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이렇게 산다
토종약초학자 최진규의 힐링푸드론
영남일보 이춘호 기자
국내에서 가장 권위 있는 약초학자 중 한 사람인 최진규 한국토종약초연구소장(53).
경북 성주 가야산 자락에서 태어난 그는 5살 때부터 약초와 인연을 맺었다. 1997년 국내에서 처음으로 토종약초연구소를 개소했다. 그 무렵만 해도 '토종약초'란 용어조차 생소하던 시절이었다. 80년대에는 제대로 된 약초도감이 없었다. 이창복 교수가 펴낸 펜으로 그린 도감 정도가 전부였다. 그걸로 갖고 식물 판별하기 무척 어려웠다. 일본의 식물도감을 구해놓고 공부했다. 중국과 한국의 고의학서를 제대로 알기 위해 한자도 공부했다. 동양화도 곧잘 그리는 그는 자신이 본 새로운 약초를 직접 그려서 자료로 만들었다. 그렇게 해서 무려 5천여 종의 토종약초에 대한 방대한 지식을 체계화했다. 그를 만나 힐링푸드가 뭔지 알아봤다.
-동의보감의 내용이 모두 맞는 것은 아닌 것 같다. 세상이 너무 많이 변했다.
"동의보감은 중국에서 나온 기록들을 잘 정리한 책이다. 그것이 장점이자 한계이기도 하다. 우리 민족 고유의 전통의학의 지혜를 찾아내기보다 대다수 중국문헌에 의존했다. 당귀의 경우도 중국 당귀와 우리나라 당귀는 식물학적으로도 달라 성분과 약효가 다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당귀에 대한 설명을 보면 거의 중국적 효능에 의존하고 있다. 지금도 한의학도들은 동의보감을 경전으로 외경시한다. 동의보감을 조금이라도 비판하면 이단아로 매도한다. 50년 전만 해도 동의보감 처방이 도움이 됐을 수도 있었다.
그런데 주변 환경은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변했다. 동의보감과 이제마의 동의수세보원이 국내 최고의 고의학서이다. 그런데 아무도 새로운 눈으로 보지 않으려 한다. 오늘날에는 동의보감이나 동의수세보원과는 전혀 다른 새로운 의학이 있어야 병을 고칠 수 있다. 동의보감으로 공부한 사람은 오늘날의 질병을 고칠 수 없다.
- 동의보감에 없는 약초를 발견한 것도 많은 것 같은데.
"헛개나무는 동의보감에도 없고 효능도 잘 알려지지 않았다. 내가 92년 국내 한 잡지를 통해 처음으로 공론화 시킨 약초이다. 그런데 중국의 경우 우리나라 감나무처럼 골목마다 키우고 있었다. 술에 집어 넣으면 술이 물이 되었다는 기록도 찾았다. 염전에서 자라는 함초도 국내에서 처음으로 세상에 알렸다. 다들 못 먹는 버려진 풀로 봤는데 이젠 좋은 약초로 사랑받고 있다.
암 치료약으로 효과가 뛰어난 비단풀이라는 약초는 아마존 정글에 가서 찾은 것이다.
◆ 최진규의 건강음식론
- 산성 음식은 무조건 나쁜가
"삶과 죽음은 산과 알칼리로 결정된다.
몸이 산성이면 세포가 병들고 쇠약해지고 죽고 산화된다. 아이는 갓난아기 때에는 몸이 약알칼리 상태다. 젖을 먹고 자라면서 차츰 산성 쪽으로 기울어간다. 음식을 먹고 소화 흡수하는 과정에서 산성 노폐물이 생겨서 몸에 쌓이기 때문이다. 고기와 달걀, 우유, 쌀밥 같은 산성 음식을 많이 먹으면 몸이 빨리 산성으로 기운다.
산성 물질은 몸을 늙고 병들게 하고 알칼리성 물질은 생장하고 발달하게 한다. 어린아이는 태어나면서부터 세 살 때까지 소화력이 가장 왕성하므로 뇌가 빨리 발달하고 몸도 무럭무럭 가장 잘 자란다. 뇌 성장의 80%가 세 돌 이전에 이루어진다. 아이들의 오줌은 지린내가 나지 않는다. 소화기능이 좋아서 몸속에서 음식이 거의 완전 분해 흡수되어 산성 찌꺼기가 거의 생기지 않기 때문이다. 나이가 들수록 산성 노폐물이 많이 생겨서 노인들의 소변에서는 지린내가 심하게 난다. 세포가 늙고 병들고 기형이 되고 염증이 생기며 약해지는 것은 모두 몸이 산성화되는 것 곧 '산성독' 때문이다. 사람은 나이가 들면서 체액의 산도가 점점 높아져서 성장이 끝나는 25세 무렵에는 중성이 되었다가 차츰 산성으로 기울기 시작하여 70세 이후에는 약한 산성이 되어 극산성이 되어서 죽는다. 질병은 왜 생기는가? 한마디로 말하면 몸이 산화되어 생긴다. 산화 되는 것을 막으면 병이 낫는다. 우리가 먹는 음식에는 두 가지 종류가 있다. 하나는 앞과 뒤, 겉과 속이 같은 것이 있다. 곧 쌀, 밀, 보리 같은 곡식 같은 것이다. 다른 하나는 수박이나 참외처럼 겉과 속이 다른 것이다. 겉과 속이 다른 것은 이중성을 지닌 것이어서 몸을 속이는 것이고 겉과 속이 같은 것은 세포를 속이지 않는다. 겉과 속이 같은 것이라야 한다.
-육식과 채식을 놓고 고민하는 사람이 많다.
"일단 음식을 씹는데 사용되는 이빨을 보고 판단하면 된다. 32개 중 4개가 송곳니. 따라서 채식과 육식은 8 대 1 비율을 취하면 된다. 동물보다 식물이 의식이 더 진화했다. 열등한 것을 먹으면 그것을 닮아간다. 인간이 동물을 많이 잡아먹으면 동물을 닮아간다. 당연히 육식 위주의 식사는 도움이 안 된다. 사람은 채식 동물이지 육식 동물이 아니다. 남의 고기를 먹고 잘 되는 사람을 본 적이 있는가?
- 우린 너무 단 것에 노출된 것 같다.
"설탕보다 올리고당이 더 문제다. 설탕은 쉽게 질려 그게 들어간 음식을 많이 못 먹지만 꿈의 당으로 알려진 올리고당이 들어간 음식은 아무리 먹어도 포만감을 못 느끼게 한다. 올리고당은 포만감을 느끼게 하는 신경을 마비시킨다. 지금 올리고당이 각종 음식에 무차별 살포되고 있다. 난 이게 비만의 주범이라 본다. 영양사들은 가짜 당분이기 때문이 아무리 먹어도 살이 찌지 않는다고 말한다. 올리고당은 그 자체는 흡수는 되지만 분해가 안 된다. 올리고당은 영양소로 사용할 수 없다. 올리고당을 간에서 해독하려고 하면 인슐린이 과도하게 투입된다. 췌장이 고통스러워지고 수명을 단축시킨다. 인슐린을 다 허비하고 가동 안 되면 그때서야 당뇨병이 온다. 세계 보건기구에서는 설탕을 마약·담배·술보다 더한 중독물질로 분류했다.
-어떤 약초가 좋을까.
"수명이 오래가는 순서대로 좋다고 보면 된다.
첫째 칡이 그 으뜸이다. 칡은 5천년을 자라면 절간의 일주문 기둥으로 쓸 수 있을 만큼 굵어지지만 그 뿌리나 줄기 속이 병들거나 썩거나 벌레 먹지 않으니 그 생명이 길고 무성하게 자라기가 모든 식물 중에서 으뜸이다.
섬유질과 근육질이 많은 것이 좋다. 식물성 음식이나 약재 가운데서 그 한 부분이라도 녹색 빛깔을 지니지 않는 것은 취하지 않아야 한다. 이를테면 버섯 같은 것은 엽록소가 없어서 녹색을 만들지 못한다. 생명체의 빛깔은 푸른 것이 그 근본이기 때문이다. 사람 세포의 수명은 평균 90일. 그러므로 식물을 취할 때 그 수명이 평균 180일이 되지 않는 것은 취하지 않는 것이 좋다. 벼는 그 생육하여 열매를 맺기까지의 기간이 160일이고, 보리는 210일, 밀 또한 210일, 무는 200일이다. 우리가 음식을 먹어서 그 반을 취할 수 있으므로 수명이 180일 이상 되는 것을 취하면 우리 몸 세포의 수명인 90일과 같다.
- 동물성 음식이 그렇게 나쁜가?
"동물성 음식은 위에서 분비하는 강력한 위산으로 분해하여 몸에서 소화 흡수한다. 동물성 음식을 취하면 몸이 산성으로 바뀌며 온갖 독소가 몸 안에 생기고 몸의 갖가지 부위가 산화되어 질병이 많이 생긴다. 동물성 음식을 주식으로 섭취하면 본래 타고난 수명의 30퍼센트 밖에 살 수 없다. 육식을 주로 하면 위산과다가 생기고, 혈관이 산화되며, 근육과 뼈가 쉽게 약해지고, 장염이나 치질 같은 염증질환에 시달린다. 초식을 주로 하는 동물은 수명이 길어서 30년에서 60년을 살지만 육식을 주로 하는 동물은 10~15년 밖에 살지 못한다.
날로 먹는 자는 그 영양소의 3할, 불로 익혀 먹는 자는 그 중에 5할, 발효한 것을 먹는 자는 그 중에 7할을 얻을 수 있다.
-생식은 좋을 것 같은데?
"생식을 선호하는 이들이 있는데 이는 몸에 별로 좋지 않다. 생식하는 사람은 단명하고 병이 많다. 생식을 하면 본디 음식이 가진 기운과 영양의 30% 밖에 얻지 못하기 때문이다. 불로 익혀 먹으면 음식에 있는 독이 90% 이상 없어지고 소화 흡수율도 50% 이상으로 훨씬 높아진다. 생식을 주로 하는 사람한테 가장 흔한 질병이 황달이나 간경화다. 생식을 하면 독이 간에 쌓인다. 독성이 그대로 남아 있는 음식을 먹기 때문이다. 생명이 있는 것은 모두 스스로를 지키기 위하여 몸속에 독을 지니고 있다. 식물의 독은 대개 열을 가하면 90 % 이상 없어진다. 카사바나 토란, 참마 같은 뿌리식품은 익혀 먹으면 독성이 전혀 없지만 날것으로 먹으면 치명적인 독성이 있다. 필리핀에서는 참마를 날것으로 먹고 중독되어 목숨을 잃는 사람이 한 해에 수천 명이 넘고, 남미의 페루나 브라질 같은 아마존 강 유역에 사는 사람들 중에도 카사바를 날로 먹고 목숨을 잃는 사람이 허다하다.
예로부터 한반도 북쪽 지방에 사는 사람들은 생식을 많이 하여 수명이 짧고 질병이 많았다. 남쪽 지방에 사는 사람들은 화식 때문에 수명이 길고 질병이 적었다. 소한테 여물을 먹이면 50년 이상을 살 수 있으나 소한테 풀을 날것으로 그냥 먹이면 20년을 넘기기 어렵다. 고기를 날것으로 먹는 에스키모인들은 그 수명이 30세를 넘지 않는다. 짐승의 고기나 과일을 생식하던 수만 년 전에 살던 사람들은 평균 수명이 25세 밖에 안됐다. 채식을 하는 소, 코끼리 등은 수명이 길어 30~70년을 살지만, 호랑이, 사자 같은 육식동물은 평균 수명이 고작 10년이다.
-짜게 먹는 것이 만병의 근원이라고 하는데?
짜게 먹는 것이 문제가 아니라 어떤 소금을 먹는가가 중요하다. 질이 나쁜 소금은 만병의 원인이고 질이 좋은 소금은 만병의 치료제다. 가장 좋은 소금은 이른 봄철에 만든 토판 천일염이다. 알이 굵고 짠맛이 좋고 단맛이 나며 물에 잘 녹고 무게가 가벼울수록 좋은 소금이다. 이런 소금으로 김치를 담그면 10년이 지나도 김치가 쉬지 않는다. 좋은 소금에는 바닷물에 녹아 있는 온갖 미네랄과 효소가 풍부하게 들어 있다. 좋은 소금은 짜게 먹어도 몸에 이롭고 나쁜 소금은 먹지 않을수록 좋다.
봄철에 난 토판 천일염이라 할지라도 열을 가하면 죽은 소금이 된다. 소금에 열을 가하면 소금에 들어 있는 미네랄과 효소가 다 증발되어 날아간다. 토판(土版) 춘염(春鹽)을 뜨거운 햇볕에서 세 시간 동안 말리면 무게가 3할이 줄어들어 정제염과 거의 같은 소금이 된다.
-전통 발효음식에 대해서 말해 달라
가장 훌륭한 발효는 소금물 속에서 이루어진다. 설탕물에서 자라는 미생물은 거의 부패균에 가깝다고 볼 수 있다. 소금물 속에서 가장 유익한 발효균이 자란다. 우리나라는 세계에서 염장발효음식문화가 가장 발달하였다. 전통 발효음식이 가장 좋은 음식인 동시에 가장 좋은 치료약이다. 나는 묵은 고추장으로 위장병을 치료하고 간장으로 간질환을 치료하며 동치미국물로 소장과 대장, 폐의 질병을 치료하고 새우젓으로 암과 백혈병을 치료한다.
콩에는 단백질이 많이 들어 있지만 그 입자가 너무 굵어서 그냥 먹으면 2-3퍼센트도 흡수가 되지 않는다. 그러나 장을 담가서 발효해서 먹으면 95퍼센트 이상 소화 흡수할 수 있다. 옛 조상들은 시월에 메주를 쑤어 석 달을 띄운 다음 입춘 무렵에 장을 담가서 입동 무렵까지 충분히 익혀서 장을 떠내었다. 꼬박 일 년을 햇볕과 바람으로 발효 숙성시켜야 미생물들이 콩의 단백질 입자를 완전히 분해하여 새로운 영양물질로 되살아나는 것이다. 그러나 요즘 시중에서 구할 수 있는 재래식 된장들은 기껏해야 2-3개월 개월 동안 발효시킨 것으로 제대로 발효되었다고 보기 어렵다.
발효식품을 먹는 방법도 중요하다. 잘 익은 김치나 잘 담근 된장은 훌륭한 알칼리성 음식이지만 열을 가하여 팔팔 끓이면 강산성 물질로 변해서 몸에 몹시 해롭다. 김치찌개를 먹는 습관 때문에 우리나라 사람한테 위장병이 세계에서 가장 많다. 몸에 좋은 된장찌개를 끓이려면 뚝배기에 먼저 감자, 양파, 대파, 청양고추, 풋고추, 다진 마늘 같은 것을 넣고 재료들이 다 익을 때까지 끓인 다음 김을 한 번 올려서 약간 식힌 뒤에 된장을 풀어서 간을 맞추어서 먹으면 된다. 이렇게 끓여 먹는 된장이 백 가지 보약보다 좋은 약이 될 수 있다.
*💪 실천하면 건강 백세💪
♡ 김치로 고치지 못하는 병은 없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