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쯤 전에 몸살 감기 기운이 있었는데 2∼3일 전부터는 소변색이 진해지고 얼굴이 노랗게 됐어요.”
만약 20∼30대 젊은 환자가 이런 증상을 호소하며 병원을 내원한다면 대부분 의사들은 대부분 ‘급성 A형 간염’이 아닌지 의심하게 된다.
A형 간염은 ‘A형 간염 바이러스’에 인한 급성 간염으로 정상적인 간세포가 손상을 받는 상태를 말한다. A형 간염은 어릴 때 감염되면 가벼운 감기 정도로 앓고 지나가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
하지만 사회경제적인 발전과 더불어 위생환경이 개선되면서 어린 시절 A형 간염에 노출되지 않아 면역력이 거의 없는 20∼30대가 걸리면 증상이 훨씬 심해진다. 이 경우에는 황달 등의 증상이 대부분 나타날 뿐만 아니라 전격성간염으로 인한 간부전이나 신부전 등 심각한 합병증을 일으킬 확률이 높아진다.
우리나라의 경우 1997년부터 A형 간염 백신 사용이 가능해지면서 소아인구 예방접종율은 증가했으나 일부 연령층은 항체 양성률이 낮은 것으로 보고됐다.
2006년 조사 결과에 따르면 A형 간염 항체 양성률은 1∼4세 55.6%, 5∼9세 47.2%, 10∼14세 13.6%, 15∼19세 8%, 20∼29세 15.8%라고 보고됐다. 10여 년이 지난 현재 항체 양성률이 가장 낮은 연령대는 20∼40대라는 것을 짐작할 수 있다. 따라서 이 연령대 젊은 층은 감염 가능성이 높은 고위험 집단으로 볼 수 있다.
일반적으로 A형 간염은 사람 간 접촉, 오염된 물과 음식물이 주요 전염 경로다. 그렇기 때문에 봄철에 시작되어 여름철에 가장 많이 발생한다. A형 간염 바이러스에 감염되면 평균 4주 정도의 잠복기를 거쳐 피로나 식욕부진, 발열, 전신 근육통 등의 증상이 나타나는데 대개 감기 몸살 등으로 오인하는 경우가 많다.
이후 일주일 이내에 황달이 나타나고 소변이 콜라처럼 짙은 색으로 나오고 눈의 흰자위 부분이 노랗게 되면서 심하면 가렵거나 대변색이 하얗게 나오기도 한다. 이렇게 황달이 나타나면 처음 나타났던 전신증상은 점차 완화되는 것이 보통이다. 앞에서 언급 한대로 어릴 때 감염되면 황달없이 가볍게 지나가거나 전혀 증상 없이 지나갈 수 있다.
A형 간염 진단은 혈액검사로 이뤄진다. 보통 급성 간염의 증상을 가지고 있는 환자에게 면역글로불린(IgM) A형 간염 항체가 나타나면 급성 A형 간염으로 확진 된다. 증상을 완화시키는 대증요법이 주된 치료이며 증상이 심하거나 고령의 경우에는 입원치료가 필요하다.
신부전이 발생할 수도 있으며 의식장애를 보이는 전격성 간염은 A형 간염 중 가장 위중한 형태다. 이 경우에는 간 이식을 하지 않으면 사망에 이를 수도 있을 정도로 위험하지만 A형 간염 중 0.1%정도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대부분의 A형 간염의 경우에는 3개월 이내에 완전히 회복되고 면역력을 획득하게 된다.
A형 간염은 환자의 대변을 통해 전염되는 병으로 오염된 물과 음식물 이 주요한 전염 경로가 된다. A형 간염 바이러스는 음식을 85℃로 1분간 끓이거나 1:100으로 희석시킨 가정용 표백제 그리고 4기 암모늄 또는 염산으로 인해 불활성화 된다.
신선한 재료는 흐르는 물에 씻고, 맨손으로 음식을 만지지 않는 것도 좋은 예방법이다. 그러나 가장 확실한 대책은 ‘예방접종’이다. 보통 6개월 간격으로 2회 접종을 하면 면역을 얻을 수 있다.
예방접종 권장 대상자는 A형 간염 바이러스에 대한 항체가 없는 소아나 고위험군 성인, A형 간염의 풍토성이 높은 지역으로 여행하는 경우나 파견되는 군인 또는 외교관, 혈액 응고 질환자, 만성 간질환자, A형 간염 환자와 접촉하는 사람, 군인, 의료인, 외식업종사자, 약물 중독자, 남성 동성애자 등이 있다.
현재 20대의 항체보유율은 전국적으로 20% 미만이다. 따라서 20대는 항체유무를 미리 검사하지 않고도 예방접종을 하는 것을 권장하지만, 30대는 이미 반수 이상이 면역을 가지고 있으므로 간단한 항체검사를 실시한 후 음성으로 나온 사람만 선별적으로 예방접종을 하는 것이 필요하다.
또한 이미 A형 간염에 노출된 경우나 A형 간염 예방 접종을 받지 않은 사람은 노출 2주 내에 A형 간염 예방접종을 받거나 면역글로불린을 맞으면 효과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따라서 A형 간염에 노출되었을 경우에도 의사와 상의해 적절한 조치를 받도록 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