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 인연
이 책과의 인연은 헌책방에서였다.
헌책방에 가면 불교서적 코너에 꼭 가게 되는데,
이 책이 눈에 들어왔다.
22년간 하루도 빼지 않고 천배를 하였다고 한다.
그것도 뇌성마비 장애를 가진 사람이 말이다.
그리고 그렇게 절을 22년동안 하니, 장애를 거의 극복하였다고 한다.
그리고 지금은 어엿한 동양화가로써 자신의 꿈을 펼치고 있다.
처음에 이 책을 보았을 따는 큰 기대는 하지 않았다.
그런데, 책을 읽으면 읽을수록 이 책이 그냥 나에게 온 것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지은이 한경혜의 이야기를 보면서,
나 자신의 삶을 돌아보게 된다.
책을 읽으면서 눈물이 핑도는 경우도 몇번이나 있었다.
책을 너무 잘 읽어서
책을 선물하기 위해 새 책으로 하나 더 주문하였다.
그리고...
나도 이제부터 절을 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1. 오체투지(五體投地)란
오체투지란 불교에서 절하는 법의 하나로
먼저 두 무릎을 땅에 꿇고,
두 팔을 땅에 댄 다음 머리가 땅에 닿도록 절을 하는 것을 말한다.
절은 자신의 몸을 최대한 낮추는 행위이다.
절은 저절로의 준말이라고 한다.
다른 말로 하면 '그대로'이다.
이 책의 지은이 오경혜의 말을 빌려 절에 대해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실제 인간 세상에는 무엇인가가 '저절로' 되는 경우는
드물게 나타나는 게 사실이다.
왜냐하면 '업'에 가려져 있어서 '마장'이 잘 끼기 때문이다.
이 마장은 모든 일, 심지어 고도의 수행 자리까지 따라다닌다.
그 '마장'이라는 빚을 갚기 위한 가장 빠른 길이 바로 참회(절)하는 방법이다.
절을 하면 몸과 입과 뜻, 3가지 요소의 참회가 포함된다.
몸을 조복시키고 입으로는 부처님 명호를 외고
그리고 부처님 생각을 하면서 말이다.
절의 기본은 바로 나 자신을 굽힐 줄 알고 남을 존경할 줄 아는 마음이다.
또한 시방법계 부처님과 모든 생명들,
유정무정체에 대한 예의와 삼생의 업에 대한 진실한 참외가 기본원리이다.
절의 궁극적인 목적 외에 부차적인 이유를 설명하라고 한다면
절을 하게 되면 마음이 항상 편안해서 날마다 좋은 날이 되기 때문이라고 말하고 싶다.
또 내가 원하는 삶을 실천에 옮겨서 잘 적응하고 살 수 있는 힘을 주는 것 같다."
2. 선물
간혹 나는 제법 건강한 육체를 가지고 태어난 것에 대해 고마움을 느낀 적이 있다.
그런 건강한 육체도 큰 선물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이 책을 지은 한경혜는
자신이 장애로 태어난 것을 큰 선물이라고 생각한다.
물론 장애로 살아간다는 것은 쉽지 않다.
그로 인해 지은이도 많은 눈물을 흘렸다.
하지고 그 장애로 인해,
그는 다른 사람들과는 다른 시각을 가지게 되었다.
다른 사람들이 외모를 볼 때, 그는 마음을 볼 줄 아는 눈을 가지게 되었다.
뿐만 아니라 그는 자신의 장애를 극복해 과정에서 많은 것을 얻었다고 한다.
그는 삶 자체가 수행이었다.
그렇게 수행을 하니, 깨달음을 얻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인지도 모른다.
그가 맨처음 절을 시작한 이유는 극한 상황에서 마지막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이었을 것이다.
일곱살난 뇌성마비의 아이,
갑자기 신열이 나면서 병원에서 마음의 준비를 하라고 하고,
아이의 어머니는 마지막으로 성철스님을 만났다.
성철스님은 아이에게 매일 천배의 절을 하라고 하였다.
그렇게 아이는 절을 하기 시작했다.
뇌성마비의 아이의 절이란, 그냥 쓰러졌다 일어나는 것일 뿐이었다.
3. 성공
오늘날 성공의 뜻이 돈과 직결되는 것으로 알고 있다.
자본주의에 푹 젖어 경쟁사회를 살다보니, 그렇다.
한경혜는 또 사람을 볼때 외모를 보지 않고 마음을 보는 눈을 가졌듯이
성공에 대한 기준도 일반 범인과 다르다.
그가 생각하는 성공이란
자신이 정한 목표를 달성한 사람,
자신이 이루고자한 꿈을 이룬 사람이다.
그 꿈의 가치는 그 사람이 정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면서, 자신도 그런 관점으로 봤을 때 성공한 사람으로 스스로 평가하기도 한다.
뇌성마비로 제대로 걷지도 못하고, 제대로 말도 못하던 아이가
자신을 당당히 내놓을 수 있으니 말이다.
그리고 뿐만 아니라 그가 바라던 화가가 되어 전시회도 열었으니 말이다.
그리고 정상의 몸을 가진 사람도 힘든 히말라야 트레킹을 성공했으니 말이다.
그리고 작가의 집을 운영하면서, 외국인들에게 한국을 소개하는 일도 하니 말이다.
그리고 아이들에게 그림 공부도 가르치니 말이다.
그리고 만배 백일 기도를 세번이나 했으니 말이다.
그는 성공을 해도 몇번은 한 사람이다.
그가 그렇게 성공한 사람이 있기까지 가족의 도움도 컸지만,
자신의 확신과 의지가 가장 컸다고 생각한다.
말이 쉽지 만배 백일기도가 가능한 일인가 싶다.
매일 만배를 백일동안 할 수 있다니..
밥먹는 시간빼고 하루종일 만배를 하면, 4시간 정도가 넘는데,
그것이 바로 수면시간이다.
날마다 4시간씩 자고 백일동안 절만 하다니.. 상상이나 가는가?
그런 만배 백일기도를 세번이다 했다고 하니...
그런 그의 의지가 오늘의 동양화가 한경혜를 만든 것이 아닌가 싶다.
4. 가족
또 하나 오늘의 그가 있기까지는 가족이 함께 하였다.
위대한 이름 어머니.
그의 가족은 어머니와 동생 경아 이렇게 셋뿐이다.
아버지는 이미 집을 떠난 지 오래다.
한경혜의 어머니는 그를 일반학교에 입학시키기 위해
한살 어린 경혜의 동생 경아를 같이 학교에 입학시켰다.
그리고 동생 경아는 언니 경혜를 보살펴주면서 초등학교, 중학교를 다녔다.
집이 어려워서 그런지 경아도 어렸을 때부터 이미 생각이 깊었다.
언니와 간혹 싸우기도 했지만,
몸이 불편한 언니를 그렇게 오랫동안 학창시절을 보살펴 주었다.
거기에 밝고 쾌활한 성격까지....
한경혜 자신의 삶이 곧 수행이라고 했는데,
동생 경아 역시 언니로 인해 삶이 곧 수행이 아니었을까 생각이 든다.
그러다 보니 경아 역시 깨달음의 경지에 다달은 것은 아닌가 싶다.
한경혜는 고등학교 진학을 포기했다.
자신이 혼자 할 수 있다는 자신도 생기고, 동생도 동생의 삶을 그려 나가도록 한 생각이다.
이후, 검정고시를 통해 대학에 진학하게 된다.
어머니는 한경혜를 단 한번도 장애인으로 보지 않았다.
그리고 경혜가 꿈을 이룰 수 있도록 물심양면으로 도와주셨다.
손수 설계하고, 일꾼들을 직접 써서 경혜의 꿈을 펼수 있도록 만든 것이
바로 김해에 있는 작가의 집이다.
그곳에서 경혜는 외국사람들에게 한국을 소개하기도 하고,
아이들에게 그림을 가르치기도 한다.
홈페이지는 http://www.artisthouse.co.kr 이다.
그가 잘되어 나도 너무나 기쁘다.
이 책을 너무 잘 골랐다는 생각이 다시 한번 든다.
이 책을 나서 마치 나도 천배를 한 기분이 든다.
그만큼 정신 수양이 되고, 마음에 평온이 찾아든 기분이다.
5. 시선
그리고 마지막으로 나 스스로 반성해 본다.
장애인에 대한 시선이다.
장애인을 볼 때 정상인과 똑같이 봐야 한다고 몇번이고 다짐을 하였다.
장애인은 몸이 불편할 따름인 것이다.
그리고 장애인들이 가장 싫어하는 사람들의 시선이라는 것도 잘 알고 있다.
그런데, 간혹 길을 가다가 장애인을 보면 나도 모르게 다시 고개를 돌리게 된다.
그리곤 곧 후회를 한다.
내가 또 그분에게 상처를 주었다는 생각이 들어서 말이다.
앞으로는 잘 해야지, 다시 다짐을 해본다.
....
우리 노무현 형님이 봉하마을에 정착하면서, 김해에 꼭 가본다고 했는데,
한경혜의 작가의 집 또한 김해에 있네.
김해, 꼭 가봐야 할 동네로 수첩에 적어놓아야겠다.
책제목 : 오체투지
지은이 : 한경혜
펴낸곳 : 반디미디어 (작가의 집)
펴낸날 : 2004년 7월 7일
정가 : 9,000
독서기간: 2008.03.02 - 2008.03.04
페이지: 238 page
첫댓글 제가 처음으로 절을 하게 된 곳은 해인사였고, 그 곳에서 108배 부터 시작했습니다. 절을 처음 했을 때, 만물 앞에 겸손해지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아마도 여름 가야산의 품에 안긴 조용한 해인사에서 절을 시작하게 되어 그런 느낌이 들었는지도 모르겠네요.^^
합장...()...
나무관세음보살_()_()_()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