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색 눈동자

[현강]

"제길. 또 검은색이야."

R은 피해자의 목에서 뿜어져 나오는 피를 보며 자신의 동공이 또 회색으로 변했으리라 생각했다.

그렇지 않다면 밝은 형광등 아래에서 흘리는 사람의 피가 왜 검게 보이겠는가.

하지만 그가 색맹으로 태어난 것은 아니다.

평상시에는 분명 빨강, 초록, 노랑이 구분 잘 된다. 오직 살인을 저지를 때만 색이 구분되지 않는 것이다.

"난 붉은 피가 보고 싶다고!"

R이 발작적으로 외친 소리에 목에서 선혈을 뿜은 중년의 남자가 눈을 부릅떴다.

억울한 눈빛, 이미 자신이 죽을 것을 알고 있는 눈빛, 자신에게 칼을 들이댄 놈이 어떤 개 자식인지 알고 싶은 눈빛 등이 찰라의 순간 스쳐지나갔다.

R은 그런 그를 신경쓰지 않았다.

그가 신경 쓰는 건 오직 피해자가 흘리는 피의 색깔이었으니까.

잠시 후 중년 남자가 감전이 된 듯 경련을 일으키자, R은 체념의 눈빛으로 돌아섰다.

***

[혈염산하]

오호. . 피의 색이라.. 파이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