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7월 28일, 신앙 강좌, [초대교회 이단사상] Ⅲ
마르시온주의(Marcionism)
(1) 마르시온
마르시온(Marcion, AD 84-160)은 성경에 '본도'라고 나오는 폰투스(Pontus) 지방의 시노페(Sinope, 흑해연안에 위치한 현재의 sinop)에서 태어난 부유한 선주이자 상인이었다. 그는 135년-140년에 로마로 여행을 했는데 그곳에서 200,000 세스터스(고대 로마의 화폐)를 교회에 희사하기도 했다. 그러나 그는 그곳에서 영지주의적 선생이었던 세르도(Cerdo)를 만나 영향을 받았는데 교회는 그의 돈을 되돌려주었다. 마르시온은 144년 교회로부터 출교되기 이전에 자신을 추종하는 자들을 모아 그룹을 형성했다. 그의 메시지는 로마에서 점점 확산되어 갔다.
(2) 이원론
그는 육체는 악한 것이고 영은 선한 것이라는 극단적 이원론에 빠져있었다. 그런 생각 때문에 구약의 하나님이 육체를 창조한 것은 악을 창조한 것이라고 주장하기에 이르렀다. 따라서 예수님은 육체로 오신 것이 아니라고 주장하고 그리스도는 가현(假現)적 현시를 통하여 자비의 신으로서의 하나님을 계시하였다고 하였다.
(3) 두 하나님
그는 구약성경의 하나님은 신약성경의 하나님과 다르다고 주장하였다. 그는 구약성경의 하나님은 폭력과 보복의 신이지만, 예수 그리스도가 말하는 하나님은 사랑과 정의의 신이라고 주장하였다. 환언하면, 구약의 하나님은 물질세계인 악을 창조한 하나님이고 신약의 하나님은 사랑의 하나님이라는 이중적 하나님 이해를 하고 있었던 것이다. 이에 따라 마르시온은 신약성경을 구약성경과 분리할 것을 역설하였다.
(4) 정경화(正經化)
복음서 중에서 구약의 하나님과 관련된 부분들을 삭제하였으며, 구약을 제외시키고 누가복음과 열 개의 바울서신(갈라디아서. 고린도 전후서, 로마서, 데살로니가 전후서, 에베소서, 골로새서, 빌립보서, 빌레몬서)을 정경으로 하여 성경을 재편집했다. 마르시온이 그리스도교 문헌을 다룬 이러한 방식은 중요하다. 왜냐하면 그리스도교 문헌에 대한 마르시온의 이러한 취급방식 덕분에 초기 교회가 쓸모는 있지만 체계가 없는 많은 자료에서 신학적으로 수용할 수 있는 문헌만을 정경으로 인정하게 되었기 때문이다. 말하자면 정경화작업의 필요성이 제기된 것이다.
(5) 이단 정죄
마르시온은 그의 냉철한 비판 자세 때문에 교회로부터 이단으로 간주되어 후에 마르시온의 신학을 따르는 교회가 확산됨에 따라 많은 교부들로부터 비판을 받았으며, 교회는 마르시온주의에 대항하여 예수 그리스도의 하나님은 구약성경의 하나님인 여호와, 야훼와 동일한 신이라는 데 일치를 이루었다. 순교자 저스틴(Justin Martyr, 110-165), 이레나이우스(Irenaeus, 120-202), 에피파니우스(Epiphanius, 315-403), 그리고 특별히 테르툴리아누스(Tertullianus, 145-220) 등의 교부들은 마르시온의 이단적 주장에 반박하는 글을 써서 교회의 신앙을 수호하는 일에 힘을 기울였다. 서구에 있던 마르시온주의는 3세기부터 마니교에 흡수되어 쇠퇴하기 시작했고, 콘스탄티누스 대제에 의해 금지 당했다. 동방의 마르시온주의는 7세기경에 사라졌다.
(6) 의의
마르시온주의의 특징은 구약의 하나님과 신약의 하나님을 구분하고, 율법과 복음을 대립시키고, 전자를 후자로부터 완전히 배제하는 것이다. 잘못된 뜻에서의 복음주의라고도 부를 수 있는 이러한 태도는 신학과 교회의 역사에서 다양한 형태로 변주되어 나타나고 있다. 행위에 대한 믿음의 절대적 우월성을 배타적으로 강조한 나머지 기독교신앙인의 윤리적, 실천적, 사회적 책무를 도외시하는 왜곡된 영성주의도 이러한 사상과 일맥상통한다고 할 수 있다. 역사 속에서 개입하여 활동하시는 하나님의 모습이 참 하나님의 모습일 수 없다는 이러한 사상은 필연적으로 개인적이고, 정신적이며, 피안적인 신앙의 양태를 보일 수밖에 없게 된다. 이런 신앙적 견해를 가지게 될 때 구약의 역사 속에서 모세와 출애굽 사건을 통하여, 왕정시대 예언자들을 통하여 위대한 역사를 이룬 하나님의 역동적인 메시지를 통째로 상실하는 오류에 빠지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