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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ce라는 말은 원래 영어에서 좋은 뜻으로 쓰이는 Grace라는 말의 뒷부분을 따서 만들어졌다고 한다. 보통 카드에서 쓸모있는 패들을 만드는데 쓰이곤 하지. 아집. 생각만 해도 좋다..흐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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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에서 Ace라는 말은 NL의 야구팀이자 현재 빨갱이들의 전신인 신시네티 레드스타킹즈의 에이스 피처 에이서 브레이나드의 퍼스트 네임을 따서 만들어졌다고 한다. 아마도 류현진을 한국의 산타나라고 부르는 것 처럼 말이 퍼져서 모두 '너는 우리팀의 에이스군' 하는 식으로 번지지 않았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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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인트루이스의 전설적인 투수 밥 깁슨은 월드시리즈에 팀이 올라갈때마다 힘겨운 일정에도 3일에 한번씩 등판해서 승리를 따내는 위력을 발휘해 STL을 정상에 올려놓았다. 특히 양키즈와의 월드시리즈에서는 분기점이 된 5차전에서 연장 10회까지 마운드를 지키며 결국 승리를 거두었다.
역시 명예의 전당 멤버이자 그 해에 시카고 컵스에서 세인트루이스로 옮긴 루 브룩은 밥 깁슨의 이런 모습을 보고 '그를 에이스로 만드는 것은 타자를 겁먹게 하는 직구도, 타자를 현혹시키는 변화구도 아닌 강인한 정신력이다'라는 말을 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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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2년, 한창 자이언츠가 선두 다저스를 쫓아가던 도중 에이스투수인 후안 마리칼은 심한 감기에 걸려 선발을 걸러야 할 상황이었다. 하지만 시즌이 몇게임 남지 않았었고 치열한 선두싸움을 하고있던 것을 알고있었던 후안 마리칼은 38도를 넘나드는 고열속에서도 게임에 나가 승리를 따냈다.
그리고 그해에 자이언츠는 결국 막판에 무서운 뒷심으로 다저스를 제치고 WS에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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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년 ALCS. 보스턴 레드삭스의 에이스 투수였던 커트 실링은 발목부상을 입은 상태였다. 그리고 보스턴은 그해 챔피언십에서 스윕당할 위기로부터 탈출한 뒤 양키즈를 추격하던 상황. 커트 실링은 발목수술을 받은 뒤 마운드에 올라 피묻은 양말을 선보이며 ESPN 카메라맨의 사랑을 받았다.
그리고 보스턴 레드삭스는 역사상 최초로 리버스 스윕이라는 기적을 연출하며 양키즈를 꺾었고, WS까지 우승하며 86년간 이어지던 밤비노의 저주를 풀었다. (물론 실링의 '입'과 양말의 피가 사실은 약품이었다라는 것이 알려지며 가쉽거리가 되었지만 부상을 입고도 바로 마운드에 올라 승리를 따낸 그의 업적만은 폄하되지 말아야 한다)
2005년 7월 11일. 두산 베어스와 기아 타이거즈는 기아의 외국인 투수 다니엘 리오스와 3루수 유망주를 두산의 좌완투수 전병두와 바꾸는 트레이드에 합의했다. 이 트레이드는 양팀 팬들의 격렬한 비난을 받았는데 그 이유는 다음과 같았다.
1) 언제든 바꿀 수 있는 외국인과 국내 유망주의 교환
2) 리오스는 기아에서 사랑받는 외국인이었음
3) 전병두의 포텐셜. 좌완으로 강력한 패스트볼을 던질 수 있다는 장점
그당시 리오스는 5점대 방어율을 기록하며 그전에 비해 초라한 성적을 거두고 있었고, 5점대의 외국인 투수와 두산의 우량 유망주였던 전병두를 바꾼다는 발상은 나에게도 ? 표를 달기에 충분했었다. (실제로 전병두는 기아에서 각성한 후 부메랑이 되어 돌아오긴 했다)
그리고 두산 vs LG전이 열렸다. 그간 이런저런 일들로 바쁘게 지내던 필자는 간만에 야구장이나 찾을 생각으로, 게다가 마침 OL전이었던지라 가벼운 마음으로 잠실 야구장을 찾았다. 그리고 그게 리오스와의 첫 만남이었다.
처음 본 리오스의 모습은 경이적이었다. 어설픈 딜리버리에서 나오는 강력한 인사이드 공략. 빠른 승부로 투구수를 아끼며 손쉽게 아웃카운트를 잡아가고 이닝을 꾸역꾸역 먹어주는 모습은 그동안 박명환과 이혜천의 스타일 - 기본 투쓰리에 5이닝 100개는 양념인 - 에 젖어있던 필자에게 신선한 충격이었고 그날부터 나는 리오스를 좋아해 보기로 마음먹었다.
그해, 리오스는 후반기에 1점대 방어율에 엄청난 이닝수와 완봉 1개를 곁들이며 물건너가는 듯 하던 두산 포스트시즌 진출의 1등공신이 되었고 비록 KS에서 무너지긴 했지만 그해 최고급의 외국인 투수이자 후반기 최고의 투수가 되었다.
그리고 맞은 2006년, 두산 베어스의 전력은 최약체로 분류되기에 부끄럼이 없을 정도의 수준이었다. 불펜의 핵심이던 이재우는 군입대를 했고, 두산 타력의 절반을 차지한다는 김동주는 WBC에서의 부상으로 시즌아웃설이 나돌았으며 홍성흔 역시 WBC때 입은 부상으로 골골거렸다.
그런 와중에 리오스는 2점대 초반에 기본적으로 7~8이닝은 먹어주는 초특급의 활약을 펼쳤지만, 팀은 그를 도와주지 않았다. 그가 전반기에 거둔 승수는 고작 7승. 성적상으로라면 최소한 12~13승은 거뒀어야 할 그였지만, 팀의 득점지원은 3점도 채 안될정도로 빈곤했으며 불펜은 심심찮게 그의 승리를 날려먹었다. 특히 6월 한달동안 무려 3번 연속으로 불펜에 의해 승리가 날아가기도 할만큼 '박복'에 있어서만큼은 타의 추종을 불허했던 다니엘 리오스.
그러나 그는 단 한번도 인상을 찌푸린 적이 없다. MLB에서도 흔히 볼 수 있는 타자들에 대한 원망. 불펜에 대한 원망도 보이지 않은 채, 자기 승리를 날리고 들어오는 불펜투수의 어깨를 두드리기까지 하는 그의 인성은 더욱더 그의 존재감을 돋보이게 만들었다. 만일 케빈 브라운이 리오스의 상황에 있었다면 두산 덕아웃 벽은 죄다 너덜너덜해졌을 것이다.
얼마전 롯데 자이언츠와의 마산 원정경기에서 리오스는 7이닝동안 롯데 타자들에게 전원 탈삼진을 기록하며 승리를 거두었다. 그리고 그날 그는 선수들을 모아놓고 아버지의 소식을 전한다. 폐암 말기로 2주선고를 받은 아버지를 보러 미국에 가야한다는 것. 물론 당연히 가야 할 일이고 직업보다는 인륜과 가족이 더 중한 것은 누구나 아는 사실이다. 그런데 다니엘 리오스는 떠나면서 기아 타이거즈와의 더블헤더가 있는, 자신의 선발이 예정된 토요일까지는 무슨 일이 있어도 돌아오겠다는 약속을 하고 떠났다고 한다.
그가 시간에 맞춰 올지 안올지는 아무도 모른다. 하지만 그의 그런 마음자세는 팀원들에게 승리에 대한 의지를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했나보다. 어제 두산 베어스는 롯데의 에이스이자 역시 빛나는 카리스마를 지닌 대한민국 최고의 투수 손민한에게 2:0의 승리를 거두었고 4위에 보귀했다. 물론 과연 두산이 4강에 갈 것이냐 하는 것은 차후의 문제이지만...
현재 두산의 에이스가 누구냐는 질문에 대부분의 두산팬들은 팀을 옮긴지 갓 1년을 넘긴 외국의 '용병' 리오스를 서슴없이 거론할 것이다. 그보다 다른 투수가 더 좋은 성적을 거두더라도 그건 마찬가지.(실제로 또다른 외국인 투수 맷 랜들이 팀내 최다승 투수이다) 그에게는 'Ace'로 불릴 자격이 있기 때문이다.
언제나 팀을 먼저 생각하며 팀에 최우선이 되는 행동을 하고, 팀이 원한다면 불펜에도 등판하며 바로 며칠 뒤에는 자진해서 선발등판을 하고 완투승을 따내는 선수. 언제나 밝은 얼굴을 보이며 본인의 승리가 날아가는 시간에조차 블런을 기록한 불펜투수에게 마음을 쓰는 선수. 아들 졸업식에, 유태인의 날에도 경기에 빠지는 서양에서 나고 자랐으면서도 가족의 중요한 순간조차 팀을 위해 희생하겠다는 선수.
이런 선수이기에 그는 에이스로 불릴 자격이 있다.
그가 돌아와서 최악의 투구로 패배를 할 수도 있다. 내년시즌에는 나이의 영향으로 최악의 방어율을 기록할 수도 있다. 안좋은 성적 때문에 퇴출되어 집으로 돌아갈 수도 있다. 하지만, 두산 베어스의 팬들은 서슴없이 역대 최고의 투수로 단 1년 남짓만을 두산에서 보낸 외국인 투수, 다니엘 리오스를 뽑을 것이다.
그에게는 요한 산타나의 체인지업도, 로저 클레멘스의 강속구도, 배리 지토의 커브도 없지만 가장 중요한 '에이스의 영혼'을 갖고있기 때문이다.
첫댓글 오늘 박명환이랑 그레이싱어 기사들을 보다 예전에 봤던 글이 떠올라 보고 함 퍼왔습니다..두산팬인 제겐 감동을 주는 정말 명문이죠^^(개인 블로그 글이라 존칭등은 감안 안하고 쓴글이었을 겁니다...2006/9월)
아.. 정말이지 이 선수를 보며 '프로'라는 단어의 뜻을 배웁니다.. 한국에서, 아니 두산에서 오래 오래 선수생활 하시기를 바래봅니다. 그런데 리오스 선수는 왜 일본에서 안데려갈까요? 흠..
한국용병 투수가 일본가서 성공한적이 거의 없지 않나요?
두산팬인 저도 쭉 두산에 남아있다가 나중에 감독까지 했으면 좋겠어요....오수형...^^
'거의'가 아니라 전무하다고 봐야죠..-_- 그런데 요번에 기아 그레이싱어 선수는 데려가잖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