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운데가 문래산
아무리 죽을 것 같이 힘이 들어도,
1m는 더 갈수 있지 않을까.
우리가 정말 포기하는 이유는
불가능해서가 아니라
불가능할 것 같아서라고.
――― 황중환, 『지금 꿈꾸라, 사랑하라, 행복하라』에서
▶ 산행일시 : 2016년 2월 20일(토), 구름 많고, 바람 불고, 추웠음
▶ 산행인원 : 10명
▶ 산행시간 : 11시간 51분
▶ 산행거리 : 실거리 21.1㎞(1부 13.7㎞, 2부 7.4㎞)
▶ 교 통 편 : 24인승 버스(두메 님 대차)
▶ 구간별 시간
00 : 21 - 동서울터미널 출발
03 : 36 ~ 04 : 55 - 삼척시 하장면 역둔리 뒷골, 차내 계속 취침, 산행시작
05 : 42 - 능선마루, 1,160m봉
06 : 00 - 안부
06 : 28 - 1,181.0m봉
06 : 43 - 1,100m봉, 아침 식사
07 : 24 - △1,170.8m봉(영진지도에는 △1,168.9m)
08 : 13 - 매봉산(△1,080.6m)
08 : 50 - 임도, 매막재
09 : 35 - △1,044.5m봉
10 : 37 - △949.2m봉
11 : 33 ~ 12 : 15 - 토산삼거리, 1부 산행종료, 점심, 버스 이동
12 : 21 - 정선군 임계면 문래리 석둔 마을, 2부 산행시작
13 : 03 - 뾰죽봉(891m)
13 : 31 - 임도
15 : 07 - 1,170m봉
16 : 00 - 임도
16 : 46 - 석둔 마을, 산행종료
17 : 00 ~ 18 : 44 - 임계, 고단(목욕, 저녁)
21 : 58 - 동서울 강변역, 해산
1. 2부 산행 뾰죽봉 넘은 임도에서
2. 매봉산(△1,080.6m) 넘어 남동쪽 조망
【고고종단(固高縱斷)이란?】
‘고고종단’은 경남 고성군 삼산면 봉화산에서 강원도 고성군 고성산까지 종단하는 산줄기이
다. 대간거사 님의 고고종단 1구간 때의 산행공지 헌사를 부연한다.
“고고종단(경남 고성에서 강원 고성까지)은 금홍횡단(강릉 금진나루에서 남양주 홍유릉까
지)과 더불어 상고대 님의 역작이자, 오지산행팀 줄긋기 실력의 정화를 보여주는 모범사례
라 하겠습니다. 단맥, 분맥, 지맥 등 정체불명의 개념이 횡행하여 우열과 옥석을 가리기 힘든
난세에, 본 횡단, 종단은 과거의 졸렬한 맥 잇기와는 당최 비교가 불가한 신개념 국토답사행
정이라고 생각됩니다. 쉬워 보이지만, 막상 어려운 게 발상의 전환입니다. 세계 어느 곳에서
도 맛볼 수 없는 산행의 묘미를 즐겨보시려면, 오지산행팀 고고종단 일정과 함께!”
▶ 매봉산(△1,080.6m)
엄격히 얘기하자면 (국토지리정보원의 지형도에 따르면) 오늘 산행은 실거리 21km로 고도
1,000m가 넘는 산을 무수히 넘으면서도 이름 붙은 산은 하나도 없다.
1부 산행 중 △1,080.6m봉에 백두사랑산악회가 ‘매봉산’이라 표지판을 붙여 놓았고, 2부 산
행 중 석둔골 뒤 891m 고지가 영진지도에 ‘뾰죽봉(△891.0m)’이라 표시되어 있을 뿐이다.
03시 36분. 하장면. 이름은 익어 퍽 정다운데(이 근방의 이름 붙은 산 중 우리 오지산행에서
가보지 않은 산이 있던가) 한밤중이라 낯설다. 역둔교 옆 역둔리 철비(易屯里 鐵碑) 아래 너
른 공터에 주차하여 차안에서 히터 틀어 놓고 더 잔다. 그렁그렁하며 히터 돌아가는 소리가
영락없이 차가 곤히 자며 내는 코 고는 소리다.
역둔리 철비는 삼척부사 이규헌(李奎憲)의 선정을 기리기 위해 이곳 주민들이 세웠다고 한
다. 1837년(헌종 3년) 극심한 가뭄과 홍수로 주민들이 굶주림에 허덕이자, 삼척부사 이규헌
은 역둔창(易屯倉)의 양곡을 풀어 이들을 구제하였다. 이에 대한 고마움으로 주민들은 1838
년(헌종 4년) 이규헌의 영세불망비(永世不忘碑)를 세웠고, 이듬해에는 금옥첨원(金玉僉員,
영세불망비 공사에 참여한 주민)의 영세불망비를 세웠다.
04시 32분에 기상하여 주섬주섬 산행채비를 마치고 차로 뒷골로 들어간다. 좁다란 농로 따
라간다. 언덕바지 땅바닥이 하얀 것을 콘크리트 포장인 줄 알았는데 차가 오르지 못하고 헛
바퀴 돌기에 자세히 들여다보니 눈이 쌓여 있다. 차에 내려 걸어간다. 농로는 빙판이거나 눈
밭이다. 몇 번이나 엎어질 뻔하다가 갓길로 간다.
너른 농로는 산자락 고랭지밭까지 오른다. 꽁꽁 언 고랭지밭 지나 덤불숲을 뚫고 생사면에
달라붙는다. 지도의 촘촘한 등고선 그대로 무척 가파르고 긴 사면이다. 잡목은 붙들기 알맞
게 성기었다. 암벽 볼더링 흉내 낸다. 뒷골 마을 개들이 뒤늦게 짖기 시작한다. 유성 보고도
짖어댈 개들이다. 우리의 헤드램프 불빛이 반공을 가른다.
능선마루. 아직은 겨울이다. 추운 날씨다. 바람 끝이 맵다. 50분 가까이 된 오르막에 숨 가쁘
게 힘썼는데 손과 발이 시리다. 점호하여 일행 모두 무사한 것을 확인하고 북진한다. 나이프
릿지 닮은 눈길이다. 양쪽 사면은 캄캄한 낭떠러지다. 늘어진 나뭇가지가 자일이다. 큰 고통
은 작은 고통을 구축하는 법. 추운 줄 모르고 달달 기어 내린다.
3. 매봉산(△1,080.6m) 오르는 중
4. 매봉산(△1,080.6m) 가는 도중에
5. 매봉산(△1,080.6m) 가는 도중에
6. 가운데는 △1,170.8m봉(영진지도에는 △1,168.9m), 매봉산(△1,080.6m) 가는 도중에
7. 멀리 오른쪽은 1,181.0m봉, 서래야 박건석 님이 ‘매봉산, 1,078.5m’라는 표지를 붙여놓았다.
8. 1,181.0m봉, 서래야 박건석 님이 ‘매봉산, 1,078.5m’라는 표지를 붙여놓았다.
혹시 마을로 잘못 가는 것이 아닌가 싶게 뚝 떨어져 내렸다가 ╋자 갈림길 안부에서 박차 오
른다. 어둠 속 잡목의 잦은 검문에 시달리다 못해 얼굴 잔뜩 수그리고 지난다. 뒤돌아보면 검
은 산릉 뒤로 붉은 기운이 뻗치기에 저기가 부상(扶桑, 해가 뜨는 동쪽 바다)인가 의심했는
데 중의를 모아보니 백운산 하이원리조트의 스키장 불빛이다.
1,181.0m봉. 우리가 초행 초등이 아니다. 서래야 박건석 님이 ‘매봉산, 1,078.5m’이라 쓴 표
지가 보인다. 고도 1,000m가 넘는 봉우리를 줄줄이 오르내리지만 굴곡은 그다지 심하지 않
다. 1,100m봉에서 바람 막은 북사면 눈밭 쓸어 자리 잡고 휴식할 겸 아침요기 한다. 어젯밤
늦게 제임스 님이 해피 님에게 보내왔다는 한산 소곡주를 이 새벽에 앉은뱅이 될까봐 꾹꾹
눌러 참는다.
헤드램프 소등한다. 설산에서 추위를 눅이는 방법은 그저 걷는 게 상책이다. 앞장선 신가이
버 님을 열심히 쫓아 △1,170.8m봉(영진지도에는 △1,168.9m)을 오르는데 뒤에서 알바라
며 ‘빼~액’하는 외침이 들린다. 내 눈과 귀가 엷은 탓이다. 능선마루금은 이 △1,170.8m봉에
서 시군계(삼척시, 정선군) 따라 북서진 하니 그대로 전진해도 되련만 아차 하고 뒤돌아 내
려 완만한 사면 질러가는 그들을 뒤따른다.
더구나 △1,170.8m봉 바로 북사면은 고랭지밭이니 시원스레 트일 조망 또한 놓쳤다. 다행히
연이어 오르는 1,075.7m봉을 지나면서 깊은 산골짝 추동리 바람부리 마을과 첩첩 설산을 둘
러볼 수 있다. 양지쪽 능선 길은 갈잎 낙엽이 수북하다. 발밑에서 언 낙엽의 바스러지는 소리
가 날카롭게 들리는 만큼 춥다.
△1,080.6m봉. 백두사랑산악회에서 ‘금대지맥 매봉산’이라는 표지판을 달아 놓았다. 삼각점
은 1975.10. 복구. 지명과 등급은 보이지 않게 닳았다. 아까 박건석 님의 종이 표지보다 이게
더 믿음이 간다.
9. 매봉산(△1,080.6m) 가는 도중에 남동쪽 전망
10. 매봉산(△1,080.6m) 가는 도중에 남동쪽 전망, 골짜기는 바람부리 마을
11. 매봉산(△1,080.6m) 넘고 남동쪽 전망
12. 오른쪽은 △1,170.8m봉(영진지도에는 △1,168.9m)
13. 매막재로 내리는 중에, 멀리는 중봉산 연릉
14. 매막재 임도에서 남쪽 전망
15. 매막재 임도에서 남쪽 전망
▶ △1,044.5m봉, 토산삼거리
┳자 능선 분기봉인 △1,080.6m봉에서 오른쪽(동쪽)으로 직각방향 틀어 내린다. 바람부리
마을에서 올라오는 산판길이 산마루까지 종횡한다. 1,090m봉의 왼쪽 사면을 돌아 넘는 우회
로 마다하고 직등한다. 그리고 가파른 내리막 설벽에서 미끄러워 쩔쩔맨다. 임도가 지나는
안부는 매막재다. 주변은 벌목하여 시야가 훤히 트이지만 박무로 흐릿하다.
어묵 끓이고 메아리 대장님 과메기 안주하여, 이 맛이야! 하고 탁주 입산주 연거푸 마신다.
1,078.2m봉 넘고 능선은 눈길이다. 바람이 모아 놓은 눈 더미는 꽤 깊다. 칼바람이 분다. 술
기운이 칼바람을 막는다. 금세 술기운이 날아가는 게 아깝다. △1,044.5m봉(삼각점은 임계
434, 2005 재설) 직진 내리막은 절벽이다. 뒤돌아서 왼쪽 사면을 오금 저리며 트래버스 하
여 넘는다.
이다음 1,014.7m봉은 세 가닥 산줄기가 나뉘는 독도주의 구간이다. 맨 오른쪽 설사면 누비
며 쭉쭉 내린다. 왼쪽 사면은 능선마루 가까이 벌목하였다. 조망 좋다. 994.7m봉은 오늘 산
행의 드문 경점이다. 골 건너 각희산 연릉이 장릉이다. 이제 토산삼거리까지 오르막은 없다.
줄달음한다. 언뜻언뜻 오른쪽 벼랑 아래로 보이는 골지천은 얼었다.
소나무 모수 듬성듬성 남겨둔 벌목지대 지나고 능선마루는 암릉이라 왼쪽 사면을 난 등로 따
른다. 막판 내리막 소나무 숲길은 간벌하여 지나기가 아주 사납다. 나무그루터기에 정강이를
피나게 부딪치기 여러 번이다. 땀이 다 난다. 그러고도 빽빽한 잡목 숲을 간신히 비집어 빠져
나온다. 은치교 앞 토산삼거리다. 산행의 경찰서인 산불감시검문소(산불감시차량도 두 대나
있다)가 있다.
16. 매막재 임도에서, 앞은 넘어온 1,093m봉
17. 능선에는 눈길이 자주 나온다
18. △1,044.5m봉 가는 길에
18. 멀리 가운데는 각희산, 그 너머 왼쪽으로 취적봉이 보인다
19-1. 왼쪽이 각희산
20. 가운데가 각희산
21. 왼쪽은 고양산, 오른쪽은 문래산
22. 토산삼거리 가는 길
23. 멀리 왼쪽은 각희산
▶ 뾰죽봉(891m), 1,170m봉
토산삼거리 양지쪽 너른 잔디밭에 점심자리 편다. 초소에 근무하는 산불감시원에게 술 한 잔
드시라 권해도 사양한다. 2부 산행. 골지천을 은치교로 건너고 피암터널을 지나자마자 석둔
골 깊숙이 들어간다. 차가 더 못 들어가 내린다. 농로 위 잡목 숲 헤쳐 묵은 임도와 만나고 우
리는 곧장 직등한다. 울창한 낙엽송 숲 이어 자작나무 숲 지나고 소나무 숲 잡목 간벌지대다.
뾰죽봉이 허명은 아니다. 고개 들어 바라보면 첨봉이다. 오후 들어 날이 약간 풀리기는 했다.
겉옷 벗고 달려든다. 마치 경주라도 하듯이 씩씩하게 나아간다. 숨 고를 때는 뒤돌아 발아래
골지천 건너 문래산을 바라본다. 들입다 빼는 선두는 아마 뾰죽봉 정상에서 후미 오기 기다
리며 쉬고 있을 것. 내 걸음으로 간다.
뾰죽봉. 아무런 특징이 없다. 가파름이 잠시 수그러든 산등성이일 뿐이다. 2부 산행 7.4km에
는 (국토지리정보원 지형도에는) 산 이름은 고사하고 표고점(×로 표시)조차 없다. 고급산
행이다. 넙데데한 사면이 나오자 사면 누비며 오른다. 산허리 도는 임도와 만나고 휴식한다.
임도 오른쪽으로 조금 돌아가면 남쪽으로 조망이 훤히 트이지만 먼 산은 박무로 흐릿하다.
우리는 1,170m 고지를 반환점으로 삼아 올랐다가 옆 능선을 내릴 것이므로 이 임도를 따라
돌아가면 만날 것이지만 그건 너무 쉬운 산행이라 당연히 모두 거부하고 가파른 절개지를 오
른다. 산행표지기 한 장 보이지 않는 한적한 산길이다. 바로 우리의 길이다. 나뭇가지 수렴
(繡簾, 무늬를 놓아 드리운 발)으로 가린 뭇 산 바라보며 오르고 또 오른다.
1,170m 고지. 이대로 계속 가면 중봉산 넘어, 고적대 백두대간으로 이어지겠지만 우리는 또
다른 지능선 잡아 석둔골을 향해 내린다. 걸음걸음 나뭇가지 사이로 문래산 자후산 장릉을
기웃거린다. 임도에 임박해서는 절개지가 절벽일 거라 미리 오른쪽 설사면 쓸어내린다. 그런
데 산모퉁이로 돌고 보니 능선마루 절개지가 더 완만했다.
소나무 숲이 볼만하다. 왕대나무 숲인가 하는 착각이 든다. 잘 다듬은 무덤이 나오고 성묫길
(?)이 훤하다. 성묫길 양쪽은 울창하고 늘씬한 소나무 숲이다. 이런 소나무 숲길이 여기 말고
우리나라에 어디 또 있는지 나는 알지 못한다. 성묫길은 오른쪽 사면으로 내려가고 우리는
왼쪽 소나무 숲 사면을 내린다. 푹신푹신한 솔잎 낙엽 밟는다.
석둔골 개울 건너고 쑥대밭 지나 농로에 올라선다. 산자락 가두리 더덕밭(해피 님 버전이다)
지나면 석둔 마을 2부 산행 들머리다.
24. 2부 산행 뾰죽봉 넘은 임도에서 남쪽 조망
26. 문래산
27. 맨 왼쪽은 각희산
28. 앞은 자후산, 뒤는 고양산
29. 가운데가 남전산(?)
30. 멀리 왼쪽이 상원산(?)
31. 석둔골 가는 길의 소나무 숲
32. 석둔골 가는 길의 소나무 숲
33. 석둔골 자작나무 숲