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이란 이름을 도용하는 민주당

[녹림처사]

◈ ‘국민’이란 이름을 도용(盜用)하는 민주당 ◈

하나의 유령이 한국을 배회하고 있어요

그 유령은 ‘국민’이지요

12·3 비상계엄 이후 ‘국민’이라는 말 사태가 났어요

더불어민주당과 이재명 후보가 주 고객이지요

윤석열 전 대통령의 관용어가 ‘자유’였다면, 이 후보는 ‘국민’이지요

12월 14일, 이 후보는 윤석열 전 대통령에 대한 국회의 탄핵소추를

촉구하는 성명서 ‘새로운 국민 승리의 날’을 발표했어요

이 성명서에서만 ‘국민의 마음’ ‘위대한 국민’ ‘국민의 명령’

‘나라의 주인 국민’ ‘국민의 뜻’ ‘울부짖는 국민’ 등

28회나 ‘국민’이 등장했지요

민주국가의 정치가에겐 자연스러운 일수도 있어요

하지만 “중요한 것은 법도 국민의 합의인 것이고,

결국 국민의 뜻이 가장 중요하다”는 이 후보의 발언은 불온하지요

사법부와 법치주의를 부정하는 ‘국민’이기 때문이지요

지난 5월 1일, 대법원이 이 후보의 공직선거법 위반에 대해

유죄 취지의 파기환송을 선고하자,

‘국민’이란 말이 다시 봇물처럼 쏟아져 나왔어요

“대통령은 대법원이 아닌 국민이 뽑는다”(정청래 의원),

“사법부가 감히 주권자의 의사를 거스른 것”(이언주 의원),

“국민주권과 국민 선택을 사법이 빼앗으려 하고 있다”

(조승래 민주당 수석대변인).

그 이후 민주당은 대법관 탄핵과 청문회, 대법원장 특검법을

서슴없이 몰아붙였지요

군사독재 때도 없던 일이었어요

또한 “국민이 이재명을 지킬 것”(황정아 대변인)이란 명분으로

법원조직법, 헌법재판소법, 공직선거법 개정안을 발의했지요

가히 ‘국민’ 중독증 수준이었어요

국민만 갖다 붙이면 만사형통(萬事亨通)이지요

그런데 이게 끝이 아니지요

이 후보는 집권하면 ‘국민주권정부’란 이름을 붙이겠다고 하지요

그런데 “국민의 삶을 결정하는 일은 정치가 하는 것도,

사법부가 하는 것도 아니라, 결국 국민이 한다”는 그의 신념이

“국민이 이재명을 지킬 것”이란 신앙과 결합되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요?

이미 그런 실례가 있어요

지난 22년, 보궐선거에 당선된 이 후보가 국회에 처음 출근하는 날,

이른바 ‘개딸’ 훌리건들이 보낸 화환에는

“이재명 건드리면 출동한다”는 유의 문구가 즐비했지요

개딸들은 이 후보를 조금이라도 비판하면, 민주당 의원이라도

‘수박’ ‘똥파리’로 부르고, “민주당에서 나가라”는 폭언도 서슴지 않았어요

시달리다 못한 박지현 전 민주당 공동비대위원장은

“억압과 비난이 아닌, 폭력이고 범죄”라고 절규했지만,

이 후보는 ‘세계사적 의미가 있는 새로운 정치 행태’라고 감쌌지요

물론 전혀 새롭지 않고, 그 족보가 유구하지요

문화대혁명 때 홍위병은 “마오 주석께 무한 충성하며,

가장 견결히 최고 지시를 집행해야만 한다”며,

마오쩌둥 비판자를 ‘인민의 적’으로 몰아 처형했어요

프랑스혁명 때 자신이 곧 국민이라고 믿은 로베스피에르는

비판자를 반혁명분자로 단죄해 단두대로 보냈지요

지금은 토크빌의 예상처럼,

보다 부드럽고 인간의 “품위를 떨어트리는” 방식을 쓰고 있어요

야당에 “우리는 국민인데, 당신은 누구냐?

(We are the People. Who are you?)”라는

에르도안 튀르키예 대통령은, 주로 헌법 개정이나 언론 통제를 통해

100년 전통의 공화국을 무너뜨렸지요

국민주권의 이름으로 입헌주의를 파괴하는 수법은

헝가리, 베네수엘라도 애용했지요

그런데 국민은 ‘정치적 픽션(political fiction)’이다(E. Morgan).

각각의 국민은 존재하지만, 전체로서의 국민은 ‘가상의 실체’란 뜻이지요

그러니 ‘국민의 뜻’이나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는

국민주권주의(plebiscitarianism)는 팩트 확인이 불가능한,

하나의 신앙 같은 것이지요

물론 그 원리 덕분에 민주주의가 정당화되는 것도 사실이지만

국민주권이 신처럼 절대 군림하면,

사회는 전체주의로 굴러떨어 질수밖에 없어요

이렇게 “전체로서의 국민이 모든 주권을 갖지만”,

사실상 “개개 국민은 한 떼의 소심하고 일 잘하는 가축으로

전락”하는 게 토크빌의 민주적 전제(democratic tyranny)이지요

이는 형용 모순이자 국민주권의 역설이지요

그래서 민주주의의 신성한 원리인 국민주권은

무시해서도, 맹신해서도 안 되지요

민주주의의 생존은 그 간극을 인식하고 형평을 유지하는

고도의 균형 감각에 달렸지요

한국 민주주의는 독재를 거쳐 1987년 민주화에 성공했지만,

지금은 민주주의가 민주주의를 파괴하는

‘민주적 전제’의 문 앞에 서 있어요

민주주의의 물질적, 제도적 조건을 넘어선 제3의 원소는

플라톤의 성찰, 토크빌의 절제, 몽테스키외의 균형 같은

마음의 습관(habits of heart)이지요

국민주권의 주술을 막는 지성의 부적이랄수 있어요

여기서 우리 국민은 ‘국민’이란 말을 남용하는 민주당에 묻고 있지요

언제 너희들에게 ‘나의 뜻 나의 권한’을 주었냐고

여기서 더 이상 국민의 이름을 도용(盜用)할 때는

국민의 이름으로 단죄할수도 있음을

분명히 경고(警告) 하노라!!

-* 언제나 변함없는 조동렬(一松) *-

▲ 지난 1월 25일 오후 서울 도심 경복궁과 광화문 일대에서 열린 윤석열 대통령 탄핵 찬반 집회 모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