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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A 한국의 오지를 찾아서 스크랩 [ROAD No 1]국도1호선도보여행 여섯번째 이야기-충남 공주에서 논산까지
장형 추천 0 조회 328 11.07.24 00:34 댓글 0
게시글 본문내용

■ 국도1호선 도보여행 여섯번째 이야기[2011년 7월 16일-17일] - 충남 공주시에서 논산까지

 

지리하게 내렸던 올해의 장맛비의 끝도 보이는 것 같고,

아이의 기말고사도 끝이나서 여행을 가기에는 적기라는 생각이 들어

다시 지도를 펼쳐 다음 여정길에 형광펜을 그어본다.

장마의 끝자락에 들어, 출발하는 토요일 아침까지도 비가 오락가락

작은 우산 2개를 배낭의 양쪽에 꽂고 집을 나선다.

 

"환아! 비가 오면 어떻하냐?"라는 아빠의 걱정에

"작년에 도보여행할 때도 비가 왔었잖아요. 비오면 또 버스정류장에 들어가서 쉬면서 오락하면 돼요. ^^  " 라고 씩씩하게 말하는 아들녀석덕분에 가벼운 마음으로 집을 나선다.

 

이번 여행의 여정은 수원고속터미널에서 버스를 타고 공주고속터미널에 가서 1박2일동안 약 38km를 여행한 후 논산역에서 기차를 타고 수원역으로 돌아오는 여정이다.

지도를 봐서는 지난 여정과 마찬가지로 많이 한적하고 인적이 뜸한 길이 될 것같다.

 

오늘의 여정 : 공주고속터미널 - 무령왕릉 - 우금티고개 - 국립공주병원 - 발양리 - 반송리(1박) - 복룡리 -

                    지당박물관 - 장마루 - 논산시 광덕면 - 논산역

 

공주고속터미널에 도착(10시 20분)

 

6주전 여정을 마감했던 공주고속터미널에 도착했다.

장맛비는 벌써 잊혀지는 것이 서운한듯 아들녀석과 내앞을 오락가락 한다.

오락가락하는 빗줄기에 맞춰 춤을 추듯 우산을 흔들어 대며

첫번째 목적지인 무령왕릉을 향해 출발.

 

금강변에서 바라본 공산성의 전경

 

무령왕릉으로 가는 길

 

옛스러운 분위기를 만들기 위해 조성된 길인것 같다.

좌측에는 성벽을 본 뜬 옹벽이 있고,

우측에는 문양이 옛스러운 석조 가드레일이 있다.

하지만,

Detail이 너무 아쉬웠다.

석조가드레일 하단에는 규칙적으로 앵커짜투리가 남아있었고

석벽에는 벌어진 틈과 틈사이를 메꿔놓은 돌조각과 시멘트가 영 허술해 보였다.

 

무령왕릉 정문앞에서 굴렁쇠소년으로 빙의한 울 아들

 

무령왕릉에 온 것보다 굴렁쇠를 굴리는 걸 훨씬 더 좋아했다는 ^^;;

 

무령왕릉과 송산리 고분군

 

언덕위에 봉긋하게 솟아 있는것들이 고분이다.

가운데에 있는 고분이 무령왕릉으로 7호분이다.

우리가족은 내가 경주의 도로현장에 근무할때

경주에 1년반동안 살았던 적이 있었다.

정말 수많은 고분들을 보았지만

요렇게 작은 왕릉은 첨이다.

쬐금 실망스럽긴 하지만

왕릉의 가치를 크기로 따질순 없으니...

 

무령왕릉의 가장 높은 곳에서 바라본 공주시의 전경

 

왕릉이 위치한 곳치고 그 전경이 좋지 않은 곳이 없지!

역시나 공주시가 내려다 보이고 수려한 경관이 한눈에 보인다.

 

무령왕릉에서 출토된 국보들

 

환아! 나중에 시험에 나올수 있단다. 잘 봐둬라..ㅋㅋㅋ

 

무령왕릉에서 나와 점심으로 냉면을 한그릇하고 나왔더니

굵은 빗줄기의 소나기가 내리기 시작한다.

 

갑자기 많은 비가 내리기 시작한다.

 

우산은 가지고 있었지만

워낙 빗줄기가 굵어서 어느 가게 처마밑에 비를 피해 서 있었다.

"에이 비가 많이 온다. 환아! 어떻하냐?"

"햇볕이 쨍쨍한거보단 낫네 뭐! 아빠! 좋게 생각해야지 뭐!"

ㅋㅋ 니가 아빠해라.

 

동학의 전적지 우금티

 

사진에 보이는 우금티 터널 우측에 동학군의 우금티전적지가 위치해 있다.

아는데 까지 열심히 동학에 대해 설명해주고

동학의 1대교주 최제우와 녹두장군 전봉준에 대해 말해준다.

뭐! 반응이 영 시원치 않다.

그래서 걍 노래를 한곡조 뽑아줬다.

 

새야 새야 파랑새야

녹두밭에 앉지마라.

녹두꽃이 떨어지면

녹두장군 울고간다.

 

우금티 터널이 떠나가라 큰소리로 노래를 부르고 나서야

아들넘의 언젠가 들어본 것 같다는 반응을 받아냈다.

아... 힘들군 ㅎㅎ

 

나비가 나타나는 걸 보니 더이상 비가 오지는 않을 모양이다.

 

비가 멈추고 점점 날이 개이고 있다.

 

날은 개이고 있지만

비 온 뒤끝이라 습도가 엄청나다.

습도는 높은데 햇볕이 뜨거워지니

온 세상이 사우나가 된 느낌이다.

땀은 비오듯하고 숨이 턱턱 막힌다.

 

국립공주병원

 

오늘 여정의 중간지점에 도착했다.

날씨때문에 다른 날보다 훨씬 힘든 시간을 보내야만 했다.

재환이의 표현을 빌리면

"첨으로 기어가고 싶은 생각이 든단다."

점점 쉬는 시간이 길어지고 쉬는 시간이 되면 아무데나 주저앉는다.

 

힘든 와중에도 사진을 찍기위해 나름 밝은 표정을...

 

이날 우리를 더 힘들게 했던건

공주시내를 벗어나서 이날 목적지인

공주시 이인면 반송리에 도착할때까지

물이나 음료수를 파는 가게가 한군데도 없었다는 거다.

이 더위에 물까지 떨어지면 버틸재간이 없었다.

물을 얻기위해 길가의 한 공장식당에 들어갔다.

 

어!! 한국인이 없고 동남아시아 사람들만 있다.

한국사람은 없는듯 보인다. 일요일이라 그런가?

"Can u give me a water?"라고 말했더니

못 알아듣는다.><;;

"물 좀 얻을게요"라고 말하니

손가락으로 정수기를 가르친다.

재환이와 배부를 정도를 찬물을 마시고

고맙다는 인사치레를 했더니

빙긋이들 웃어준다.

 

표지판에 논산이 보이기 시작한다.

 

 

공주 발양리 근처의 마을앞 정자

 

5시가 다 된 시간

높은 습도와 더위에 아이가 너무 힘들어 해서

마을 정자에서 간식을 먹으며 쉬었다.

그리고 잠깐이었지만 아이를 재웠다.

사실 이날의 목표는 공주고속터미널에서 23km 떨어져 있는

논산시 장마루라는 곳까지 가는 것이었다.

 

이곳까지 가면 논산에 가는 버스가 있고,

이날 저녁은 논산에 가서 잘 생각이었다.

하루에 걷기에는 너무 먼 거리여서

처음부터 가능할까 걱정도 했었는데

이 정자에서 아이가 자는 모습을 보고

장마루보다 3-4km 더 가까운 반송리 버스정류장으로 목표를 수정했다.

이 더운날 무리했다가는 역효과만 있으리라는 생각에...

하루 더 공주에서 자지 뭐...

 

짧은 시간이었지만 자고 일어나더니 아이가 힘이 나는지 씩씩해졌다.(오래가지는 않더라는 ^^;;)

 

비개인 하늘의 솜털구름

 

정자에서 나와 비개인 하늘에 구름을 보았다.

하늘의 구름이

난 오선지의 음표같다고 말했고

아이는 흰새들이 무리를 지어 날아가는 것 같다고 한다.

아이와 한참동안이나 서서 하늘의 구름을 쳐다보고

다시 발걸음을 떼어본다.

 

주변 밤나무에 아직은 작지만 밤송이들이 메달려 있다.

 

이 지역은 특히 과실수들이 많은 지역이었다.

주변에 밤나무, 감나무, 복숭아, 배나무 등 과실수들이

작지만 가을을 기다리며 영글어가고 있다.

 

오늘의 목적지인 공주시 반송리 도착

 

사진을 찍기위해 포즈를 취하고는 있지만

얼굴에 고단함이 여실히 엿보인다.

녀석은 사진을 찍고 나서 바로 옆의 평상에 바로 주저 앉아버린다.

 

이 반송리 버스정류장에서 30분을 기다린 뒤에야 다시 공주로 향하는 버스를 탈 수 있었다.

버스를 기다리는 30분동안 자연스럽게 동네 주민들 서너분을 만나게 되었다.

외지사람들이 버스를 기다릴만한 곳이 아닌데 버스를 기다리고 있으니

바로 일을 마치셨는지 셔츠가 온통 젖으신 아저씨 한분이 다가오셔서

뭐하는 사람들인데 여기서 버스를 기다리느냐고 물으신다.

 

서울에서 왔고,

주말마다 도보여행을 하고 있고

오늘은 공주에서 걸어왔다고 했더니...

놀라시며 재환이에게 몇살이냐고 물으신다.

10살이라는 재환이의 대답에 나를 보시며

"어른은 그렇다고 치고 10살짜리 아이가 아이고..."하며 말을 못 맺으신다.

다시 웃으시며 밥은 먹었느냐고 물으신다.

밥보다는 오는 동안 가게가 한군데도 없어서 물이 좀 필요하다고 말씀드렸더니

재환이를 데리고 집으로 가서 물통에 물을 채워주시며

아주머니께 10살짜리 초등학교 3학년짜리 꼬맹이가 도보여행을 하고 있다고 말씀하시는 듯 하다.

 

아이와 함께 도보여행을 하다보니 이런 일이 참 많아진다.

대부분은 나와 아이의 도보여행에 놀라워하고(특히, 재환이의 여행에...^^)

'아빠때문에 니가 고생이다.'라는 듯한 웃음들을 짓는다.

그리고 이내 좋은 여행하라는 당부와 평생동안 기억될 아빠와의 좋은 추억이 될거라는

격려를 함께 해 주곤 한다.

 

牛問賢答

여행을 통해 만난 사람들 중 재환이에게 꽤 짖꿎은 질문을 던지는 사람들도 있다.

" 애기야 이 여행 아빠가 하자고 해서 하는거니?

  아니면, 니가 좋아서 하는거니?"

(아마도 울 재환이가 가장 많이 받았던 질문일 것이다.)

삐긋이 웃고 있는 내 옆에서

어른들의 이런 牛問에 아들녀석은 賢答으로 대응한다.

" 첨에는 아빠가 하자고 해서 시작했는데 지금은 조금씩 재미있어지고 있어요"

 

10살짜리 아이가 국토종주여행을 어떻게 자발적으로 시작하겠는가?

국토를 종주하자는 나의 이야기에 아이는 처음에 상당히 긴시간 나름의 고민을 한 듯 했다.

이 고민에 내가 제시한 결정적 당근은 바로 피아노였다.

아이는 피아노치는 것을 아주 좋아한다.(이 녀석 잘때도 가끔 클래식을 틀어놓고 잠든다.)

현재 우리집에는 키보드 수가 많지 않은 전자피아노가 있다.

이 전자피아노로 연습을 하면 건반이 가볍고 키보드수가 모자라서 곤란하다고 한다.

여행에 대해 고민하고 있는 아이에게 완주를 하면 피아노를 사주겠노라고 이야기를 했고,

우리의 여행은 이렇게 시작되었다.

 

하지만, 여행을 하면서 아이는 피아노때문이 아니라

여행자체를 즐기게 되었다는 인상을 근래들어 많이 받았다.

아이는 걸으며 꽃을 보고, 곤충을 보고, 사람들을 보고, 하늘을 보며

그것들에 대해 나에게 말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목적지에 도달했을때 성취감에 찬 환한 미소로

어린 아들녀석을 꼬득여 여행을 시작하게 만든 아빠를 뿌듯하게 만들곤 한다.

물론, 아직도 아이에게 피아노는 정말 중요한 요소일게다.^^

 

한참을 기다린 우리는 시내버스를 타고 오늘 출발지인 공주로 돌아간다.

 

길. 길. 길

 

재환이와 나는 버스를 타고 오늘 하루종일 걸어온 길을 되짚어 다시 공주로 갔다.

아들녀석이 이런 말을 나에게 던진다.

"아빠! 오늘 하루종일 고생해서 걸은 길을 버스를 타고 돌아가니까 기분이 이상해요"

빗속에서, 땡볕속에서 고생하며 걸어온 길을 다시 돌아가려니 허무하고 좀 억울한 생각이 든 모양이다.

"아빠도 기분이 좀 그렇다. 우리가 장마루까지만 갔다면 논산으로 가는 버스를 탈 수 있었을 텐데. 좀 아쉽긴 하다. 그치~~. 그래도 뭐 공주에서 하룻밤 더 자고 내일 논산으로 가면 되지 뭐, 공주에 가서 아빠가 맛있는거 사줄께. 힘내라."

나의 이런 말에도 뭔가 좀 아쉬운 듯, 열살배기 여행자는 차창을 바라고만 있다.

 

아들아!

세상을 살다보면 언제 어디서나 실패란게 있단다.

그리고 열심히 뛰었는데 주위를 둘러보면 제자리일때도 아주 많단다.

하지만, 실패도, 제자리에 다시 돌아와 있는 상황도 

모두 꿈과 목표를 향한 도약대가 될 수 있고,

긴 인생길의 한 여정일 뿐이란다.

중요한 건 너에게 꿈이 있고,

그것을 향한 도전과 열정이 너에게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때, 아이에게 말하진 못했지만,

이런 말을 해주고 싶었다. (언젠가, 이 여행을 추억하며 재환이가 볼 날이 있겠지 ^^ 명심해라. 아들아)

 

공주 공산성 근처의 쌈밥집에서 맛난 저녁식사를..

고마마루 돌쌈밥이라는 식당인데 맛이 상당히 훌륭했다는..

 

다음날 아침

더위에 대비하기 위해 얼린 물통을 준비하고

시원한 오전나절에 여행을 하기위해 7시30분 버스를 타고

반송리 버스터미널에서 조금 떨어진 복룡사거리에서 오늘의 여정을 시작한다.

 

오늘의 출발지 복룡사거리 버스정류장 부근

 

이른 아침이고 어제의 피로가 조금 덜 풀린듯한 울아들

하지만 아침이라 날씨가 선선하여 여행하기는 좋았다.

물론, 오후가 되면서 폭염이 시작되었지만...><

 

공주 파충류 체험관

 

아마도 폐교된 학교를 이용하여 만든 체험관인듯 하다.

그런데 일요일은 휴관이란다.

아이들과 부모들이 ?아올만 한 곳인데 일요일은 휴관이라니 쩝...

 

재환이가 찍어달라고 한 사진들...

 

언덕위에 가지만 앙상한 나무가 삐죽이 보인다.

 

지당세계만물박물관과 앞에 커다란 나무가 서있다.

 

시원할때 많이 걸어가야 하기도 하고

박물관이 문을 열기에는 너무 이른시간이어서

만물박물관은 pass.

 

정말 오랜만에 보는 소달구지

 

지나가다가 소달구지를 만난다.

할아버님께 사진을 찍어도 되느냐고 물었더니

"옷도 이렇게 엉망인데 무슨 사진이여" 하시면서

말과는 다르게 옷의 먼지를 툭툭 떨어내시고

쑥스러운 웃음과 함께 포즈를 취해주신다.

 

나도 대부분을 도시에서 자라서 소달구지는 거의 본 적이 없다.

그러니 울아들은 얼마나 신기하겠는가?

아들녀석과 소달구지와 황소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며

발걸음을 재촉해 본다. 

 

점점 산이 멀어지고 평야지대가 많아지고 있다.

 

이제는 공주를 벗어나 논산에 접어든다.

 

요녀석 언젠가부터 이 순간을 엄청 기다리며 즐긴다.

도시나 도의 경계를 지나는 것에 대한 희열을 느끼는 모양이다.

시의 경계가 다가오면 얼마나 남았는지 되묻곤 한다.

우리아들 여행자가 다 되어 가고 있다.ㅎㅎ

 

배나무 과수원

 

논산은 딸기가 유명한 줄 알았는데

배도 유명한가보다.

길가에 논산배를 홍보하는 sign들이 많고

배나무 과수원도 천지다.

 

 

잔가지에 봉지가 쌓여있지 않은 배를 하나 따 줬더니 엄청 좋아한다.

요거 집에까지 가지고 가서 지금 아들래미 책상위에 보관중이다.

 

미국으로 수출예정인 복숭아

 

지나가다 보니 특이한 봉지에 쌓여져 있는 복숭아나무가 있다.

수확하기도 전에 외국으로 수출이 확정된 걸 보면

이 지역 복숭아가 품질은 좋은가 보다.

 

 

봉지에 쌓여있지 않은 복숭아를 하나쯤 따고 싶었지만, 민폐가 될까봐 포기

 

방울토마토 포장공장

 

지나가다가 길가의 창고안에서 도란도란 이야기 소리도 들리고

주위에는 과일박스들이 쌓여져 있다.

분명히 이지역 과일의 가공공장인 것 같아

무작정 들어가서 인사를 하고

아이와 여행중인데 아이가 궁금해 한다고 했더니

들어와서 구경하라고 하신다.

 

잠깐이지만 방울토마토를 닦고 포장하는 것을 구경하다가

방울토마토 한 주먹을 얻어 나왔다.

녀석은 방울 토마토가 너무 맛있다며 연신 밝은 미소를 짓는다.

세상 어느 과자가 방금 수확한 과실의 맛을 따라갈 수 있을까?

냉장고에 들어가 있지도 않은 과일이었지만

어찌나 시원하고 맛있는지 지금도 그 맛이 잊혀지지 않는다.

 

정말 오랜만에 보는 약 방

 

 

예전에는 이발소와 미용실이였던 낡은 집

 

장마루를 지나쳐 오며 본 약방과 미용실.

70년대의 사진을 찍는 듯한 착각에 빠져본다.

사진을 찍지는 못했지만

고물라디오와 오래된 전자제품들이 쌓여있는

전파상도 있었다는...

조금 더워서 힘든 길이었지만

드문드문 차가 다니고

길가에는 논과 밭, 과수원

그리고 들꽃들이 피어 있는 시골길을

10살난 아들래미와 한발 한발 내딪고 있다.

 

장마루의 식당에서 점심으로 콩국수를 시켜놓고

막 한 젓가락을 뜨려고 하는데 전화가 왔다.

지금은 미국에서 살고 있는 친구의 전화였다.

어제 여행중에 쉬면서 facebook에 글을 남겼더니 그걸 보고서 전화를 했다.

그쪽 시간으로는 저녁이어서 소맥을 한잔 했다는 녀석은

나와 아이의 안부를 묻고 

지금 하고 있는 여행에 대해서 이것저것 물었다.

전화를 끊고 이 친구하고도 참 여행을 많이 했었는데 하는 생각을 해본다.

 

고등학교 2학년때인가는 전국일주를 한답시고

광주, 목포, 대구, 울진, 강릉을 거쳐 서울에 돌아온 적이 있었다.

머리를 빡빡 깍은 고교생들이 친척과

아버님 친구분들께 민폐를 끼치며 돌아다니긴 했지만

지금도 가끔 소주잔을 기울일때면 그 당시 이야기를 한다.

목포에서 나의 외가집에 갔었던 일.

대구의 한 모텔에 들어가 처음으로 야한 비디오를 보고 밤새 잠 못잤던 일들.

울진에서 버스시간 10분을 남겨놓고 허겁지겁 먹었던 꿀맛같은 자장면.

여행은 친구와 추억을 만들고

여행 속 추억들은 우정의 얼개가 되어

친구와 나, 과거와 현재를 견고하게 묶어주는 매개가 되는듯 하다.

 

글을 쓰고 있는 지금,

까까머리, 여드름쟁이 고교시절!

함께 여행을 했던 내 죽마고우들이 무척이나 그립다.

지금은 해외에 나가들 있어서 모두 모이는 것이 쉽지않지만,

꼭 한번 모이게 되면 넷이서만 그때 그시절, 고교시절같은 여행을 다시 해 봤으면 좋겠다.

왜 그 여행 사진은 한장도 찍지 않았는지... 그치 진용아! 은섭아! ^^

이번에 여행가면 너도 꼭 데리고 갈께. 삐치지마라. 무중아^^

 

드디어 논산이 보이기 시작한다.

 

더위에 지쳐서 기진맥진할 무렵 목적지인 논산이 보인다.

오늘은 어제 준비한 얼음물이 아니었으면 버티지 못했을 정도로 더웠다.

그야말로 폭염이었다.

다행히 아이가 어제보다는 덜 힘들어해서 다행이기는 했지만

내가 더위로 너무 힘든 하루였다.

역시 시간이 갈수록 내 체력이 문제다.ㅜㅜ

 

논산대교! 이다리를 지나면 논산시내.

 

 

재환이의 이 웃음!

 

언젠가부터 목적지가 가까워지면 요런 환한 웃음을 보여준다.

웃음이 많지않은 녀석이 이렇게 밝게 웃어주면

나의 마음은....흠...

 

 

논산시내 전경

 

오늘의 최종 목적지 논산역

 

해리포터 삼매경

 

예정시간보다 조금 일찍 논산역에 도착했기때문에

예약해 놓은 기차표를 취소하고 더 일찍 집으로 가는 기차를 탔지만 입석이다. ㅜㅜ

2시간동안 불편하게 가야하는데 그렇지 않아도 피곤한 이녀석이 짜증이나 내지 않을지 걱정했는데...

웬걸, 계단옆 구석에 않아 수원역에 도착할때까지 2시간내내 해리포터에 빠져 웃고 긴장하며 정신이 없다.

"하긴, 아빠도 지금은 해가 비치지않는 바닥에 앉아있는 것만으로 행복하다. 하하하"

힘들지 않느냐는 나의 물음에 어제는 힘들었는데 오늘은 어찌된 일인지 하나도 힘들지 않단다.

(에고! 아빠는 죽을지경이란다.)

7시쯤 집에 도착한 재환이와 나는 저녁을 먹으며 집사람에게 여행 무용담을 늘어놓으며

이번 여행을 마무리 한다.

 

이번 여행을 통해 여름에 도보여행을 하는 것이 얼마나 힘든 것인지 맛보게 되었다.

그리고 또 하나 걱정되는 것은 혹시라도 아이가 더위를 먹을까 걱정이 되었다.

아이가 워낙 건강해서 생각보다는 잘 버텨나갔지만,

앞으로도 여름여행은 아이의 용태도 잘 살펴야 할 것같고,

여행의 시간도 조절이 필요할 것같다.

 

오늘 여행이 이른 아침 시작해서 쉽게 마무리할 수 있었지 그렇지 않고

예전처럼 9시가 넘어서 걷기 시작했다면 더위때문에 힘든 여행이 되었을 듯 싶다.

 

다음 여행은 8월 첫주, 여름휴가를 이용하여 5일동안의 여정으로 여행하려고 한다.

1년 중 가장 더운 시기라 걷는 거리의 조정도 필요할 것같고

여행시간도 아침일찍과 늦은 오후를 이용할 계획이다.

여행도 좋지만 건강하게 여행하는 것이 훨씬 더 중요하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할듯...

어쩨든, 다음 여행에는 드디어 충청도를 벗어나 전라도에 입성한다.

 

아들아! 힘내자! 화이팅!

 

 

총이동거리 : 160.4KM

오늘이동거리:38KM

 

총도보수 : 287,287보

오늘의 총 도보수 : 66,761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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