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상식서 푸틴 규탄 잇따라
올해 노벨 평화상 수상자인 벨라루스 인권운동가 알레스 비알리아츠키의 아내 나탈리아 핀추크, 러시아 인권단체 메모리알의 얀 라친스키 이사회 의장, 우크라이나 인권단체 시민자유센터의 올렉산드라 마트비추크 대표(왼쪽부터)가 10일(현지시간) 노르웨이 오슬로에서 열린 시상식에서 받은 상을 들어보이고 있다. 오슬로 | AP연합뉴스© AP연합뉴스
러군, 도네츠크 목표 총공세
젤렌스키 “바흐무트 파괴”
2022년 노벨 평화상 수상자들이 10일(현지시간) 열린 시상식에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한목소리로 규탄했다. AP통신 등에 따르면 이날 노르웨이 오슬로에서 올해 노벨 평화상 수상자인 벨라루스 활동가 알레스 비알리아츠키(60), 우크라이나 시민자유센터(CCL), 러시아 인권단체 메모리알에 대한 시상식이 진행됐다. 수상 소감에서 러시아에 대한 성토가 이어졌다. 올렉산드라 마트비추크 CCL 대표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의 에너지 시설을 파괴하는 바람에 촛불에 의지해 수상 소감을 작성해야 했다고 밝혔다. 그는 평화를 위해 러시아와 협상해야 한다는 주장에 반대했다. 그는 “우크라이나 국민들이 가장 평화를 원하지만, 평화는 공격받는 국가가 무기를 내려놓음으로써 달성되지 않는다. 그건 평화가 아니라 점령”이라고 했다. 이어 “푸틴 대통령과 알렉산드르 루카셴코 벨라루스 대통령을 국제재판소에 회부해야 한다”고 말했다. 얀 라친스키 메모리알 이사회 의장은 우크라이나 전쟁을 “미친 범죄”와 “광기”라고 비판했다. 그는 “크렘린궁이 미친 범죄적 침공 전쟁을 이념적으로 정당화한다”면서 “개인의 자유, 존엄성과 권리보다도 ‘국가적 이익’을 우선시하는 가치 전도를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BBC 인터뷰에서 러시아 정부가 자신에게 노벨상 수상을 거부하라고 압박했다고도 밝혔다. 루카셴코 벨라루스 대통령에 맞서 민주화 운동을 하다 탈세 혐의로 지난해 수감된 비알리아츠키를 대신해 시상식에 참석한 아내 나탈리아 핀추크는 벨라루스와 우크라이나가 러시아의 독재를 겪고 있다는 점에서 동병상련이라고 밝혔다. 그는 “이 전쟁은 두 국가만의 전쟁이 아니라 권위주의와 민주주의의 싸움이다. 우크라이나를 지지하기 위해 우크라이나인일 필요는 없다. 사람이라면 그래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노벨 평화상 시상식이 열리는 순간에도 러시아군은 동부 도네츠크에서 재탈환을 목표로 모든 전선에서 공세를 가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이날 밤 “오랫동안 러시아의 포격과 화재에 시달린 바흐무트, 크레미나 등에는 거주할 만한 곳이 거의 남아나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바흐무트는 러시아군에 의해 완전히 파괴됐다”고 밝혔다. 가디언은 바흐무트에서는 1차 세계대전 때 목격할 수 있었던 참호전이 벌어지고 있으며 하루 수백명의 사상자가 나오고 있다고 전했다. 전쟁을 거치며 바흐무트의 인구는 7만2000명에서 1만2000명으로 줄었다. 수도, 난방 등이 모두 끊긴 상태에서 갈 곳 없는 사람들만 남아 장작을 패서 요리를 하고 있다고 텔레그래프가 전했다. 러시아군은 이날 도네츠크의 거점을 점령하고 바흐무트에서 65㎞ 떨어진 리만과 크레미나 방향으로 진격하고 있다고 밝혔지만 우크라이나 정부 대변인은 루한스크에서 러시아군을 격퇴했다고 밝혔다.
김서영·박은하 기자 westzero@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