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럴싸하게 보냈던
2학년 2학기
예람
이번 학기를 어떻게 보냈냐고 물어본다면, 아주 그럴싸하게 보냈다고 말할 것 같다. 많은 시간 동안 지루함과 짜증이 컸고, 나 자신이 오른 길로 가고 있는지 확신이 없었다. 그래서 이번 학기를 날린 기분도 들었다.
필수 수업
2학기에 필수 수업이 들어오며 학교생활이 너무 지루했다.
하고 싶은 것들이 많았지만, 학교에서 해야 할 일이 많아지며 점점 나 자신을 잃어버린 것 같았다. ‘이럴 거면 차라리 인가로 하지’ ‘우리 의견은?’ ‘차라리 수업 설명회 때 어필을 하면 되잖아’
나는 하고 싶은 게 많은 사람이다. 또 이 학교에서만 할 수 있는 것들을 못 하고 있다는 기분도 들었다. 이번 학기에는 책도 읽고 싶었고 운동, 기타 치기 등 친구들과 수다를 떨며 춤도 추고 싶었다. 그러려면 나에겐 더 많은 시간이 필요했고, 미리미리 하는 능력도 필요했다.그래도 처음에는 좋은 고등학교를 가기 위해 열심히 공부했지만, 필수 수업을 계속 듣고 숙제를 할수록 짜증만 나고 ‘내가 이 학교를 왜 들어왔지?라는 생각도 들었다. 그래서 답을 베껴 문제를 풀기도 하고, 숙제를 안 해오는 등 친구와 짜고 치며 영어 재시험을 안 보기도 했다. 나는 단지 금산간기 학교에서만큼은 공부를 하고 싶지 않았다. 내가 배우고 싶은 걸 배우고 싶었고, 내가 하고 싶은 걸 하는 마음이 강했다.
어느 날 언니에게 필수 수업에 대한 고민을 털어놓았더니, ‘할 거면 제대로 하고 안 할 거면 제대로 하지 마라’라는 식으로 나에게 말했다. 그제야 나는 답을 찾은 듯 아주 제대로 안 하기 시작했다. 그 후 매일 선생님께 꾸중을 듣긴 했지만, 그 누구도 ‘너 뒤처지고 있어’ ‘검정고시 어떻게 하려고’라는 등 나에게 압박감을 주는 말들을 하지 않았다. 그리고 공부에 대한 시도 적어보았는데 제목은 차이이다. 그 시에서는 명확하게 공부와 청춘을 즐기는 것에 큰 차이가 드러난다. 이 시가 내 행동이 어수선할 때 읽으면 명확한 답을 찾을 수 있을 것 같다.
-내가 쓰는 시-
2학기에 화요일 수업으로 재봉 수업을 듣고 싶었다. 그리고 정 반대로 시와 사진 수업은 절대 듣고 싶지 않았다. 시가 나랑 안 맞는 것 같아 싫었고, 사진에 대한 흥미도 많이 떨어진 상태였다. 그러다 진짜 갑자기 ‘내가 듣기 싫은 수업을 들으면 어떤 배움이 있을까?’하는 궁금증에 바로 시와 사진 수업을 신청했다.
‘망했다’라는 생각이 제일 먼저 들었다. 시 쓰는 것도 너무 어렵고 시에 대한 감도 잘 잡히지 않았다. 그러면서 제봉 수업을 들은 친구들이 너무 부러웠다. 그러던 중, 터미널에서 시를 쓴 적이 있었는데 그때부터 시가 재밌어진 것 같다. 그때 쓴 시가 마음에 들었던 것도 아니고, 그날 특별한 일이 있었던 것도 아니었다. 그냥 단지 그때부터 시에 흥미가 생겼다. 시를 쓰면 쓸수록 더 잘 쓰고 싶어졌고, 새로운 단어를 사용해 보며 나만의 시를 써 보고 싶었다. 시와 사진 수업이 끝난 후에도 나는 시에 대해 더 많을 것을 배우고 싶었다. 특히 노래 가사를 넣어 쓰는 시가 가장 재밌었다. 그리고 나는 시를 쓸 때 분위기가 가장 중요하다 느꼈다. 하지만 아직은 어떤 분위기여야 집중해서 편안하게 쓸 수 있는지는 잘 모르겠다.
아직 나는 시에 대해 모르는 것이 많다. 비유해서 쓰는 것도 잘 못하고, 다른 친구들처럼 바로 시가 떠오르지도 않는다. 그래서 더 배우고 싶고, 알고 싶다.
나는 이번 기회로 사진에 대한 흥미를 제대로 놀 수 있었고 시에 대한 흥미도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만약 다음에도 내가 싫어하는 수업을 마주하게 된다면, 그 속에서 또 다른 흥미와 궁금증들을 찾고 싶다.
-얼렁뚱땅 가족 16기-
나는 욕이나 비하 단어들을 사용하는 친구들을 보며 ‘너희 나빠’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 속엔 우리 서로가 이해해 주지 못한 부분이 있었다. 그것도 모른 채 우린 계속 서로에게 비단과 욕설을 하며 서로 상처 주는 말들을 하기 시작했다.
우린 지난 1년 반 동안 욕설 반이라고 불러도 될 만큼, 어디까지 어떤 단어를 사용하고 있는지도 몰랐다. 1학년 때는 ‘알빠노’, ‘어쩔티비’ 같은 가벼운 말들을 사용했지만, 이 일들이 계속 쌓이고 쌓이면서 욕설은 기본에다 패드립, 그리고 필리핀에 가서는 정말 쓰면 안 되는 말들까지 사용했다. 그러고 필리핀에서 돌아온 후에는 모르는 단어들과 이상한 밈들을 가져와 사용하기도 했다. 그때까지만 해도 그런 말들을 사용할 때마다 너무 비참하고, 나의 친구라고 하기도 너무 부끄러웠다.
하지만 어느 날 기은 샘이 우리 모두를 불러 이야기를 했는데 그 얘기는 정말이지 마음으로서 이해가 잘 됐다. 그 친구들은 진짜 사람들을 비하하거나 욕하려는 게 아닌 단지 어딘가에 웃음 포인트로 인해 쓰는 것이었다. 나는 자꾸만 친구들이 사용했다는 것에만 의미를 두고 ‘나빠’라고만 생각했지만, 진정 그 친구들이 왜 사용했는지를 잘 들여다보지 못했다.
그렇다고 친구들 간에 서로에게 비하하거나 패드립, 욕설 사용 일은 줄여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매주 화요일 맞다 평화 학급 회의를 통해 비하 단어와 욕설을 주려가고 있다.
나도 좆같아, 졸라, 개 같아, 영어 욕 등을 줄어가고 있다.
나는 이번 일들로 배운 건 딱히 없지만 우리 16기에 사이가 다시 얼렁뚱땅 가족 같은 사이가 되어서 좋다.
-부리부리 기숙사-
이번 기숙사장, 부기숙사장을 하며 답을 내리지 못했던 결과가 답을 내린 결과로 나왔다. 나는 일이 잘 돌아가지 않으면 짜증 나고 말을 못 하는 편이라, 내가 나서서 하는 사람이다. 그래서 기숙사장을 하며 친구들이 편안하게 생활하기 위해 퇴소 시간도 가끔 늘려주고, 난방도 체크하고, 옷장 문도 닫아주고, 빨래도 돌려주고 개어주고, 창문도 열어주고, 신발 정리를 하며, 눈에 보일 때마다 내가 하는 편이였다. 하지만 이 일이 지속되니 친구들은 너무 당연하게 생각하는 것 같았다. 그래도 편안하게 생활하는 친구들의 얼굴들을 보니 기분 그렇게 나쁘진 않았다.
그러던 어느 날 어떤 친구가 나에게 이렇게 말했다. ‘너 일 아니면 하지 마’ 난 그 말을 듣고 어떤 마음으로 받아들여야 할지 몰랐다. 그래서 집에 가는 동안, 집에 가서도 계속 생각하며 ‘내가 너무 나선 나?’ ‘내가 이렇게까지 많은 도움을 줬는데 이런 말을 왜 들어야 하지?’ 이 말을 듣고 이젠 나서고 싶은 마음도 안 들고 ‘그냥 규칙적으로 살아야 하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긴 고민 끝에 그 친구의 말을 듣지 않고 내가 선택한 길로 잘 나아가기로 결심했다. 그리고 이제부터는 친구들에게 ‘같이 하자’라는 말을 연습하며, 담당 역할을 나누어서 했으면 좋겠다는 바람이 있다.그렇다고 기숙사를 너무 빡빡하게 만들어 갈 것도 아니다. 모두가 함께 만들어가는 편안한 기숙사가 됐으면 좋겠다.
-키워보자!-
나는 이번 학기를 살며 나 자신을 키우고 싶은 게 생겼다. 자신감, 당당함을 키워 내 의견을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 방학에는 책도 많이 읽어 어휘력과 더 넓게 생각하는 능력, 그리고 글 쓰는 실력도 늘리고 싶다. 그러면서 지금까지 살던 방식에서 벗어나 다른 방식에 삶도 만들어 살아가 보고 싶다. 공부는 나 자신을 잃어버리지 않을 정도로 조금 할 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