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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자에도 없는 호주 어린이집 취재
출처: http://indizio.blog.me/30147011461 [출처] 팔자에도 없는 호주 어린이집 취재|작성자
8월 말에 호주의 보육정책을 취재하기 위해 시드니로 일주일 출장을 갔었다. 아이를 키워본 경험이라도 있으면 좋겠지만, 노총각 신세라 호주는 커녕 우리나라의 보육지원 시스템이 어떻게 되어있는지도 몰랐다. 막막했지만 다행히도 많은 분들, 특히 코트라 시드니 무역관에서 많이 도와주셔서 무사히 취재를 마쳤다. 감사합니다.
내가 잘 모르는 분야라서 더욱 더 많은 사람들을 인터뷰 했던 것 같다. 잘 아는 분야였다면 핵심이 되는 두 명 정도만 콕 찝어서 했을텐데..... 아는 게 없으니 여기저기 섭외를 부탁해서 무작정 사람을 많이 만날 수 밖에 없었다. 어린이집 원장선생님을 두 분 뵈었고, 대학교수 한 분, 공무원 한 분, 기자 한 분, 일반 시민 두 분, 한국 교민 세 분, 이렇게 총 아홉 분을 인터뷰했다. 이 중 전화인터뷰는 두 분이었고 나머지는 일곱 분은 직접 만났다. 덕분에 서울로 돌아오는 비행기를 탈 때 즈음엔 웬만한 호주 전문가보다 내가 더 많이 알고 있겠다는 생각까지 들었다.
그 다음은 기사를 써야했다. 영자신문사에서 오래 일한지라 나는 아직 영자신문식 신문기사 쓰는 법이 익숙하다. 그런 방식으로 내가 쓴 기사는 회사에 돌아와서 고쳐써야 했다. 거기에 데스킹 과정을 거쳐서 한국어 신문에 맞는 형태로 고쳐졌다. 길이도 훨씬 짧아지고 논리도 많이 단순해졌다.
신문에 올라간 버전(링크)과 블로그 버전을 비교해봐도 재미있을 것 같다. 장단점이 있다. 아래 옮겨놓은 블로그 스타일(영자신문스타일)은 딱 부러지는 주제가 없고 산만하지만, 난 그게 오히려 현실을 더 잘 반영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세상에 간단하고 단순한 진실이란 없기 때문이다. 한국어 신문들은 항상 너무 세상을 단순화시킨다.
한국어 신문 기사들은 단순한 논리를 따르는 만큼 빨리빨리 보고 쉽게 이해하고 지나가기 좋다. 필요한 핵심만 짚어주고 나머지는 과감히 생략한다 (물론 그러면서 기자 본인의 의견을 '전문가들은...말한다'라는 식으로 둘러대는 편법들이 쓰이기도 하지만).
아래 기사 같은 경우도 어찌보면 신문에 그대로 실리지 않은 것이 당연하다. 애를 데리고 곧 호주로 이민갈 사람이 아니고서야, 혹은 특별히 호기심이 많은 사람이 아니고서야, 현지인들도 복잡하다고 느끼는 호주의 보육제도를 미주알 고주알 설명해 놓은 기사를 볼 이유는 없을 것이다. 그래도 혹시 필요한 사람이 있을지도 몰라 기록은 남겨 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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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진국 호주에선 애 키울만 할까?
노스라이드 유치원.
부모의 동의없이 외부인이 아이들의 얼굴이 나오는 사진을 찍을 수 없다.
그런데 한 아이에게 내 카메라를 빌려주었더니 걔가 알아서 자기 친구 사진을 찍어가지고 왔다.
지난 달 20일 찾아간 시드니 외곽의 노스라이드 유치원 (North Ryde Community Preschool). 이곳 마당에서 놀고 있는 아이들은 모두 모자를 쓰고 있었다. 햇볕이 강한 호주의 기후 때문에 연방정부에서 아이들에게 사시사철 모자를 씌우도록 강제지침을 내린 것이다. 원장인 로라 타바-페트렐리 씨는 “아이들은 선생님을 따라 하기 때문에 선생님들도 반드시 모자를 쓰도록 하고 있다”라고 말하며, 기자가 보는 앞에서 모자를 쓰지 않고 있던 보육교사들에게 다가가 일일이 지적했다.
모자 착용은 호주정부가 0-5세 아동보육시설에 적용하고 있는 수많은 규제 중에 하나일 뿐이다. 호주정부의 아동교육 지침은 보육원의 운영시간, 교사의 자격, 아동 당 교사 수와 같은 일반적인 사항뿐 아니라 교육 프로그램, 급식 메뉴, 놀이기구의 품질, 수도꼭지 규격 같은 세세한 항목까지 다루고 있어, 이를 A4 용지에 출력할 경우 무려 364 페이지에 달한다. 이러한 지침들을 어길 경우 정부지원금을 받지 못하거나 심한 경우 운영허가를 몰수당한다.
이러한 정부의 강력한 규제 덕분에 호주인들은 국공립보육원의 시설과 교육 프로그램, 보육교사들의 수준에 대해 강한 신뢰를 갖고 있다. 시드니에서 사무직으로 일하며 두 아이를 키우고 있는 교민 박근혜 씨(실명이십니다......초등학교 동창중에 육영수라는 분도 있었다고..)는 “호주는 선진국답게 보육시설의 퀄리티가 높다. 호주 엄마들은 아이를 보육시설에 맡길 때 단순히 돌봐달라는 것 이외에도 아이에게 사회생활을 시켜달라는 기대까지 걸고 있다”라고 말한다.
그러나 다수의 영유아들은 이런 시설의 혜택을 보지 못하고 있다. 보육시설의 수가 절대적으로 부족하기 때문이다. 호주 통계청의 2010년 자료에 따르면 만 2세 이하 아동의 정식 어린이집 이용비율은 22퍼센트에 불과했고 특히 12개월 미만 유아의 경우는 9퍼센트였다. 정부의 강력한 정책에도 불구하고 대부분의 호주 아기들은 뛰어난 시설의 어린이집을 이용해보지도 못한 채 가정이나 놀이방에서 키워지고 있는 것이다.
이렇게 어린이집이 부족한 이유는 수많은 지침을 준수하며 운영하는데에 비용과 노력이 많이 들고 시설을 확장하는 것도 쉽지 않기 때문이다. 민간기업은 규제가 심하고 수익률도 높지 않은 보육사업에 뛰어들기를 꺼려하기 때문에 사립 어린이집은 숫자도 적고 있다 해도 보육료를 비싸게 받는다. 따라서 한국과 마찬가지로 숫자가 충분하지 않은 국공립 혹은 지역주민들이 자체적으로 운영하는 어린이집에 엄마들이 몰리고 있다.
유치원도 마찬가지다. 노스라이드 유치원의 경우 매년 정원의 두 배수에 달하는 대기자가 발생한다. 그나마 규정에 따라 직원 자녀나 원주민(어보리진) 가정, 미혼 가정, 장애가 있는 아동과 저소득층 가정 등에 우선권을 주고 나면 나머지 가정의 자녀가 집 근처 보육시설에 들어가는 것은 하늘의 별따기가 된다. “대부분의 부모들이 아기를 맡길 유치원 예닐곱 곳 이상 리스트에 이름을 올리지만 그것도 다 실패할 때도 있다”라는 것이 타바-페트렐리 원장의 설명이다.
아이 맡기는데 연간 2-3천만 원은 기본
설령 대기리스트의 바늘구멍을 통과했다 하더라도 보육비를 마련하는 것 역시 만만치 않다. 1인당 국민소득(명목GDP)이 한국의 3배에 달할 정도로 인건비가 높은 호주에서 2년제 혹은 4년제 대학에서 아동복지를 전공한 보육교사를 고용하는 데에는 많은 돈이 든다. 또 보육교사들은 법에 의해 하루 8시간 이상 일할 수 없으므로 하루 종일 아이를 봐주는 시설의 경우 교대근무를 할 보조교사까지 필요하다. 급식의 품질과 시설관리에 들어가는 돈도 만만치 않다. 이러한 비용은 고스란히 부모가 내는 보육비로 전가된다.
포섬즈코너 보육원의 간식시간
역시 얼굴이 나오면 안된다는 규정 때문에 멀리서 찍었다. 그래서 사진 화질이 개판이다.
노스라이드 유치원의 경우 만 2세에서 5세 사이의 취학전 아동을 9시부터 3시까지 여섯 시간 돌봐주는데 하루 42 호주달러(약 5만 원)을 받는다. 0-2세 유아의 경우는 훨씬 더 많은 돈이 든다. 인근의 포섬즈코너 보육원 (Possums’ Corner Childcare Centre)은 아침 9시부터 저녁 7시까지 아이를 맡아주면서 매일 102 호주달러(약 12만원)를 받는다. 보육원 원장 린다 헌 씨는 “지역에 따라서 또 맡아주는 시간에 따라 다르지만 보통 이 정도라고 보면 된다. 여기에 교재비나 과외활동 비용은 추가로 내야 한다”라고 말했다. 1인당 소득수준이 높은 호주라 해도 일반 가정에는 큰 부담이 가는 액수다.
이러한 높은 보육비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호주정부에서는 여러 가지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저소득 가정과 미혼모들에게는 갖가지 현금혜택도 주어진다. 그러나 중산층 이상의 일반 가정이 기대할 수 있는 것은 CCR(Child Care Rebate)라고 불리는 세금공제 혜택이 거의 전부다. CCR은 한 가정이 지출하는 보육비에서 최대 50%에 해당하는 돈을 세금정산 후에 돌려준다. 그러나 이 공제는 아이 한 명당 7500호주달러(약 9백만 원)까지만 받을 수 있다.
예를 들어 어떤 가정이 유아 한 명을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보육원에 맡긴다고 가정하면 1년에 약 25000호주달러(약 3천만 원)을 내야 한다. 이중 최대한도인 7500호주달러를 세금공제로 돌려받지만 나머지 17500호주달러(약 2천1백만원)는 부모가 부담해야 한다. 일반적인 ‘워킹맘’ 수입의 절반이다. 사립보육원은 이보다 더 비싸다. 여기에 과외활동비나 의료비, 의류구입비까지 생각하면 육아비용은 눈덩이처럼 불어난다.
국공립 어린이집 이용 중산층 가정의 연간 보육비 지출 (예시)
1년 이용료 약 25000호주달러 (약 100달러/일 x 250일)
- 세금공제혜택(CCR) 7500달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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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인부담 17500달러 (약 2천1백만원).
노스라이드 유치원의 행정교사인 엘 왐슬리(왼쪽)과 로라 타파-페트렐리 원장
선생님들 얼굴 사진은 막 찍어도 된다.
회계사도 이해 못하는 복잡한 보육제도
높은 비용도 골칫거리지만 제도 자체가 복잡한 것도 부모들에게는 큰 문제다. 정부의 보육지원제도가 너무 다양하고 복잡하여 어떤 것을 이용하고 어떤 정부지원을 받는지 알기 어렵고, 따라서 아이를 키우면서 얼마나 많은 돈이 나가게 될지 미리 계획을 세우기 힘들다. 호주 역시 한국과 마찬가지로 국공립보육원들과 사립 보육원, 놀이방, 유치원 등 다양한 보육시설들이 있고 육아도우미를 쓰거나 가정에서 키우는 경우도 있다. 여기에 개인의 소득상황과 가정환경, 거주지 등에 따라 받을 수 있는 정부지원이 천차만별이다. 이에 대해 노스라이드 유치원의 타바-페트렐리 원장은“나도 솔직히 이런 제도들을 다 파악하고 있지 않다”라고 털어놓는다. 기자가 인터뷰한 다른 보육시설관계자들과 부모들도 한결같이 “복잡하다”, “섞여있다”, “어렵다”라는 표현을 썼다.
시드니에서 2세, 5세, 7세의 세 아이를 키우고 있는 맹고 오브라이언(39)씨는 기자에게 “보육제도를 잘 몰라 첫 아이를 키울 때는 돈이 너무 많이 들었다. 심지어 내 회계사도 이해를 못하더라”라고 말했다. 그는 첫아이를 비용이 많이 드는 종일 보육원에 보냈다가 후회하고, 둘째 때는 값이 싼 사설 놀이방(아이를 가진 가정에서 이웃 아이까지 돌봐주는 곳)에 보냈다. 셋째가 생기자 그의 아내가 직장을 포기하고 육아에 전념해야 했다. 그는 “아이가 둘 이상 있으면 돈이 너무 많이 들어서 엄마가 직업을 갖는 것이 의미가 없다. 유치원에 들어가는 보육비를 아끼기 위해 1년이라도 빨리 초등학교에 보내려고 아이의 나이를 속이는 부모들도 많이 봤다”라고 덧붙였다.
정부관계자들 역시 이런 문제점을 인식하고 있다. 시드니가 속해있는 뉴사우스웨일즈 주정부의 보육정책국장인 루스 캘러건 씨는 “우리의 보육정책은 아이들의 복지를 가장 우선적으로 생각한다.이를 위해 여러 가지 보육지원정책을 섞어 쓰고 있고 여기에 주정부와 연방정부가 각각 다른 권한과 책임을 갖고 개입하므로 부모들이 자신들에게 맞는 제도를 찾는 데에 어려움을 겪는 것이 사실이다”라고 인정하면서도 “대부분의 정치인들이 문제의식을 공유하고 있으므로 시간이 가면서 나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애매한 제도가 사회적 갈등 불러
한국 엄마들과 마찬가지로 호주 엄마들도 국공립 보육시설에서 자리를 찾지 못하면 하는 수 없이 사설 놀이방을 찾거나 육아도우미, 혹은 조부모 등 친척의 힘을 빌린다. 그러나 이러한 ‘비공식적’육아에 들어가는 비용은 정부의 세금공제 혜택을 받지 못하고 있다. 자리가 모자라 보육원에 아이를 보내지 못하는 가정은 육아의 부담과 재정적 어려움의 이중고를 겪게 되는 것이다.
최근에는 육아도우미나 친척들에게 맡기는 경우도 정부지원금을 받을 수 있도록 해달라는 목소리가 시민단체와 육아도우미 이익단체를 중심으로 커지고 있다.
이에 대해 아동복지 장관인 케이트 엘리스는 앞으로 정부의 보육지원 확장을 고려하겠다고 말하기도 했다. 또한 OECD(선진 20개국 경제협력기구)의 선임 이코노미스트인 윌렘 아데마도 지지난달 호주를 방문하여 “호주는 다른 OECD들에 비해 보육제도의 혜택을 받는 가정이 적다. 덴마크처럼 각 가정이 자기 상황에 맞는 보육방법을 고르게 하고 거기에 재정적 지원을 해주는 것이 우선적으로 필요하다”고 권고했다. 즉, 유럽국가들처럼 국공립 보육시설을 강화하는 동시에 정부가 5세 이하의 아이를 가진 가정에 보편적인 아동수당을 지급하고 이를 가지고 부모들이 자기 처지와 환경에 맞는 보육방법을 고르도록 하라는 조언이다.
그러나 보수적 성향을 가진 중산층 백인들은 이렇게 조건 없는 보편적 아동수당을 지급하는 방안에 반발한다. 기존의 사회복지제도가 대부분 저소득층인 중동, 동남아시아 이민자 가정과 호주 원주민인 어보리진 가정에 집중되어 있어 백인 중산층이 상대적인 피해의식을 느끼고 있는 마당에,아이를 보육원에 보내지 않는 부모에게까지 일괄적으로 보육비가 지급되기 시작하면 돈만 받고 육아는 신경 쓰지 않는 무책임한 부모들이 늘어날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30년 째 시드니에서 택시를 몰고 있다는 짐 스프라이 씨(60)는 기자에게 “빈민가에 사는 어보리진들은 대가족을 이루어 사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10대 소녀들이 출산장려금과 기타 정부에서 주는 수당을 타먹기 위해 아이를 낳아서는 조부모에게 팽개쳐버리곤 한다. 그렇게 제대로 교육받지 못한 채 막 자란 아이는 또다시 10대 후반에 임신한다. 결국 나 같은 근면한 시민들이 내는 세금으로 이들을 먹여 살리고 있는데 아동수당을 더 늘린다는 건 말도 안 된다”고 분개했다.
이렇게 정치적인 상황과 복잡한 보육제도 때문에 호주의 아기 부모들은 부모들대로, 납세자들은 납세자들 대로 불만을 키우고 있다. 그러는 동안 정부의 재정지출은 빠른 속도로 상승하고 있다.보육시설 이용료가 올라가면서 정부가 가정에 지급해야 하는 세금공제액도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2005년 16억 호주달러(약 1조9천억 원)였던 정부의 보육비 지원액은 7년만에 3배 가까이 올라 올해45억 호주달러(약 5조3천억 원)로 책정되었다. 그러나 이러한 재정지출 증가에도 불구하고 여성의 경제활동 참여율은 2000년대 이후 큰 변화가 없고 출산율은 오히려 하락추세다. 일하는 여성을 돕는다는 목적에서는 세금을 쓴 만큼의 효과를 보지 못한 것이다.
행정제도의 비효율성으로 일어나는 이런 여러 가지 문제점을 두고 유력일간지인 ‘더 오스트레일리안(The Australian)’는 최근 ‘육아제도의 구멍 난 퍼즐(The broken puzzle of child care)’라는 제목의 장문의 기사로 비판했다. 해당 기사를 쓴 아담 크레이튼 기자는 이에 대해 “호주 부모들은 보육원의 품질에 대해서는 만족하지만 동시에 높은 비용과 부족한 자리에 대해서는 불만이 많다”며, “아이들의 보육은 부모가 가장 잘 알아서 결정할 수 있다는 것이 대부분 호주사람들의 정서이고, 그래서 정부의 규제를 없애버려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많다. 그러나 보육시설을 규제하고 싶어하는 정부 공무원들은 쉽게 동의하지 않을 것”이라 말했다.
소득별 보육비 차등지원은 중산층 가정에 큰 피해
한국과 마찬가지로 호주정부는 보육시설에 대한 시설비 및 보육비 지원과 저소득층 가정에 대한 양육수당 지급을 동시에 하고 있다. 여기에 아이가 있는 미혼가정이나 소수민족 가정, 이민자 가정 등에는 따로 생활비 지원도 해주고 있다.
호주의 아동복지 전문가인 데보라 브레넌(뉴사우스웨일즈대학 교수, 뉴사우스웨일즈 주정부 자문관)을 만나 호주 복지제도의 특징을 들어보았다.
데보라 브레넌 뉴사우스웨일즈대학 아동복지학과 교수.
아주 좋은 분이셨다.
호주식 보육제도의 장점은 무엇인가
호주의 보육시설은 국제적 기준으로 봐도 그 질이 상당히 높아서 엄마들이 마음 놓고 아이를 맡길 수 있다. 또 아이를 가진 가정에게 주는 국가의 지원이 다양하다. 기본적으로 호주 정부는 아기들이 매주 24시간 이상 보육기관에서 머물 수 있도록 보장해주려 한다. 또한 금전적인 지원 외에도 아기의 부모들이 회사에서 유무급 휴가를 쓸 수 있게 보장해주고 저소득층에는 추가적인 지원을 해주는 등 여러 가지 혜택이 많다.
그렇다면 단점은?
정부지원이 많지만 여전히 가정에서 부담해야 하는 보육비가 너무 크다. 특히 중산층이 상대적으로 큰 부담을 느끼고 있다. 이는 상당부분 복잡한 제도 때문이다. 일반 가정에 대한 보육료 지원은 크게 보아 두 가지가 있다. 첫째는 소득에 따라 차별적으로 보육비를 지원하는 CCB(child care benefit)제도인데, 이것은 저소득층에게 유리하다. 두 번째는 양육비로 쓴 돈의 일정부분을 세금공제로 돌려받는 CCR(child care rebate)인데, 이것은 비싼 보육기관에 아이를 보내어 보육비 지출이 많은 고소득층에 유리하다. 이 두 가지 제도를 복합적으로 생각해보면 고소득층과 저소득층 사이에 낀 중산층만 보육비 지원 혜택을 제대로 받지 못하고 비싼 비용을 지불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호주 보육제도의 또 다른 문제는 지원혜택이 너무 복잡하다는 것이다. 제도마다 중복되는 지원이 많고 각각의 제도들을 담당하는 부처가 달라 정작 부모들은 어디에서 어떤 지원을 받아야 하는지 몰라 받을 수 있는 혜택을 받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보육제도가 복잡해진 이유는 무엇인가
한 번에 완성된 것이 아니라 오랜 시간에 걸쳐 조금씩 바뀌고 더해진 제도라서 그렇다. 지난 수십 년 간 여성의 사회활동이 점차 늘어나면서 그에 따라 보육제도도 조금씩 보강되어왔기 때문이다. 거기에 각 주마다 보육정책이 달라 무척 혼란스러웠다. 올해부터는 전체 연방정부 차원에서 통합된 정책 가이드라인을 만들어서 주정부에 보급하는 등 많이 개선되었지만 앞으로도 갈 길이 멀다. 게다가 한 번 도입된 제도는 정치적인 이유 때문에 없애기가 쉽지 않다. 예를 들어, 앞서 말한 CCB와 CCR과는 별개로 아이를 낳을 때마다 5000 호주달러 (약 5백90만 원)의 ‘베이비 보너스’가 지급된다. 이런 제도는 가난한 십대 청소년의 출산율을 높이는 등 부작용이 많다고 누구나 인정하지만 그래도 앞장서서 없애려는 정치인이 없다.
보육비 지원을 받은 후에도 보육시설 이용비가 만만치 않은데
정부지원과 규제의 악순환 때문이다. 정부는 매년 유치원이나 보육원 같은 보육시설들을 지원하는데 엄청난 재정을 투입하고 있다. 그러다 보니 공무원들 입장에서는 돈을 주는 보육시설에 대해서 더 많은 감시와 규제를 하고 싶어지게 된다. 보육원 입장에서는 지켜야 할 규제가 많아지면 많아질수록 더 많은 직원을 고용해야 하고 시설도 보충해야 하므로 운영비가 늘어난다. 그러면 다시 정부의 더 많은 지원이 필요해지고 덩달아 부모가 부담해야 하는 보육비도 함께 올라간다.
부작용이 많은 복잡한 정부 보육관련 규제를 없애고 시장논리에 맡겨야 한다는 주장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는가
현실적으로 힘들다. 1990년대 이후 호주에서도 보육원의 수요와 공급을 민간기업에 의한 시장의 자율경쟁에 맡기자는 움직임이 있었다. 실제로 이런 바람을 타고 ‘ABC러닝’이라는 기업은 호주 내 보육시설의 4분의 1을 보유할 정도로 급속도로 성장했고 주식시장에도 상장되었다. 그러나 너무 빨리 확장하다 보니 지난 2008년 금융위기 때 파산지경에 이르러 큰 사회적 문제가 됐었다. 당시 NGO와 뜻있는 자선가들이 힘을 합쳐 그 회사를 인수하지 않았다면 수많은 아이들과 부모들이 고통을 겪었을 것이다.
이러한 경험으로 볼 때 보육시설의 운영은 시장에만 의존해서는 안된다. 정부나 NGO의 역할이 시장과 적절히 조화되는 것이 중요하다고 본다.
http://indizio.blog.me/30147011461
[출처] 팔자에도 없는 호주 어린이집 취재|작성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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