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병변 장애인으로서 시를 창작하고 있는 박세아 시인이 2시집 『지족산 뻐꾸기』를 오늘의문학사에서 발간하였습니다. 한남대학교 문예창작과 박사과정을 수료하고 ‘행복한 작은도서관’ 관장으로 봉사하고 있는 시인은 2007년에 발간한 1시집 『누드언어』에 이은 두 번째 시집입니다.
제1부 걷히면 보이는 것들, 제2부 화음, 제3부 계단을 오르며, 제4부 지족산 뻐꾸기, 제5부 봉하마을 가는 길 등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오늘의문학 특선시집 72’로 발간되었습니다. 시인은 ‘시인의 말’에서 <지금까지 하루도 눈물 흘리지 않은 날이 없습니다. 속상해서, 불쌍해서, 아파서, 때려서, 무시당해서, 서러워서, 외로워서…. 울고 또 울었습니다.> <하지만 눈물 골짜기를 걸어온 시인의 길, 이 길이 진정 예수님의 길이어서 기뻤습니다. 한 번도 영광을 받아보지 못한 길이었지만 견딜 수 있어서 기뻤습니다.>
= 서평(박은선 문학평론가의 해설에서 일부 발췌)
# <충북 영동에서 태어난 박세아 시인은 2003년 12월 문예지인 『포스트 모던』에 「기다림」 외 5편의 작품으로 등단했다. 시인은 벌써 시력 17년이 되어가는 중견 시인이다. 2005년 시인의 첫 시집인 『누드 언어』가 출간된 이래 시인은 시를 통해 무척이나 아름다운 ‘지금’을 쓰고 있다. 이 ‘지금’은 시인의 아포리즘적 철학을 내재하고 있다. 우리가 우리 삶에서 놓치고 있었던 삶의 진리를 재건하려는 의식이다.
첫 시집을 통해 현대시가 추구해야 할 시적 에너지와 초월적인 언어의 세계를 구축했던 박세아 시인은 이번 시집을 통해 변이의 언술들을 쏟아놓는다. 시인의 첫 시집이 시적 성찰을 찾는 ‘물음’의 시학이었다면 이번 시집은 ‘빛’의 의미를 해석하는 ‘번역’의 시학이다. 흥미롭게도 이 시집은 저 성스러운 구도를 이야기한다. 구도를 이야기하고 있는 기존의 수많은 상투성을 뚫고 그는 또 하나의 이질적이고도 아름다운 계시의 담화를 풀어놓는다. 시인의 구도는 무엇이 다른가? 우선 이 다름의 문법은 ‘빛’을 분석하면서 알 수 있게 되는 것이어서 매우 문제적이다.
이처럼 시인의 ‘빛’에 대한 탐색은 일상을 넘어서고자 하는 충동과 연관되어 있다. 시인은 오래도록 눈이 내리는 도시의 뒷골목에서, 기타 하나 들고 찾아간, 바다 냄새 가득한 무인도에서 ‘빛’을 찾는다. 이 탐색은 일상에 매몰된 그의 의식을 새롭게 일깨워주며 세계를 다르게 보도록 인도한다. 그에게 ‘본다’의 동사는 ‘깨닫는다’의 동사와 같은 의미를 지닌다. 그리하여 이 ‘빛’은 세속적이고 진부한 삶으로 덮여 있는 시인에게 시인이 누구인가를 알게 한다. 이때 우리는 구체와 추상을 분리할 수 없는, 시인이 이야기하고자 하는 독창적인 시적 진리를 발견하게 된다. 또한 그것이 유발하는 정서는 다른 어떤 것보다 훨씬 강력하고 신성한 것임도 알게 된다.>
# <사랑 전하는 메신저 용기 전하는 메신저
손을 내미는 메신저 일으켜 세우는 메신저
우리는 주님의 사도들 메-신-저!
우리는 주님이 파견한 메-신-저!
행복 전하는 메신저 사랑 전하는 메신저
도움을 주는 메신저 세상을 변화시키는 메신저
우리는 주님의 사도들 메-신-저!
우리는 주님이 파견한 메-신-저!
― 「메신저」 전문
‘나’는 ‘메신저’라고 외침으로써 어떤 예감의 순간을 만난다. 사전적 의미의 메신저는 소식이나 전언 따위를 전달하는 심부름꾼이다. 이 ‘심부름’은 어딘가로 ‘나’를 향하게 하는 절대적 힘이다. 그래서 ‘나’는 자꾸 “사랑을 전하는 메신저 용기 전하는 메신저”가 된다. 그러면서 ‘나’는 “손을 내미는 메신저 일으켜 세우는 메신저”가 되기도 한다. 이런 독백에 의해 ‘나’의 기독교적 세계관을 들킨다. 동시에 ‘나’는 “행복 전하는 메신저 사랑 전하는 메신저”라고 진술함으로써 ‘나’는 주님의 거룩한 말씀을 전하기 위하여 헌신하는 사도가 된다. 이제 “나는 행복 전하는 메신저 사랑 전하는 메신저”이며 “나는 도움을 주는 메신저 세상을 변화시키는 메신저”가 된다. 이러한 직접 화법을 통해 시는 심부름꾼의 사명을 다하려는 ‘내’ 의지의 현재성을 강화한다. 동시에 ‘주님’의 전지전능도 이야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