생 녀석이 한 이 말 한마디는 나의 배를 아프게 만들기에는 충분했다.
"뭐, 뭐라고? 하하하하하핫!"
조그만 녀석이 어디서 루돌프를 들었는지 눈을 반짝 반짝 빛내면서 힘찬 목소리로 말하는데, 그 모습이 귀여워서일까 아니면
녀석이 한 말이 너무나도 웃겨서 일까 몇 년 묶은 웃음을 단 몇 초만에 다 터트려 버렸다.
"형, 또 술 마셨어?"
"하하, 하하, 미안 미안 재현아."
녀석, 쪼그만게 내가 술만 마시면 웃는줄 아나?
푸른색의 털모자와 보다 더 진한 푸른색의 목도리에 하얀색의 뜨게질을 한 장갑을 낀 조그만 녀석은
그, 벙어린 낀 장갑으로 내 손을 꼬옥 잡고서는 나를 향해 반짝 반짝 눈빛을 빛내면서 보고 있었다.
아까 너무 웃어서 부작용이라도 온 것일까, 숨이 너무 차서 입 사이로 빠져 나오는 따스한 김이 눈에 보였고, 재현이는 그것을 보면서 웃으면서 나를 따라서 김을 뱉었다.
"나도 할 수 있어! 하아~ 하아~"
"짜식, 으으, 춥다!"
이 쪼그만 녀석을 성큼 안아올려서는 집으로 올라가는 오르막길을 걸어가고 있었다.
생각보다 왜 이렇게 무거운지, 작년까지만 해도 훨씬 더 가벼웠는데 말이다. 나도 모르게 헥헥거리면서 그 오르막 길을 올라가고 있었다.
"형, 산타클로스 할아버지는 뚱뚱하지?"
"응? 어"
무슨 생각이길래 산타클로스가 나오냐? 하긴, 6살이면 아직은 산타클로스를 믿을 때 아니겠냐? 그래, 그 때가 좋은거다.
요즘 애들은 조숙해서 산타클로스같은건 안 믿는다고 하던데 저녀석은 바보라서 저런가?
"그럼, 그 뚱뚱한 산타클로스 할아버지가 타고 있는 썰매를 루돌프가 끌어주잖아?"
"어, 그런데?"
"에이, 형은 바보다."
매번 느끼는 거지만 저런 조그만 녀석한테도 듣는 바보라는 소리는 가히 기분이 좋지 않다.
속으로 쪼그만게, 쪼그만게, 하면서 궁시렁 거리고는 뒤늦게 대꾸해 준다.
"왜?"
"루돌프는 무적이야! 힘이 무지하게 쎄!"
"........."
어디서 저런 공식이 나왔을까?
내심 저녀석의 무게가 늘은 것은 바로 저 쓸데 없는 상상을 해서 대가리가 무거워진 것이 아닌가 하고서는 진심으로 진지하게 고민했다.
"하아, 하아. 힘들어. 이 놈아. 알아서 좀 내려."
"흥, 형이 먼저 업어줬잖아. 못됐어."
"그래 그래, 형은 악마고, 못됐어."
"응. 그래도 형은 똑똑해."
"그래, 그래."
매일 매일 저녀석이 하는 말을 건성으로 대답하고서는 따뜻한 방의 온기를 마음껏 느끼면서 거실에서 뻗었다.
그런 나를 보면서 뒤늦게 총총걸음으로 온 녀석은 한심하다는 듯이 한숨을 쉬면서 TV를 켰다.
"형! 형!"
그대로 잠의 유혹을 받아들이고 있었을 때, 재현이 녀석은 큰 소리로 나를 부르고,
작은 두 손으로는 내 몸을 흔들면서 나를 깨우고 있었다. 쳇, 잠의 유혹은 정말로 달콤해는데.
아쉬움을 뒤로 하고서는 눈을 슬며시 떠 보니, 녀석은 TV를 가르키는 것이다.
뭐야, 맨날 하는거잖아. 나홀로의 집.
"산타클로스 나오는거 아니잖아."
"응"
그래, 저건 분명히 산타클로스가 안 나오는거지. 음, 그래.
그러자 재현이 녀석은 눈물을 글썽거리면서 나를 탁, 탁 때리는 것이다.
별로 아프지는 않았지만 갑작스런 녀석의 눈물에 놀랐던 나였기에 나는 당황했버렸고, TV 리모컨을 만지작 거리면서 이리 저리
채널을 돌리면서 산타클로스가 나올만한 채널을 찾아보고 있었다.
"야,야 왜 울어? 조금만 기다려봐. 산타클로스 나올꺼야."
그러자, 조금 있다가 다행스럽게도 산타클로스 복장을 한 어느 사람이 나오는 프로그램이 나타났다.
나는 속으로 쾌재를 부르면서 녀석을 바라보니, 녀석은 언제 울었냐는 듯이 눈을 초롱초롱 빛내면서도 TV를 보고 있었다.
"휴우,"
그리고는 녀석의 눈물 자국을 닦아 주고서는 아까 벗지 않은 코트를 벗어서 옷걸이에 걸려고 방으로 들어갔을 때였다.
"으아아아앙, 저건 가짜야아아"
또 뭐길래, 하면서 TV를 바라보니. 젠장할. 저 망할 프로그램은 가짜 산타를 보여주고서는 가짜 수염도 벗기고, 모자도 벗기는 것이 아닌가.
"야, 야, 뚝 그쳐. 어디 사내 녀석이 맨날 질질 짜냐? 원래 산타는 없는거라구."
"으아아아아앙, 아냐, 아냐, 있다구! 있어! 내가 루돌프도 봤는데!"
"음, 어디서 봤냐?"
"....... 몰라. 봤어. 봤어."
저 조그만 것. 또 억지부리는 거 봐라. 어디서 저렇게 울 힘이 남아 있는지.
머리가 지끈 아파오는 것 같았다.
내가 말리지도 않고 그대로 녀석을 보고만 있자, 녀석은 이젠 바닥에 누워서 팔과 다리를 자유자재로 이용하여 심하게 요동을 치는 것이다.
"그만해, 그만해."
"루돌프 어디서 봤는지 기억나?"
"음, 아마 저기 밑에 있었던 곳이었어. 내가 가면 알아."
아, 이 따뜻한 온기를 또 벗어나야 한단 말인가.
잔뜩 녀석을 흘겨보고서는 아까의 코트를 다시 입었고, 재현이는 신이 나는지 장갑을 끼고, 모자를 쓰고, 목도리를 하고서는 진나게 들떠 있었다.
"임마, 니가 본건 가짜야."
"아냐, 내가 본건 가짜 아냐."
내리막길을 내려가고 있었을 때, 잔뜩 심술이 나서 녀석에게 말했는데 녀석은 웃으면서 아니라고 당당하게 말한다.
신나게 내리막길을 달리고, 나는 이제는 평평해진 길을 걸으면서 녀석의 조그마한 손을 꼬옥 잡고서는 걸어갔는데,
녀석은 어디론가 능숙하게 걸어가고 있었다. 시내로 나가는 익숙한 길이라서 녀석이 가는데로 가만히 가고 있었다.
그리고 그 조그만 녀석이 손으로 가르킨 곳은 캐롤송과 함께 종소리가 울리는 곳.
"불우이웃을 도웁시다!"
"불우이웃을 도웁시다!"
바로 산타 복장을 한 어느 아저씨와 남자가 구세주통을 옆에 두고 외치는 것이었다.
요즘 날씨가 너무 추운데, 그 추운 날씨에도 외치는 저 아저씨들과 빨갛게 볼과 귀가 얼었을 것을 생각하니 나도 모르게 고개가 푸욱 숙여졌다.
"형! 가까이 가야해! 그래야 봐!"
나는 무슨 소리인지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녀석이 나를 끄는 작은 힘을 향해 몸을 맡겼다.
그리고 난, 그 이유를 알 것만도 같았다.
녀석은 작은 골목길 사이로 나를 끌고 갔는데, 그 곳에는 작은 루돌프가 있는 것이었다.
그 작은 루돌프는 눈을 촉촉히 빛내면서 나를 바라보고 있었고,
차가운 시멘트 바닥에 쪼그려 앉아서 잠시 바람을 피하는 것인지, 아니면 너무 추워서 인지, 조그만 골목길 사이에 앉아 있었다.
그 아이의 눈은 금방이라도 울 것만 같았고, 또 어제도 울었는지 눈가가 통통 부어 있었다.
"봐봐, 쟤가 루돌프야. 근데 좀 비실비실 해."
저번에 글을 올렸을 때, 놀라웠습니다. 조횟수가 어마어마;; 하핫 하지만 기뻤어요!
부족한 제 글을 읽어주신 분들 감사합니다. 그리고 이번 글 역시 읽어주신 분들 감사합니다.
아직은 멀었지만 곧 다가올 크리스마스를 즐겁게 보내세요//
첫댓글 재밌게봤어요. 우선 독특한 소재에 반했어요. 앞으로도 건필하세요.
제목이 눈에 띄어서 봣는데, 재미있어요~ 어린아이의 때묻지 않은 순수함을 느꼇다고해야되나? 암튼, 앞으로도 건필하세요^0^
사과녀님 리플 감사합니다. 독특한 소재라니요, 누구든 다 한번씩 생각해 봤을 꺼예요 ^^
설혈님, 리플 감사합니다. 아, 재밌었다니 저는 정말로 기분이 좋군요 ^^ 설혈님도 건필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