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심하고 함께 즐기자!
슬기로운 웹툰 구독 생활
웹툰 전성시대다. 특히 청소년들은 웹툰의 주요 구독층으로 주위에 웹툰을 보지 않는 중·고등학생이 드물 정도. 웹툰은 이제 청소년들에게 여가활동을 넘어 하나의 문화콘텐츠로 자리 잡았다. 하지만 비판적 사고 없이 무분별하게 소비하는 웹툰은 청소년들에게 많은 부작용을 낳을 수 있다. 그렇다고 무작정 막을 수만은 없는 자녀의 웹툰 구독, 어떻게 하면 현명하게 이용하고 지도할 수 있을지 전문가의 의견을 들어봤다.
취재 송은경 리포터 eksong@naeil.com
도움말 박석환 교수(한국영상대학교 만화콘텐츠과)·홍성관 교수(한국IT직업전문학교 게임스쿨)
10대 청소년 99%, 웹툰 “본다”
청소년들이 웹툰에 ‘푹’ 빠졌다. 요일마다 업데이트되는 수많은 웹툰을 챙겨보고 좋아하는 작품은 1화부터 다시 정주행하기도 한다. 코로나19로 늘어난 집콕 시간. 집 안에서 모바일 기기로 편리하게 즐길 수 있는 웹툰의 수요 또한 이에 맞춰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청소년들은 과연 웹툰을 어떻게 이용하고 있을까? 학생복 전문 기업인 형지엘리트가 2018년 10대 청소년 1천975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 학생의 99%가 웹툰이나 웹드라마를 본 적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응답자의 50%는 하루 3편 이상의 웹툰을 보고 있으며, 하루 4편 이상 보는 학생들도 28%나 됐다.
한국콘텐츠진흥원에서 발간한 <2019 만화 산업백서>에서도 웹툰을 이용하는 15~19세 청소년의 24.5%는 ‘거의 매일’ 웹툰을 본다고 응답했다. 청소년들 사이에서 웹툰의 인기를 실감할 수 있는 대목이다. 주로 이용하는 플랫폼은 ‘네이버 웹툰’이 87.4%로 가장 높았다. 즐겨 보는 작품은 <연애혁명>이 13%로 가장 높았으며, 다음으로 <외모지상주의(12.4%)> <여신강림(10.7%)> 순으로 나타났다. 청소년들은 일상생활과 맞닿아 있는 학원물이나 청소년기의 관심사를 반영한 로맨스, 뷰티 콘텐츠 등을 선호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또래 공감대 형성 VS 유해성 노출 우려
웹툰이 청소년들 사이에서 각광받는 이유 중 하나는 스낵 컬처(snack culture)라는 데 있다. 스마트폰이 보편화되면서 과자를 먹듯 손쉽고 간편하게 웹툰을 즐길 수 있게 됐으며, 매주 빠르게 업데이트되는 연재 주기의 신속성과 장르의 다양성 또한 인기를 견인하는 요인이다.
청소년들에게 있어 웹툰은 하나의 놀이 문화이자 또래 문화로 작용한다. 웹툰을 통해 친구와 소통하고 공감대를 형성한다. 특히 청소년기의 심리적 고민이나 일상 속 이야기들을 다뤄 이들의 관심과 공감을 이끌어내고 현실 문제에 위로와 용기를 주는 순기능을 한다.
반면 스낵 컬처의 특성을 지닌 웹툰은 지나치게 이용할 경우 활자 책을 읽는 힘을 약화시킬 수 있으며, 습관적으로 웹툰을 과다 이용하게 되는 문제가 생길 수 있다. 가장 큰 문제는 지나치게 선정적이거나 폭력적인 웹툰이 야기하는 유해성이다. 일부 웹툰은 구독자를 확보하고 수익을 올리기 위해 자극적인 소재나 부적합한 내용을 다뤄 문제가 된다.
웹툰 연령 등급은 원래 두 단계였지만 지난해부터 전 연령, 12세, 15세, 18세의 4단계로 세분화됐다. 이전에 비해 웹툰의 심의 기준이 강화된 편이지만 등급 심의가 작가와 유통사(플랫폼)의 자율 규제에 따르는 데다 사실상 권장 연령을 강제할 방법이 없다는 점에서 실효성이 없다는 지적이다.
최근 인기를 끌고 있는 동성애 장르의 웹툰도 청소년들의 접근이 쉬워 무분별하게 노출될 위험이 있다. 자아에 대한 고민이나 인간관계를 깊이 있게 다루기보다, 자극적이거나 선정적인 내용이 노출돼 현실과 괴리가 크고 왜곡된 인식을 심어줄 수 있다. 특히 청소년기는 자아정체성과 사회화를 확립해나가는 과정이라 잘못된 가치관이나 세계관을 접했을 때 바로잡기가 어려운 측면이 있어 우려된다.
통제보다 ‘이해와 소통’ 중요
전문가들은 웹툰의 역기능이 포착되거나 우려된다고 무작정 막기보다는 공감과 이해를 바탕으로 소통하는 자세가 중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특히 자녀가 보는 웹툰 속에는 자녀의 최근 관심사나 고민이 반영돼 있어 아이가 어떤 웹툰을 보는지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강조한다.
한국영상대 만화콘텐츠과 박석환 교수는 “웹툰은 일종의 또래 문화처럼 형성돼 있어 부모가 접근하기 쉽지 않은 게 사실이다. 하지만 웹툰은 현실을 재현하므로 자녀에게 일어날 수 있는 문제들을 미리 파악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자녀가 즐겨 보는 작품이 있다면 3회 분량이라도 감상해보기 바란다. 그 정도로도 작품에 대한 유해성을 판단하고 자녀의 관심사를 파악할 수 있다. 자녀와 작품에 관해 대화하면서 웹툰에 대한 과몰입을 예방함은 물론 비판적 사고 능력 또한 기를 수 있다”고 조언한다.
한국IT직업전문학교 게임스쿨 홍성관 교수도 “자녀마다 즐겨 보는 웹툰의 장르, 보는 방식, 보는 이유가 다르므로 왜 그 웹툰을 즐겨 보는지를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 웹툰을 볼 때는 편수나 시간 등 제한 범위를 정하고 자녀가 볼 웹툰도 함께 결정하는 것이 좋다. 단, 사춘기 때는 지시보다 협의와 상의를 통해 웹툰 구독의 규칙을 정해야 거부감이 없다. 부모가 함께 구독하면서 자녀와의 소통 도구로 활용하면 보다 건강한 웹툰 구독 습관을 만들어갈 수 있다”고 말한다.
내일교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