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름달 같은 “아부오름”
천고마비 계절 가을은 말들만 살찌는 것이 아니고 산열매들이 탐스럽게 익어가는 가을에 청명한 하늘만 봐도 뜨거웠던 여름이 언제 있었지 벌써 잊고 있고 있다. 앞으로 일주일 후면 오름마다 억새가 만발하여 산객들이 줄을 이을 것이다.
< 오름입구 표지석>
오름이 위치
- 구좌읍 송당리 2263번지/ 산 164-1
아부오름 가는 길은 제주시 동쪽 대천동 사거리에서 송당리 방향으로 500m 지점이 도착하면 길 양쪽에 쭉쭉 뻗은 삼나무가 있다. 이 길은 2002년 모 회사에서 전국 아름다운 길을 선정할 때 100선에 들었던 길인데 3년 전 제주도에서 길을 넓힌다고 삼나무를 자르면서 문제가 생겨 그 생체계가 그대로 남아 있어 관과 환경단체가 공방전을 벌리고 있는 도로다.
<종합안내도>
명칭의 유래
아부(亞父, 阿父)라는 이름은 송당리 마을 앞에 있다고 하여서 한자로 전악(前岳)으로 쓰고 있고 또는 집에 어른이 좌정해 앉아 있듯이 보여 아부, 아버지라는 오름 명칭을 차용한 것이라고 전한다.
<오름능선>
오름의 특징
입구는 하나. 도로에서 높이가 50m 정도 밖에 안 되어 금방 오를 수 있으며 원형분화구 능선이 아름답다. 누구나 쉽게 접근이 가능하여 많은 관광객들이 찾아가는 오름이다. 대충교통도 30분 단위로 지나간다. 정상까지 5분이면 도착 하고 야트막하니까 별로겠다 생각하지 말기를~~~ 주변 경관이 끝내준다. 깊이는 70m, 둘레 1.4km 분화구 내에는 삼나무와 소나무가 자라고 있으며 특히 아부오름은 제주민란을 소재로 한 “이재수 난”의 영화 촬영지로 많이 알려져 환영받는 오름이다.
<아부오름 능선에서 본 백약이오름>
들꽃들은 어디로 갔는지?
2000년 초반만 하여도 가을을 알리는 전령사 들꽃을 찾으러 바로 아부오름으로 먼저 갔다. 지금은 나무도 많이 자랐지만 오름 분화구 능선 1.4km를 돌면서 꽃향유, 물매와, 피뿌리풀, 산박하 등 이루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지천에 피어서 스마트폰에 가을꽃으로 장식 했었는데,
그들은 다 어디로 떠났는지?
아니면 몹쓸 인간들이 집으로 옮겨 갔는지? 너무나 보고 싶어진다.
피뿌리풀은 귀하디귀한 꽃이라 보호종인데 도채꾼들에게 몽땅 납치되어 가버렸고, 물매화, 섬잔대 역시 오묘한 색으로 꽃이 크게 피어서 눈에 밟혔는데 지금은 흔한 야생화들만 산객들과 마주하고 있다.
<섬잔대, 나비나물, 달개비꽃>
제주민란 이재수 난이란?
조선 후기 1900년부터 조선 조정에서 세금을 과다하게 거둬 민심이 융숭해졌다. 1901년 세금을 받는 봉세관(요즘으로 말하면 세무직원)이 천주교 신자들과 합세하여 지역을 돌며 과한 세금 심지어 화전세(야초지에 불을 질러 밭을 일군 땅)까지 받아들여 말썽이 생긴 것이다. 더는 참지 못 하겠다 생각한 선각자들이 앞장을 섰는데 당시 장두가(우두머리) 강우백. 오대현, 이재수 세 사람이 동서남으로 진을 만들어 10월에 제주목을 공격하였다. 성공은 했지만 장두 세 사람은 서울로 압송하여 사형에 처해지는 내용의 영화다.
<오름분화구 이재수난 촬영>
마불림제
마불림제는 백중제, 테우리코시라고도 한다. 아부오름은 조선대 10소장 중 1소장에 해당되며 명마들이 많이 육성되었다고 전한다. 그래서 우마번성을 위하여 백중제(마불림제)를 지금까지 이어오고 있다. 마불림제는 음력 7월 14일 아부오름 능선에서 송당리 사람들이 행하고 있는데 제물들은 각자가 성심성의껏 마련한다. 마불림제를 7월 14일에 맞추는 것은 백중날이 15일이고 여름장마 끝나면 집안이나 들판이 온통 축축하여 곰팡이 균이 왕성하게 활동할 때여서 이를 백중 신에게 정성껏 제사를 지내 집이나 들판 전체 뽀송뽀송하게 말려달라는 뜻이다. 마는 장마 지다. 즉 곰팡이를 의미하고 불림은 말리다, 날려버리다.
<아부오름 마불림제/송당본향당 백중굿>
문제점
간이화장실이 있는데 청소를 하지 않으니 오름매니저들이 가끔씩 청소를 하고 있다고 했다. 입구에 안전수칙 간판도 너덜너덜 해서 이를 조급하게 정비할 필요가 있고, 화장실도 만들었으면 매일 청소를 해야 할 것이다. 또 10년 전만 하여도 오름능선에 야생화가 지천에 피었는데 우마를 방목하지 않고부터는 수크령이라는 외래종 식물이 온통 덮고 있고 분화구에 삼나무도 너무 많이 자라서 오름의 형체가 잃고 있다. 관광객들이 오름을 돌면서 참 잘 왔구나 하게끔 정비가 시급하다.
<오름능선 오래식물 수크령, 너덜거리는 안내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