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수유나무 밑에서
어제 보이지 않던 꽃이 여기저기 피어나고........
하루가 다르게 세상이 변합니다.
새로이 피어나는 野花를 찾아다니다가 문득, 핏기를 잃고
시들어가는 산수유꽃이 눈에 띄었습니다.
화려한 순간을 뒤로하고, 내일이 되면 말라버리겠다 싶어
애달픈 마음으로 한참을 그 나무 밑에 유해야 했습니다.
아니, 여러 날일 겁니다.
또 한 봄을 만나고, 이렇게도 흘러서 사는구나 싶습니다.
/2024. 4. 최운향
■ 산수유꽃
한 꽃봉오리 속에 20~30개의 작은 꽃들이 소복이 모여 핍니다.
작은 꽃을 보면 4개의 꽃잎과 4개의 수술이 있습니다.
많은 점과 곡선, 굻고 가는 직선이 모이고 어우러진 모습의 꽃,
비록 시들어 가고 있지만 신비롭게만 보였습니다.
산수유나무 밑에서
텅 빈 무한 공간
텅 비어서 무한 세월 모든 걸 무한히 담아
실은 텅 비어 있지 않은 허공
그 상상을 초월하는 잠재 가능성
상상을 초월하여서
그 상상을 초월할 수밖에 없는
텅 빈 무한 가능성
그로 인하여
잔잔히 때론 격렬히 이는
생멸의 파도
무한히 일 수밖에 없는
그 파도
그리하여
불이 타오르고
바람이 불고
물이 흐르며 나르고
온갖 생명의 꽃들이 피고 집니다
끝없이 밀려와 하얗게 부서지는
바닷물처럼
삼라만상의 영원한 본향
텅 빈 무한 공간
거기서 임운무위(任運無爲)
그 고요의 평화로 다 모이리니
파도일 때 파도로서
마음껏 파도여라
새로이 피어나는 수많은 꽃들 속에서
생기를 잃고 말라가는 산수유꽃
어이 그뿐이랴
먼저 핀 꽃은 먼저 진다 해도
아무리 마음껏 파도여라 했어도
결국은 본향에 다 모인다 해도
비애의 파도는 입니다
산수유나무 밑에
파도에 밀려 떠내려가는
그의 옷자락을 잡고
질질 끌려가며 버티려는
어리석은 바보가 앉아 있습니다
글, 사진 / 최운향 2024. 4.
■ 산수유꽃 핏기를 잃고 시들어 가는데
수많은 꽃들은 피어납니다.
■ 산수유나무 밑에서 .....
글, 사진 / 최운향. 2024. 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