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 25일 성탄절(주일) - 큰 별 하나
말씀제목
큰 별 하나
성경말씀 마태복음 2장 1-2절 새번역
헤롯 왕 때에, 예수께서 유대 베들레헴에서 나셨다. 그런데 동방으로부터 박사들이 예루살렘에 와서 말하였다. “유대인의 왕으로 나신 이가 어디에 계십니까? 우리가 동방에서 그의 별을 보고, 그에게 경배하러 왔습니다.”
묵상본문
아름다운 이야기들이 빼곡한 최완택 목사님의 책 『아름다운 순간』에 들어있는 ‘아버지의 등불’ 이야기입니다. 1950년대 말 목사님은 연천에서 서울까지 세 시간이 넘는 길을 기차로 통학했습니다. 수복지구의 눈 쌓인 겨울밤 기차에서 내리면 차가운 바람이 몰아치곤 했는데, 그 때마다 위로가 되었던 것은 아버지가 밤늦게 돌아오는 아들을 위해 쪽마루 끝에 밝혀놓은 등불이었습니다. 궂은 날에는 어김없이 등불이 기차역에서 기다리고 있었고요.
어느 날인가는 너무 고단해 깜빡 잠이 들어 종점까지 갔다가 이십여 리를 걸어와야 했답니다. 비 오는 가을 밤길이 너무나 무서워서 뛰다시피 하다가 거반 집에 이르러서 자신도 모르게 발길을 기차역 쪽으로 돌렸는데, 바로 그곳에서 등불을 만났다고 합니다. 기차가 지나간 지 이미 두 시간이 넘었고, 다시 올 기차도 없었는데 말이지요. 목사님은 그 때 왜 곧장 집으로 가지 않고 발길을 기차역으로 돌렸는지 모르겠다고 하셨지만, 어찌 몰랐겠습니까? 몰랐던 것은 아버지의 사랑의 깊이였을 뿐, 목사님은 이미 알고 있었습니다. 터무니없는 시간에도 아버지가 자신을 기다리고 있다는 것을, 아들이 도착하지 않은 역을 아버지가 떠날 리가 없다는 것을 말이지요.
예수님의 탄생과 관련된 성경의 이야기들은 하나같이 따뜻하고 아름답습니다. 그중 하나가 동방박사 이야기입니다. 어린 시절 성탄 행사에 빠짐없이 등장하던 단골 이야기이기도 합니다. 하늘의 별을 보며 이 땅의 일을 예감한 동방박사들은 아기 예수님을 찾아와 경배합니다. 그들이 드린 예물, 황금과 유향과 몰약은 그 의미를 모르던 어린 시절부터 머리에 각인이 되었습니다.
동방박사들의 길을 인도한 것은 왕의 탄생을 알리는 별이었습니다. 별을 보고, 별을 따라 찾아온 것입니다. 도중에 그들은 길을 잃기도 했습니다. 예루살렘을 찾아간 것입니다. 이스라엘에 왕이 태어난다면 당연히 예루살렘이라 생각했겠지요. 하지만 그곳에는 땅의 왕 헤롯이 있었습니다.
걸음을 돌려 베들레헴으로 향할 때 동방에서 본 그 별이 다시 나타나 그들을 인도하기 시작했습니다. 마침내 아기가 있는 곳에 이르자 별도 그 위에 멈추었습니다.
막차가 지나간 지 두 시간이 넘도록 아들을 기다린 아버지의 등불처럼, 땅끝에서부터 동방박사들을 이끌던 큰 별 하나가 지금도 우리를 이끌고 있습니다. 그 길 끝에서 드디어 그 은혜를 온전히 누리는 오늘은 성탄절입니다.
묵상기도
텅 빈 역을 끝까지 지킨 아버지의 등불처럼, 먼 길, 길을 헤매인 동방박사들을 기다려 끝까지 예수님께로 이끈 저 별 하나, 그 별을 우리 마음에도 띄워주시길 간구합니다. 주님 계신 곳에 이를 때까지 우리를 이끌어 주소서. 예수님의 이름으로 기도합니다.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