갓바우 가보고 가산바우 가다 말고
이왕 시작한 글이니 이 밤 사이 올려야 겠다
그렇지 않으면 추석으로 한 주를 그냥 건너 뛸 판이니 말이다
어제 토요일 방문을 열고 보니 하늘이 파아~랬다
어정이다 보니 어느사이 점심 때가 되어 점심을 먹고나니 바람을 쇠러가기는 가야 겠는데 어디로 간담?
이미 오전을 허송하였으므로 멀리는 못 가겠고 지하철이나 버스를 이용하여 문양? 아니면 팔공산? 그 것도 아니면 내친 김에 바다로?
결국 무리할 필요 없다며 갓바위 쪽으로 방향을 정하였으나 집 사람도 아니 가려하므로 혼자 갈 수 없어서 팔공산 가는 길목에 집이 있는 호영 황영일에게 전화하니 마침 집에 있었으므로 꼬득였다
용주암 재까지만 가보자
용주암 재란 곳의 정식 명칭을 모르므로 내가 붙여본 이름이다
대구 쪽에서 갓바위를 오를 때 대충 주차장에서 관암사까지, 관암사에서 관암사 우측을 돌아 용주암 재까지, 거기서 갓바위 부처님까지가 각 3분의 1 씩의 거리라고 보면 된다.
관암사부터는 좌측으로 돌아 비교적 돌계단과 스텐리스 파이프로 잘 정비된 길로 오르는 길과
우측을 돌아 오르는 길이 있는데 후자의 길을 택하는 사람은 오르거나 내리거나 반드시 용주암 재에서 쉬게 된다
그 곳엔 여름엔 솔바람이 그저 그만이고 겨울엔 따뜻한 커피와 우유도 있다
용주암 재에 설치해 둔 밴취에 앉으니 시원하기가 이루 말 할 수 없었다.
땀을 식히고 있는데 비들기 3마리가 오락가락 한다. 그 전에는 여기까지 비들기가 올라오지 아니하였다
세상이 변해 가니 새들도 변해가는 모양이다.
비들기를 보고 있자니 무심결에 왠 일로 여기까지 올라 왔느냐며 물어봤다 그랬더니 고개를 앞 뒤로 끄덕이며 뚜벅 뚜벅 걷는 비들기 들의 모습이 당신은 여기 왜 왔소 하는 것 같다
허 ~ 참
나는 왜 산에 왔을까?
많은 사람들도 한 번씩은 반문해 본 듯한 질문이다
그냥 남들이 건강에 좋다니까 왔고 와서 기분이 나쁘지 아니하니까 계속오는 것일 뿐이지 와서 기분 나뻐봐라 왜 오냐?
절 보다 더 큰 암자
용주암의 輪藏臺도 구경하고 나니 오후 4시 반 경이 되었을 나나?
원래는 여기까지 산행하고 하산할 요량이었다
그런데 이왕 여기까지 왔으니 여기서 약 10분 정도의 거리에 있는 약사암에 가서 공짜저녁공냥을 얻어먹고 하산 하잔다
좀 이르지만 오랫만에 그 유명한? 절밥을 얻어먹고 가기로 했다
약사암으로 가는 길은 어느덧 그 무덥던 여름을 보내며 가을을 준비하는 듯하다. 세월 참 무상하다.
이 버섯을 보니 봉화송이가 생각났다 올해는 많이 나는지? 호주머니 빈약한 시민들이 맛이나 볼 수 있으려나?
공짜라지만 공양을 하면 1,000원을 시주하는 것이 부처님에 대한 예의다
여기 보이는 고추는 절의 것이 아니다. 호영(황영일)이 가방을 뒤지더니 고추 2개를 찾아 내므로 내가 그를 보고 며칠전 산행에서 다 먹지 못하고 남긴 것 아니냐고 욱박지르며 웃었다
저 정도의 된장과 김치와 국이면 밥 한끼를 다 먹을 수 있다
된장은 짜지만 정말 맛은 있다. 국은 심심한 게 사실은 국 때문에 밥을 다 먹을 수 있다. 김치는 영~ 아니다.
그래서 이 곳으로 산행 오는 사람들은 저 된장 맛 때문에 빈몸으로 온다
약사암의 부처님
약사암에서 저녁공양을 너무 이르게 하였으므로 시간이 남았다
그래서 이왕 온 김에 갓바위 부처님을 찾아보고 가자며 계획을 연장했다
여기서 갓바위 부처님까지 가는 길은 예전에는 몇 군데 로푸를 타고 오른 곳이 있었는데 이번에 가보니 돌계단과 철책으로 말끔히 정비해 두었다
갓바위 부처님 앞에 올라 땀을 닦으며 올라온 길을 되돌아 보니 용주암이 아득히 내려다 보인다
갓바위 부처님과 비둘기
조금 전 용주암 재에서 비들기를 보고 놀랐는데 이에도 비들기가 떼를 지어 부처님 앞을 왔다갔다 한다. 이 높은 곳에 비들기가 다 올라 오다니 놀라운 일이다
산상의 석양
갓바위에서 하산하려고 하는데 해가 산 넘어 가려한다. 하늘이 어쩌면 장관을 보여줄지 몰라 황영일에게 5분만 기다려보자고 했다.
석양은 어느 다른날의 대단했던 모습은 아니했지만 그래도 아름다웠다. 나의 힘은 이 아름다움을 담기에는 턱없이 부족하다
너무 아름다운 석양
산을 내려오면서 돌 계단에 서서 또 한번 찍어 보았다
결국 관암사에 도착했을 때는 잔명등이 커지고 ........
집에 도착하자 밤 8시가 다 되었다.
못 가본 가산바우의 핑계
가산바우는 내가 가산산성을 소개할 때 몇 번 소개한 바가 있다
오늘은 일요일
어제 오후 갓바위를 다녀왔으므로 오늘은 쉴까 하고 집에 있는데
당숙께서 문사로 할 말이 있으니 12시 30분까지 가산면 학산리까지 오라고 하신다
약속하신 시간에 도착하였더니 벌초비에 보태 쓰라며 거금을 내리시면서 곁들여 몇가지 문중일을 맏기신다. 고맙게 받들며 감사의 뜻으로 내가 점심을 대접해 드리겠다고 했으나 부른 사람이 내어야지 하시면서 점심까지 사주셨다
점심을 먹고 물러 나오니 오후 시간을 홀로 어디서 무었을 한다?
가까운 가산바우에 가본다?
가산바우는 언제나 진남문 쪽(남쪽)에서 오르지만 어쩌다 동쪽 할머니 할아버지 바위 쪽으로 오른다. 그리고 올 초여름에 40회 산모임에서 북쪽으로 올라 보았으나 아직 서쪽에서 올라보지 못해다
그래서 남원리가 내려다 보이는 고개 위 주차장에서 차를 세워놓고 산행을 시작하려 산행로 위치 표지목을 보니 "07-001"이라 적혀 있다. 아마도 7번 등산로 시작점이란 뜻인 모양이다
산을 쳐다보니 여기가 고개 위이므로 능선을 타고 간다면 간단해 보였다
그러나 시작해 보니 육덕 좋은 길이지만 끝 없이 오르막 길이어서 결국 2시간 정도 걸었으나 목적지를 200여미터를 두고 포기하고 말았다
더 이상 못 가서가 아니라 약 한달 전 오후 늦게 우리동리 앞산에 올라서 석양을 보고 내려오다가 해는 지고 길을 잊어 고생한 것이 생각나서 처음가는 산길을 돌아올 때 해는 지고 길을 잃을까 걱정이 되어서였다
나무가지 사이로 석약이 빗발치는데 그야말로 日暮道遠이 아닌가? 아무리 아름다운 가구라도 읽어서의 느낌은 체험만 못함이 절실하다.
발길을 돌리는 지점에 이름 모를 버섯이 지천으로 피어있다
결국 신령님은 내게 가산바우 대신 이 것을 보여 주셨는데 나로서는 독버섯인지 약버섯인지 알 수가 없다. 우리 친구 한상훈 동문의 말에 의하면 죽은 나무에서 피는 버섯은 독버섯이 없다고 하지만 내가 구별할 수가 있어야지
참나무 그루터기에 피어나고 있었는데 영지인가 운지인가?
손으로 만저보니 상당히 딱딱한 것이 어제 오늘 피었던 것은 아닌 듯 하다
이건 많이 보던 영지같다
이건 아기 영지?
이건 우유에 타 먹는 씨리얼 같이 생겼다
운지인지 영지인지 피어나는 모습 참 아름답다
설사 영약이라도 꼭 필요한 사람, 인연이 있는 사람이 가져가도록 사진만 찍고 원래 있는 그대로 두고 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