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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페 게시글
자유 게시판 스크랩 라일락 피는 5월에
김창집 추천 0 조회 77 13.05.09 07:01 댓글 2
게시글 본문내용

 

속리산과 대둔산에 오르고

비행기 시간에 맞춰

청주공항 근처에 있는

청주박물관으로 갔는데,

이 라일락이 진한 향기를 풍기며

주차장에서 본관으로 이어지는

화단에 피어 있었다.

4월초에 제주에서 보았던 꽃을

5월초에 이곳에서 싱싱한 채로 볼 수 있다는 것이

신기하기도 하고 놀랍기도 하다.

 

라일락(lilac)은 물푸레나뭇과에 속한

작은 낙엽 활엽 관목으로

높이는 5미터 안팎이며 잎은 마주나고,

늦봄에 담자색, 적색, 청색, 백색 등

네 갈래의 작은 대롱 모양의 꽃이 5월에 핀다.

품종에 따라 여러 색깔이 있으며

향기가 좋아 관상용으로 많이 가꾼다.

 

젊었을 적 용담동에 집을 지어

한 20년 산 적이 있는데

대구에서 옮겨온 라일락을 심어 해마다

동네에 향기를 풍기곤 했다.

오랜만에 싱싱한 라일락 향기를 맡으며

아련한 봄의 추억을 이끌어 낼 수 있었다.  

 

 

♧ 라일락꽃 그늘을 지나며 - 도혜숙

 

스칠 때마다

오래전 잊었다고 생각한

내밀한 열정

제자리에 서있어도

멀리가는 향기

 

라일락,

이미 누군가의 연인 같은

너의 이름 속을 들어가면

전설보다 아름다울까

 

라일락하고 부르면

라일랄라 음표가 튀어나오고

라일락하고 부르면

하얀 꽃관을 쓴 그녀가

꽃가루를 뿌리며 나타날 거야

 

이윽고 다시 널 부르면

거짓말처럼 다시

바람이 불어와

숨 막힌 사랑을 던지고 가리라  

 

 

♧ 라일락 꽃 - 박인걸

 

사랑의 시련을 가슴에 안고

애절한 눈빛으로

연한 바람에도 하늘거리며

눈물을 펑펑 쏟는 여인아.

 

아무에게도 말 할 수 없는 고통이

머리끝 까지 차올라도

위로해 줄 사람이 없어

처연한 몸짓이 더욱 가엽구나.

 

시퍼렇게 멍든 가슴이

숨 쉴 때 마다 呻吟이 되어

보랏빛 아픔을 토하며

옷깃을 물들이고 있구나.

 

툭 치면 스러질 것만 같아

붙들어 주고 싶게 하는

애처로운 네 모양에

어느새 내 마음은 무너지고 있다.   

    

 

 

♧ 라일락꽃 필 무렵 - 하재일

 

햇빛에 젖은

이 세상의 구석진 골목마다

추억은 발산되고 있다

낯선 집 앞에서

누군가 서성대고 있다

나는 뚜렷한 형체를 구하였으나

아무도 내게 말 건네지 않았고

더군다나 끌어안아 주지도 않았다

낡은 정신이 기댄 언덕 위론

노상 흰구름만 지나가고

간혹 지난 밤 흘린 울음 같은

빗방울이 몇 가닥 뿌려졌다

발돋움하여 넘겨다보면 높은 담장

어느 낯선 집 앞에서

한 사내가 서성대고 있다

그저 기웃기웃, 문 안으로

들어가지도 못하고   

 

 

♧ 늙은 라일락을 위하여 - 김정희

 

내가 그녀를 알게 된 것은 한 스물 두어 해 전이다

나도 그녀도 파랗던 시절이었다

꽃사과나무 곁에 늘 수줍은 듯 서 있어 온 그녀

이제는 등도 굽고 다리도 휘어져 어느 땐 내가

나의 등으로 그녀의 등을

가만히 받쳐보기도 하는데

그녀가 엽서 같은 푸른 잎들을 매달고 보란 듯이

꽃향기 뿜어낼 때면

그녀의 봄밤은

여전히 황홀하기만 하여

그 밑에서 취하고 또 취하고

그러면

그녀는 달보다 더 환한 얼굴로 걸어와

내 목덜미를 쓸어 내리는 것이다

숨이 하얘지도록

하얘지도록   

 

 

♧ 라일락 - 강은령

 

봄이 두터운 외투 속에 움츠리고만 있던 그 오월

줄 수 있었던 아름다움은 오직 그것 뿐이었을 때의,

눈감고 업은 내 아이와 오래도록 서있던

친정으로 가는 샛길 라일락 나무

구겨진 마음 풀어내 햇살 풀먹여 푸우우 품어내던 향분

옥양목 같은 생(生)의 강 가 사금처럼 반짝이는   

    

 

 

♧ 라일락 향기, 내 몸은 갈갈이 찢어지고 - 김정란

 

   밤. 사방이 희게 사위었어. 라일락 향기. 얼마나 추웠는지 몰라. 그 냄새가 너무나 천상적이었거든. 견딜 수가 없었어. 나는 그 향기에게 대고 말했어. 단호하게. 그래, 죽고 싶어, 날 죽여. 향기의 칼날이 당장 내 내장을 후벼 팠어. 순식간에. 나는 가장 비참하게 그래서 가장 소름끼치게 아름답게 갈갈이 찢어져 날라갔어. 사방으로 내 피가 내 살점이 튀는 걸 봤니? 시원했어. 그래, 화아했어, 갑자기. 천 년의 이쪽과 저쪽에서 모든 숨겨진 말들이 쏟아져들어왔어. 됐다! 박수소리! 내 존재의 밤이 갑자기 미친듯이 시끄러워졌어. 하지만 죽음처럼 고요하기도 했어. 쉿, 가만! 들어 봐. 시간의 끄트머리가 들추어지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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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 13.05.09 12:58

    첫댓글 회장님! 요새 몸 불편하시딘 없지예?
    라일락에 관한 시 잘 읽고 사진도 잘 봤수다. 어디강 어떻게 시를
    수집해 오시는지 존경 만발!
    건강허십서.

  • 13.05.09 21:39

    라일락 꽃 향기 맡으면 잊을 수 없는 추억에~
    이문세 노래 생각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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