율법의 주인이신 주님, 주위 사람들로부터 죄인이라 불리었던, 또한 스스로를 죄인이라 생각하던 많은 사람들을 죄의 속박으로부터 자유롭게 하신 주님께서는 찬미 받으소서! 물질의 노예가 되어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율법은 인간 스스로의 힘으로 하느님과 같아질 수 있는 무기가 아님을 깨닫게 하시고, 희망이 없이 살아가는 소외된 이들에게는 당신만이 주실 수 있는 자유를 허락하소서. 마침내 피조물인 저희 모두가 구원은 오직 하느님만이 하실 수 있음을 깨닫게 하소서.
오늘의 기도지향
세상을 떠난 이들을 위하여 기도합시다.
주님, 이 세상을 떠난 모든 이가 주님 안에서 평안히 쉬게 하시고 살아있는 동안 지은 모든 죄를 용서해 주시며 주님의 부활로 영원한 생명을 얻어누리는 은총을 주소서.
오늘의 말씀
연중 제9주간 토요일 마르 12,38-44
그때에 예수님께서는 군중을 38가르치시면서 이렇게 이르셨다. “율법학자들을 조심하여라. 그들은 긴 겉옷을 입고 나다니며 장터에서 인사받기를 즐기고, 39회당에서는 높은 자리를, 잔치 때에는 윗자리를 즐긴다. 40그들은 과부들의 가산을 등쳐 먹으면서 남에게 보이려고 기도는 길게 한다. 이러한 자들은 더 엄중히 단죄를 받을 것이다.” 41예수님께서 헌금함 맞은쪽에 앉으시어, 사람들이 헌금함에 돈을 넣는 모습을 보고 계셨다. 많은 부자들이 큰 돈을 넣었다. 42그런데 가난한 과부 한 사람이 와서 렙톤 두 닢을 넣었다. 그것은 콰드란스 한 닢인 셈이다. 43예수님께서 제자들을 가까이 불러 이르셨다. “내가 진실로 너희에게 말한다. 저 가난한 과부가 헌금함에 돈을 넣은 다른 모든 사람보다 더 많이 넣었다. 44저들은 모두 풍족한 데에서 얼마씩 넣었지만, 저 과부는 궁핍한 가운데에서 가진 것을, 곧 생활비를 모두 다 넣었기 때문이다.”
오늘 복음이 전하는 가난한 과부의 ‘렙톤 두 닢’ 헌금 이야기를 읽으면서 옛 추억이 떠올랐습니다. 아직 어머니께 말씀드리지 않은 비밀입니다. 어린이 미사가 있는 아침이면 어머니는 꼭 오백 원을 손에 쥐어주셨습니다. 헌금으로 내라고 주신 돈입니다. 잘생긴 이순신 장군과 멋있는 거북선이 그려져 있는 푸르뎅뎅한 지폐였습니다. 그 당시 어린이 시내버스 요금이 60원이었으니 저한테는 적은 돈이 아니었습니다.
그렇게 오백 원을 쥐고 성당으로 가는 길에 ‘엄청난 유혹’이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갤라그라는 컬러화면으로 된 최신 전자오락입니다. ‘딱 한 판만이다!’ 하고 시작한 것이 어느 새 오백 원은 동전으로 바뀌어 있었습니다. 정신없이 할 줄도 모르는 오락을 하다보면 언제나 오십 원만 남았습니다. 헌금으로 고작 오십 원을 내면서 매번 부끄럽기 짝이 없었습니다. 다 쓰고 남은 동전을 드리는 마음을 예수님이 내려다보시는 것 같았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가난한 과부의 헌금 이야기’를 들으면서 마음 깊이 뉘우쳤습니다. 어린 마음에 오락실 ‘갤라그’보다 당연히 예수님이, 하느님이 더 좋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저는 킹콩을 하기로 했습니다. 킹콩은 한 판에 이십 원짜리 흑백오락입니다. 그리고 나머지는 예수님께 봉헌하면서 ‘딱 한 판은 봐주세요!’라고 기도했던 순수한 추억이 떠오릅니다.
그런데 예수님께서 이자를 ‘톡톡히’ 셈하고 계셨나 봅니다. 한 번에 이십 원씩 봐주시더니 ‘밀린 헌금’을 온몸으로 갚으라고 이렇게 저를 신부로 만드셨으니 말입니다. 그래도 이제는 ‘갤라그’보다, ‘킹콩’보다 예수님을 사랑합니다!
나창식 신부(서울대교구 대림동천주교회)
의인과 죄인을 가르는 율법
나자렛 예수
율법에 따르면 사람들은 의인과 죄인으로 구분된다.
세리 ․ 목동 ․ 푸줏간 주인(백정) ․ 의사 ․ 고리대금업자 ․ 개똥수거꾼 등은 천한 직업을 가졌다고 하여 죄인으로 취급받았다. 특히 의사가 죄인 취급을 받는(정확히 말해 '도둑질과 같은 직업으로 천대받는') 이유는 부자는 우대하면서도 치료비를 잘 내지 못하는 가난한 사람들은 소홀히 대했기 때문이라고 한다.
그래도 직업상의 죄인은 직업을 바꿀 여지나 있지만, 아예 날 때부터 죄인도 있었다. 사생아 ․ 앉은뱅이 같은 병자 ․ 이방인 ․ 사마리아 사람 ․여자 등이 이런 부류에 속한다.
율사들의 견해야 따르면 율법을 치밀하게 지키는 자만이 의인의 대열에 낄 수 있었다. 그러나 '율법을 지켜 의인이 된다.'는 사고방식의 이면에는 대단히 위험한 생각이 들어 있는데, '구원의 주도권이 인간의 손에 달려 있다.'는 논리가 그것이다. 즉 율법을 완전하게 지켜서 인간 스스로의 힘으로 의로워질 수 있다는 교만이 숨어 있는 것이다(율법지상주의). 마치 저 옛날 하느님과 같아지려고 선악과를 따먹은 인류의 조상처럼 말이다. 예수는 이렇게 구원의 우선순위를 제멋대로 정한 건방진 자들에 대해 통렬한 비판을 퍼부었다. 구원의 열쇠는 인간이 아니라 하느님이 쥐고 있는 것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