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년의 문화 천년의 평화"
: 세계 빈곤아동 돕기 및 한국전 참전용사 위무
홍유경
<취재기자>
지난 11월 2일, 허리케인 샌디가 그 위력을 떨치고 지나간 지 불과 삼사일 후, 뉴욕의 인터콘티넨탈 호텔에 흥미로운 행사가 있었다. 대한불교조계종에서 주최하고 포교원에서 주관한 “천 년의 문화 천 년의 평화” 행사였다. 이번 평화사절단 총재로 오신 포교원장 지원스님과 평화사절단과 단장인 범어사 주지 수불스님, 그리고 한국에서 함께 온 80여 명의 신행단체 대표로 구성된 평화사절단이 2013년, 한국전쟁 종전 60주년을 맞아 평화 정신을 기리며 세계빈곤 아동 돕기에 지원금 10만 달러를 전달하고 UN의 한국대사를 비롯해 한국전 참전국의 대사들, 그리고 한국전 참전 용사들을 초청해 평화 선언문을 낭독하고 감사패를 증정했다. 이어진 이기향 한성대 의상학과 교수의 ‘단청, 춤추다’라는 공연과 저녁 만찬이 150여 명의 참가자들을 아우르며 이어졌다.
최악의 허리케인 샌디가 뉴욕을 휩쓸고 간 뒤 뒤숭숭했던 마음을 오랜만에 내려놓고 맨해튼으로 향하는 버스에서 내다본 거리는, 자연 앞에서 인간의 첨단 도시기능이 얼마나 미약한가를 잘 볼 수 있었다. 무너진 전선과 날아가 버린 교통 표지판, 정지된 교통신호등 그리고 그림자가 드리워진 사람들의 얼굴을 보면서 행사장을 가는 마음이 가볍지만은 않았다. 그럼에도 도시는 움직이는 사람들로 잠시 멈춘 일상을 되찾고 있었고, 골목마다 목적지를 향해 바쁜 걸음을 옮기는 소리로 깨어나고 있었다. 초췌한 모습의 뉴욕 거리를 지나 처음 뵙지만, 눈에 익은 수불스님등 한국 스님들을 뵈니 반갑고 마음의 위로가 한 번에 되는 느낌이었다.
내년 7월 27일은, 한국전쟁 휴전 협정이 체결된 지 60년을 맞이하는 해가 된다. 조계종에서는 이를 위해 내년 3월부터 10월까지 부산에서 ‘2013 유엔 평화의 날 기념 한반도 평화대회’란 이름으로 다채로운 행사를 기획하고 있다고 한다. 이날의 행사는 내년의 한반도 평화대회의 원만한 개최를 준비하는 전초적인 행사가 되는 셈이다. 이에, 조계종의 평화 사절단은 행사 몇 시간 전에 뉴욕 유엔 본부를 방문했다고 했다. 정전으로 인해 사실상 유엔본부에 들어가는 것도 불투명했지만, 조계종 평화사절단은 반기문 총재를 접견실에서 만날 수 있었고, 내년에 계획된 행사의 취지를 알리고 협조와 참여를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전날인 11월 1일에는 워싱턴의 한국전 참전용사 기념공원에서 헌화와 반야심경 봉독, 추모사, 발원문, 법성게 돌기 등을 하며 추모행사를 했는데 이는 한국의 불교 단체로는 처음인 방문이었다고 한다. 또 이어진 알링턴 국립묘지에서 헌화하며, 지금 한국의 눈부신 경제 성장이 가능하게 한, 많은 이들의 희생을 기리며 무명용사 탑을 돌며 그들의 원혼을 달래는 시간을 가졌다고 했다.
본 행사가 가까워져 오면서 한국전에 참전했던 참전용사 할아버지(?)들께서 가슴에 여러 개의 훈장을 달고 도착하시기 시작했다. 또한, UN의 대사들도 속속 도착해 공식행사가 시작되었다. 황수경 동국대 교수의 사회로, 전반부의 평화선언문 낭독에서 포교원장 지원 스님께서는 “우리는 이념과 종교, 민족과 지역에 따른 분열과 대립의 벽을 넘어 경계를 무너뜨리고 이웃이 되어 글로벌 지구촌이 되었으면”한다고 밝히면서 아름다운 세상, 행복한 세상, 평화로운 세상이 오길 기도하고 또 기도한다고 했다. 이어진 수불 스님의 인사말을 통해 “조계종은 1700년간 자비와 지혜의 정신을 실천해 왔다”며, 이는 UN의 설립취지에 동참하는 것이고 앞으로 ‘빈곤 아동 돕기’ 등을 통해 국가 간 상호우호 증진에도 힘쓸 것을 뜻한다고 말했다. 이어진 UN 주재 김숙 한국대사는 2주 전에 한국이 유엔 안보리에 다시 진출하게 되었다며, 2013~2014년 임기의 이사국 지위를 확보한 것을 알리면서 이는 우리나라의 위상이 국제사회에서 그 만큼 높아진 것을 뜻한다며, 불과 60년 만에 전쟁의 아픔을 딛고 성공할 수 있었던 이유는 한국전에 참가한 룩셈부르크, 뉴질랜드, 에티오피아 등의 유엔 연합국이 있었기에 가능했다고 하며 그 나라 대사들에게 감사의 말을 전하였고, 한국참전용사들에게도 한국전에서 보여준 희생과 우정에 감사를 표했다. 이외에도 스리랑카와 부탄 등 불교국가의 유엔 대사들도 참석해 자리를 빛내준 것에도 고마움을 전했다. 이에 대한 답사로 나선 룩셈부르크의 실비 루카스 대사는 ‘룩셈부르크도 2차 대전 당시 나치의 치하에서 2년간 전쟁의 아픔을 경험했다며’ 룩셈부르크도 유엔을 통해 도움을 받았고, 그 후 줄곧 평화사절로서 세계평화에 이바지하고 있다고 했다.
이어진 문화행사로, 한국전 참전용사를 위로하기 위한 문화행사로 한국에서 2개월간 준비했다는 ‘단청, 춤추다’의 공연을 참관했는데, 장소가 다소 협소하고 시간이 조금 늦어지는 것을 제외한다면 상당히 인상적이고 흥미로운 퍼포먼스로서 많은 사람의 이목을 집중하면서 약 20여 분간 이어졌다. 이기향 한성대 의상학과 교수가 감독한 이 퍼포먼스는 단청문양을 이용한 스카프를 이용해 깊이 있는 한국문화와 우리 시대의 아픈 현대사를 상징과 비유의 몸짓으로 풀어냈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