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4 부처님께 활을 겨눈 사냥꾼과 아내 171)
손에 상처가 없으면
손으로 독을 만져도 된다.
상처 없는 이를 독이 해치지 못하듯
악행을 하지 않는 이를 악이 해치지 못한다.
171) 어렸을 때 부처님의 설법을 듣고 수다원이 된 라자가하의 부잣집 딸은 사냥꾼의 늠름한 모습을 보고 사랑에 빠져 그와 결혼하였다. 그들은 자기들이 낳은 일곱 명의 아들이 성장하여 결혼한 다음에도 모두 데리고 함께 살고 있었다. 어느 날 부처님께서 신통력으로 그들이 모두 수다원이 될 때가 되었음을 아시고, 사냥꾼이 덫을 놓은 곳으로 가시어 덫 옆에 큰 발자취를 남겨 놓으신 뒤 가까운 숲 속 나무 밑에 앉아 계셨다. 얼마 후 그곳에 돌아온 사냥꾼은 자기가 놓아 둔 덫에 짐승은 걸리지 않고 주변에 사람 발자국만 있는 것을 보고 누군가가 덫에 걸린 짐승을 풀어 주었다고 추측했다. 그는 자기 일을 망친 훼방꾼을 찾으려고 주변을 살펴보다가 숲 속 나무 밑에 앉아 계시는 부처님을 발견했는데 그는 훼방꾼이 바로 부처님이라고 짐작하고 즉시 화살통에서 화살을 꺼내어 부처님을 향하여 겨누었다. 그러자 부처님께서는 신통력으로 그의 활시위를 당긴 순간의 모습 그대로 돌처럼 굳게 만들었다. 곧 이어 사냥꾼을 뒤따라오던 일곱 명의 아들들도 부처님께 활을 겨누자 그들도 아버지처럼 굳어 버렸다. 사냥꾼의 아내는 남편과 아들들이 늦게까지 안 돌아오자 그들을 찾으려고 며느리들을 데리고 숲속으로 갔다가 돌처럼 굳어 있는 그들을 발견했다.
아내가 그들에게 “아버님께 활을 쏘지 마세요!”하고 소리치자 사냥꾼과 아들들은 부처님을 장인어른과 외할아버지로 여기게 되어 마음이 누그러졌다. 그때 사냥꾼의 아내는 남편과 아들들에게 부처님께 용서를 빌라고 했다. 그러자 부처님께서는 사냥꾼과 아들들의 마음이 부드러워진 것을 아시고 그들이 움직일 수 있도록 풀어 주시며, 그들에게 활과 화살을 버리라고 말씀하셨다. 그러자 그들은 활과 화살을 모두 버리고 부처님께 다가가 공손히 인사를 올렸다.
부처님께서는 사냥꾼과 일곱 아들과 일곱 며느리에게 차제설법(次第說法. 이해하기 쉽고 실천하기 쉬운 보시 그리고 지계를 가르친 다음에 수행을 가르치는 것)을 하셨고, 법문이 끝나자 그들은 모두 수다원이 되었다. 부처님께서는 정사로 돌아오셔서 비구들에게 그날 아침 일찍 사냥꾼과 그의 가족이 모두 수다원이 되었다고 말씀하셨다. 그러자 비구들이 의아해 하면서 여쭈었다. “사냥꾼의 아내는 남편과 자식들에 앞서 이미 수다원을 성취한 사람이었습니다. 그런 그녀가 남편에게 살생 도구인 그물이나 활, 화살, 칼 등을 챙 겨 주면서 그가 생명을 해치도록 한 것은 악업이 되지 않습니까?” 부처님께서 대답하셨다.
“비구들이여,
수다원은 살생을 하지도 않고
다른 사람들이 살생하는 것도 원하지 않는다.
사냥꾼의 아내는 남편의 명령에 따라
필요한 물건들을 준비해 주었을 뿐이다.
마치 상처가 없는 손으로
독약을 만져도 독의 영향을 받지 않는 것처럼
그녀는 그런 행위 때문에 과보를 받지는 않는다.
그녀는 악행을 저지른 것이 아니다.”
이어서 부처님께서 게송을 읊으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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