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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부턴가 우리 사회에서는 나이든 사람들을 보면 할머니, 할아버지로 부르지 않고 어르신으로 부르는 것이 보통명사가 되었다.이와 함께 노인老人이란 말도 사회적 정의로 구분할 때나 쓰는 용어가 된지 오래다.역설적으로 실제 나이든 사람들도 어르신이라고 불리어지는 것이 대우를 받는다고 생각해서 모든 사회적 호칭이 어르신으로 정착되고 있다.사회복지시설이나 병의원, 시장이나 서비스업에 종사하는 분들은 어르신대신 좀 더 친근한 호칭으로 어머님, 아버님이라고 불러서 일촌 관계의 친근함을 파고 들기도 한다.
우리나라에서 공식적인 노령연금 혜택이 주어지는 나이는 만65세부터다. 이는 그 나이를 노인이라고 인정하고 연금 혜택은 물론 지하철 무료승차 등 각종 사회적 혜택을 부여하고 있는 것이다. 실제로 평균 수명과 기대수명이 이미 백 세 시대인 시점에서 노인을 구분하는 나이도 상향 조정해야 한다는 여론이 높아가는 것도 이젠 65세가 되어서 직업을 갖거나 사회활동을 왕성히 하는 장년세대라는 관념이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이런 상황에서 노령 인구는 급격하게 늘어나고 청년층들은 결혼을 기피하고 출산을 일부러 회피하는 사회분위기가 조성되고 있는 지경이고 보면 우리 사회의 노인과 어른의 기준은 정립되어야 할 것 같다.
먼저 우리 주변에서 어른 또는 어르신으로 불릴만한 사람들이 얼마나 있는지 돌아볼 일이다. 무조건 자연적인 나이를 먹었다고 해서 어르신, 또는 어른으로 부른다는 것은 어쩐지 부자연스럽고 억지스럽다는 생각이 든다.
가수 이승환은 얼마 전 자신의 SNS 계정에 "얕고 알량한 지식과 빈곤한 철학으로 오랜 세월이 지났음에도 지혜롭거나 통찰력이 있는 어른을 찾기란 귀하고 드문 존재다"라고 밝힌 적 있다. 이는 나이를 먹었다고 해서 당연히 어른이나 어르신이 되는 것이 아니고, 세상을 살아가는 지혜와 통찰력이 없다면 그냥 나이든 사람, 즉 노인이라는 뜻이다.
경남 진주에서 평생 한약방을 했던 김장하 선생은 "똥은 쌓아두면 구린내가 나지만 흩어버리면 거름이 되어 꽃도 피우고 열매도 맺습니다. 돈도 이와 같아서 주변에 나누어야 사회에 꽃이 핍니다"라는 말을 하고 평생 모은 재산 수백억 원을 사회에 환원하며 시민운동과 사회운동가로 지역사회를 위해 헌신하며 살고 있다.그를 부를 때 진주 사람들은 '어른 김장하'라고 부른다. 가난한 집안에서 태어나 중학교만 겨우 마치고 삼천포의 한약방 점원으로 일하면서 주경야독으로 공부해서 최연소 한약업사 자격을 취득하고 한약방을 개업해 평생 모은 돈을 학교를 설립하고 대학의 후원회장을 맡고, 지리산 살리기 생명운동과 진주신문 이사장, 남성문화재단 이사장을 맡으면서 천 명이 넘는 학생들에게 장학금을 수여하고 시민 활동가로 자전거를 타고 다니면서 평생을 검소하게 살아왔다.
이런 그의 행보를 보고 주변 사람들은 모두 ‘어른 김장하’라고 부른다.
공자는 군자상달君子上達 소인하달小人下達이라고 했다. 곧 어른은 군자를 지향하는 사람이라는 뜻이다. 다시 말하면 여기서 군자는 어른을 뜻하는 것으로 근본이 정직하고 옳은 것을 좋아하며 남의 말을 잘 이해하고 의도를 잘 파악하며 자기를 낮추는 사람을 일컫는다. 그것이 일에서나 가정에서 서로에게 통달하는 것이다.또한 어른은 정신적인 것을 지향하여 날마다 지혜를 추구하며 정진하는 사람이므로 가히 따르고 싶은 사람인 것이다. 또한 소인은 물질적인 것이나 자기 이익에만 집착하니 자기 본능에만 충실한 노인에 가깝다는 말이다. 우리가 어른이 되려면 채우는 것보다 비우는 것에 익숙해야 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인생을 살아가는데 있어서 지식이 덧셈이라면 지혜는 뺄셈이다. 노인은 덧셈을 생각한다면 어른은 뺄셈을 즐기는 삶이다. 누구에게나 어디서나 베풀기를 좋아하고 입은 무겁게 하고 지갑 열기를 좋아하는 사람이 진정한 어른이다.그런데 우리가 만나는 나이든 사람들은 과연 이런 이치를 행동으로 옮기면서 살고 있는 사람이 얼마나 되는지 돌아볼 일이다. 나이가 들어서도 자기 아집에 사로잡히지 않고 세상을 보는 지혜와 깨달음이 남다르고, 젊은 사람들이 믿고 따를 수 있는 인품을 지니고 이를 실천하는 사람이 사회적 존경을 받을 수 있는 것은 물론, 건강하고 성숙한 국가의 미래를 후손들에게 물려줄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이는 결국 우리가 너무 먹고 사는 일에만 급급해 주변을 돌아보지 못하고 자기 밥그릇 챙기기에만 급급한 삶을 사느라 아름답게 나이 드는 법을 배우지 못한 까닭이 아닐까? 날로 사회적 갈등이 심화되어 가는 요즘 현실을 바라보며 종심從心을 향해 가는 내 발걸음부터 진정한 의미를 찾아가야겠다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