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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 12. 24. 성탄 자정 설교문 (서울 주교좌 성당)
참다운 성탄의 의미
(이사 9:1-6 시편96 디도 2:11-14 루가2:1-14)
저는 지금 떨고 있습니다.
처음 서는 자리여서, 다시 설 수 없는 자리여서,
너무 추워서... 그렇습니다.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합니다.
Merry Christmas !!
주님께서 세상에 오셨습니다.
우리에게 오신 예수그리스도의 축복이 여러분과 가정위에, 그리고 온 땅위에 가득 넘치길 기도합니다.
한해를 마감하는 세밑에 모여서 감사성찬례를 통하여 한 아기의 탄생을 기억하고, 축하하며 함께 기뻐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이 아기가 세상의 어둠을 밝히는 빛의 생명일 것 이라는 바램과 기대로 대림 4주간을 보내고, 가슴벅찬, 형언할 수 없는 마음으로 이 곳까지 이끌림 받았습니다.
오늘 루가복음서는 다윗 후손 요셉과 마리아가 아우구스토의 호구 조사령을 따라 100km가 넘는 길을 떠나 베들레헴에 이르러 머무를 방이 없어, 마굿간 구유에 포대기에 쌓여 태어난 아기예수의 탄생 소식을 전하고 있습니다.
이 아기를 영접한 이들은 밤새 양떼를 지키던 가난한 목동들이었습니다.
그런데 이 소식의 결론은 “온 백성에게 큰 기쁨이 될 소식” 이라는 것입니다.
왜, 이 아기의 탄생이 온 인류에게 큰 기쁨이라 한 것일까요?
성서 전반에 걸쳐 아기예수 탄생의 보도를 살펴보면, 어느것 하나도 그런 증거나 징표가 보이질 않습니다.
요셉, 마리아, 나자렛, 베들레헴, 마굿간 구유 목동들의 영접 ···· 혹 성탄 때가 되면 화려한 장식이 등장하고, 캐롤, 카드와 선물 이런 것을 주고 받는데 ···· 이런 것이 기쁨의 상징일까요?
정말 성탄의 진정한 기쁨은 이 아기가 하늘 높은 곳에는 기쁨, 영광, 이 땅을 사는 사람에게는 희망과 평화가 되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즉, 어둠과 좌절, 고통과 슬픔에 빠져있는 이들에게 빛과 우뚝섬으로 평안과 기쁨을 주실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우리는 세상을 살면서, 어떤 어둠과 좌절을 경험하면서 살고 있습니까?
사람들은 재물을 바라고, 힘과 권력을 탐합니다. 남을 속이고, 남의 불행을 원하고, 헛된 탐욕에 목숨까지도 겁니다. 전쟁도 불사하구요, 가진 것이 충분한데, 더 갖기 위해 폭력을 동원하고, 서슴없이 의도를 드러내며 죽임도 자행합니다.
(다른 부분은 잘 몰라서 제가 서 있는 현장을 말해 봅니다.)
한국인이 기피하는 3D 업종 제조현장에 젊음과 건강을 담보로 차별과 착취를 견디는 많은 이주노동자들의 곤한 삶에서 “우리도 사람이라고, 때리지 마세요, 욕하지 마세요” 하면서도 잔뜩 겁먹은 그들의 눈망울에서 저는 좌절과 어둠을 봅니다.
여러분은 혹시 탓티 황옥이라는 20살의 베트남 어린 신부를 알고계십니까?
그 어린신부는 지난 7월 정신병력이 있는 남편에게 맞고 또 맞다가 칼에 찔려 죽었습니다.
이런 상상 할 수 없는 일들이 일어나지만 그래도 살아야 한다고 수많은 이주 여성들이 우리 샬롬의 집을 찾습니다.
가능하면 빨리 말을 배워서 소통해야 덜 맞고 죽지 않으니까?···
그렇지만 여전히 한국 이주 결혼은 인신매매 즉 현대판 씨받이, 노리개 수준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습니다.
이주민들에게 가해지는 어글리 코리안들의 더러운, 잔인한, 추한 ····
만행이 있는곳···
그곳이 어둠이요, 우리가 익히 아는 좌절이 아니겠습니까?
우리는 많은 사람들이 아직도 가난한 나라에서 이주해온 이주자들이 한국인의 일자리를 빼앗고, 사회를 불안케 하는 테러리스트 들이고 한반도 금수강산 백의 민족을 음탕하게 혼혈케하는 더러운 존재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금년에는 유독 한국 현대사의 큰 사건들을 한번 뒤돌아 볼 기회가 많았습니다.
4.19 혁명 50주년, 5.18 광주 민주항쟁 30주년, 6.15 남북 공동 선언 10주년, 6.25 동족 끼리 전쟁 60주년,
8.29 한일 강제 병합 100주년.....
이런 덩치 큰 질곡의 역사 앞에 우리는 무엇을 생각하며 살고 있습니까?
생생하게 부끄럽게 이 역사의 상흔들이 떠오르는데··· 우린 너무 쉽게 잊고 아무일 없다는 듯이 살아가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그래서 국회에서 의원들이 나라 살림을 농단해서 정작 써야 할 곳에 돈이 가지 않고 엉뚱한 것을 날치기하고/ 4대강이 파헤쳐지고, 온 강토가 신음하며 아파 하는데도 ··· 6.25 전쟁 이후 처음으로 우리 땅 연평도에 폭탄이 떨어져 인명이 살상되었는데도···
정말, 이런 일들이 시간이 지나는 과정에 필요한 일들이고, 적당히 지나면 되돌아 오는 것인지 모르겠습니다.
이 와중에 이런 염려스런 미래에 한국기독교는 일촉즉발의 전쟁, 전운이 떠도는 시기에 하느님께서 북한을 섬멸해 달라, 북한을 내몰아 달라 요구하며 결국은 서로 합의에 의해 평화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해서 치웠던 애기봉 성탄 트리를 다시 점화하는 일을 저질렀습니다.
정말 애기봉의 성탄 장식이 분단 우리 조국에 평화를 가져다주고, 아기 예수 오심을 축하하는 성탄의 메시지 일까요?
그 징표가 될 수 있을까요?
이 밤 어둠의 땅에 빛으로 오신 구세주 예수는 이런 모든 것을 일축하시고, 세상 모든 사람들에게 자유와 평화를 선포하셨습니다. 예수님의 행보는 거칠 것 없이 단호합니다.
허위와 위선, 가식, 교만, 전쟁을 거두고 병들고 가난한 이의 친구가 되며, 병들고 고통받는자들을 일으키셨습니다.
마음이 가난한 자가 행복하며/ 온유하고/ 자비를 베풀며/ 평화를 위하여/ 옳은 일을 위하여 사는 모든 사람에게/ 진정한 하늘 나라를 베풀어 주신다 했습니다.
사랑하는 주교좌 성당 교우 여러분!
바로 그분이 오신 밤입니다.
그 분을 따르며, 그 분의 삶을 배우겠다고 그것도 기쁨으로 ··· 그리하여 참다운 행복을 얻겠다고 성공회 신자가 된 우리들입니다.
성탄의 기쁨은 그것에 동의하고 그 분의 삶을 따를 때에 넘쳐 날 것입니다.
2000년전 그리스도의 예수의 탄생을 기뻐하기도 전에 많은 2세 미만의 아이들이 헤로데왕의 학살에 의해 죽어갔던 것을 기억합니다.
아이들의 처절한 울음소리.. 부모들의 애끓는 소리가 라마에서 들려오고, 자식 잃은 슬픔에 혼절하며 위로마저 마다는 수많은 사람들은 우리는 잊어서는 안됩니다.
르완 윌리암스 켄터베리 대주교님은 금년 성탄 메시지에서 헤로데의 무고한 학살과 지금 세상이 가하는 공포와 폭력을 우리 곁에서 거두어 내고 세상 가장 어두운 곳에 고통과 죽음이 방치된 곳에 성탄이 가장 놀라운 하느님의 현존과 행동을 보여주는 것이어야 한다고 ···
성공회 신자들의 분발을 촉구하고 계십니다.
여러분들도 동의를 하신다면 아멘 한번 해보십시오.
사랑하는 주교좌 성당 교우 여러분,
그렇습니다. 성탄은 하느님의 계심을 확인하는 유일한 우리 모두의 통로입니다.
사제인 저는 20년이 넘게 이주노동자들의 대부라는 평을 받을 정도로 일했습니다.
일정 부분 그들의 곤한 삶과 함께 했다고 자부도 해봅니다.
그러나 정작 저의 삶을 움직인 것은 “헤로데”와 같은 마음 일런지 모릅니다.
이 헤로데의 마음을 놓지 않으면 기쁜 성탄을 맞이 할 수 없습니다.
진정 참다운 성탄을 맞이 할 수 없습니다.
깊어진 이 성탄의 밤에 손을 뻗어 힘겹게 세상사는 사람들의 손을 잡아주시기 바랍니다.
헤로데의 마음이 아니라, 예수 그리스도의 마음으로 그렇게 할 때 우리는 구유에 놓인, 쓰레기 더미위에 오신 예수님을 만날 수 있고 평화와 축복을 누릴 것입니다.
사랑하는 교우 여러분
성탄은 새로운 태어남을 의미할 것입니다.
육체적인 태어남이 아니라 우리 자신 인식의 태어남을 의미할 것입니다.
데카르트의 유명한 명제 중에 “나는 생각한다. 고로 나는 존재 한다.” 라는 말이 있습니다.
나를 규정하고 나를 존재하는 것은 무엇입니까?
성공회대의 신영복 선생님이 언젠가 한번 강연을 하시면서 “우리가 살고 있는 현재 사탄은 무엇입니까?” 라는 질문을 하신 적이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 분이 “현대의 사탄은 자본이다” 라고 하셨습니다.
여러분의 존재를 규명하는 것은 무엇입니까?
오늘날 살고 있는 현대인의 존재를 규명하는 것은 ‘자본’이라고 여겨집니다.
아이들이 좋은 아버지를 평가하는 기준이 무엇인 줄 아십니까?
많은 월급입니다.
“너희 아빠 연봉은 얼마냐?” 아이들이 평가하는 좋은 아버지의 기준입니다.
아버지가 어떠한 일을 하고 있는지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돈을 얼마나 벌고 있는지가 기준이 됩니다.
우리 역시 우리의 삶을 움직이는 것이 하느님이라고 단언하여 이야기할 수 있습니까?
현대인을 움직이는 것은 자본입니다.
아기 예수가 누워 있어야 할 곳에 우리가 모시고 있는 것은 바로 우리의 탐욕과 욕심입니다.
저는 이 성탄의 의미는 바로 이러한 것을 제거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참다운 성탄의 의미는 여기에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저는 여러분과 함께 매일 저녁 기도때 바쳐 드리고 오늘 저녁 기도때 특별히 성모 마리아 송가를 같이 노래 하고 싶습니다.
이것이 지금 이 시대를 살아가는 모든 이들의 마음이자 깊은 신심이기를 바랍니다.
그리고 이 노래가 희망이 되며, 우리 모두에게 위로가 되길 바랍니다.
그래서 매일 저녁 외치고 부르는 것입니다.
* 성모 마리아 송가 Magnificat
1 내 영혼이 주님을 찬양하오며, ○내 마음이 나를 구원하신 하느님을 기뻐합니다.
2 주께서 여종의 비천함을 돌보셨으니, 이제부터○ 온 백성이 나를 복되다 할 것입니다.
3 전능하신 분께서 내게 큰일을 행하셨으니 ○주님의 이름 거룩하십니다.
4 주님을 두려워하는 이들에게는 ○대대로 구원의 자비를 베푸십니다.
5 주께서 전능하신 팔을 펼치시어, ○마음이 교만한 자들을 흩으셨습니다.
6 권세있는 자들을 그 자리에서 내치시고, ○ 보잘 것 없는 이들을 높이셨습니다.
7 굶주린 사람을 좋은 것으로 배불리시고,○ 부요한 사람을 빈손으로 돌려 보내셨습니다.
8 주님은 약속하신 자비를 기억하시어, ○ 주님의 종 이스라엘을 도우셨습니다.
9 주께서 우리 조상들에게 약속하신 대로, ○ 아브라함과 그 후손에게 영원토록 자비를 베푸십니다.
‘아멘.’
오늘 이 밤, 거룩하고 고요한밤 형언할 수 없는 감동의 이 밤, 이 세상사는 모든 분들에게 진정 큰 기쁨의 날이 되도록 부족한 사제가 두 손 모아 기도합니다.
Merry christmas.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말씀드렸습니다.
이정호 신부 (콜룸바, 남양주시 외국인근로자복지센터)
첫댓글 보,혁 갈등속의 서울주교좌성당 교우분들중에 '자본'과 '애기봉 트리'를 문제삼아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설교 내용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