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상대로다.
처음으로 우주 공간에서 '씬'을 촬영한 러시아 영화 '브조프'(도전, 클림 쉬펜코 감독)가 러시아의 주말 박스오피스 1위를 질주하고 있다. 우크라이나 전쟁에 대한 불안과 시름을 한동안 잊게해 준 가족용 오락 영화 '체부라쉬카'(감독:드리트리 디아첸코)의 뜨거운 열기를 이어갈 초대형 화제작으로 등장한 것. '체부라쉬카'는 '러시아판 둘리'로 불릴 만한 인기 동물 캐릭터 ‘체부라쉬카’의 모험을 담은 영화다.
러시아 우주영화 '브조프'(위)와 캐릭터 영화 '체부라쉬카' 포스터/캡처
가제타 루 등 현지 언론에 따르면 우주선을 타고 국제우주정거장(ISS)으로 직접 날아간 감독과 주연 여배우가 ISS에서 체류 우주인을 수술하는 장면 등을 촬영한 '브조프'는 러시아와 CIS에서 박스 오피스 1위를 이어가고 있다. 키노비즈니스(Kinobusiness) 포털에 따르면 영화 '브조프'는 지난 주말(5월 11일~14일) 2억1,200만 루블(약 36억원)을 벌어들였다. 그러나 2023년 전체 기준으로는 '체부라쉬카'가 압도적인 1위(70억 루블)다.
지난 달 20일 개봉한 '브조프'는 2주만에 10억루블 이상을 벌었다. 쉬펜코 감독이 지난 2019년 '농노'(Холоп)에 이어 또 한번 대히트작을 내놓았다고 할 수 있다. 영화 '농노'는 개봉 열흘만에 수입 10억 루블을 넘어선 바 있다.
'우주 공간에서 촬영한 첫 장편 영화'라는 타이틀을 단 '브조프'의 줄거리는 단순하다. 외과 여의사가 다친 우주 비행사를 치료하기 위해 급히 ISS으로 날아가고, 성공리에 수술을 끝낸다는 것. 하지만 그 과정은 '볼거리' 그 자체다. 외과 여의사를 맡은 율리아 페레실드(38)가 감독과 함께 우주 비행 훈련을 거쳐 시속 2만5000㎞로 지구 주위를 돌고 있는 ISS로 직접 날아갔기 때문이다. 이 장면도 '실제 상황'이다. 미국과 러시아의 우주 개발 기관·기업들이 공개하지 못한 '우주 여행'의 민낯도 보여준다.
영화 '브조프'의 장면들/캡처
두 사람은 2021년 10월 ISS로 가 12일간 영화를 찍었다. 분량은 총 30시간에 이르지만, 편집 과정에서 50분 정도만 반영됐다. 영화에서 긴급한 수술을 요하는 환자 역은 ISS에 체류 중이던 러시아 우주 비행사 중 한명이 맡았다.
첫 우주 영화 '브조프'가 개봉되기 전까지만 해도 '체부라쉬카'가 러시아 극장가를 점령하고 있었다. 2023년 세계에서 가장 높은 수익을 올린 영화 중 하나라는 평가도 나올 정도다.
체부라쉬카는 가족용 오락 영화다. 개봉 한달만에 이전 최대 화제작(2019년 농노) 기록(30억 루블)을 갈아치웠다.
귀가 큰 동물 캐릭터 체부라쉬카/사진출처:키노뉴스
키노뉴스 등 현지 매체에 따르면 영화는 귀와 눈이 큰 동물 '체부라쉬카'의 좌충우돌 모험을 담고 있다. 먼 오렌지 나라에서 온 이 동물이 조용한 해변 마을에 나타나면서 이야기가 시작된다. 사교적이지 않은 늙은 정원사, 이상한 패션스타와 그녀의 변덕스러운 손녀, 말을 잘 하지 않는 소년, 세상에서 가장 맛있는 초콜릿을 요리하지만 힘든 시간을 보내는 그의 어머니 등이 '체부라쉬카'가 맞딱뜨리는 이웃이다.
'체부라쉬카'는 소련 시절 에두아르드 우스펜스키가 만든 애니메이션 영화에서 등장한 인기 캐릭터다. 당시 시청자들은 체부라쉬카와 그의 친구들이 만든 고전적인 꼭두각시 만화에 빠졌고, 일본 등에서도 인기를 끌었다.
영화 '체부라쉬카'의 장면들/캡처
그래서 영화화하는데 더욱 심혈을 기울였다고 한다. 대본 작업에만 1년 6개월이 걸렸다. '체부라쉬카'의 크기(키)도 오랜 고심 끝에 어른의 무릎 높이인 65cm로 결정됐다. 2021년 9월부터 모스크바와 수도권, 퍄티고르스크, 키슬로보츠크, 소치 등에서 촬영에 들어가 이듬해 6월에 끝냈다. 세트에는 무려 6t(톤)의 오렌지가 사용됐고, 등장인물들 외에 쥐 26마리, 카나리아와 앵무새 8마리, 기니피그 6마리, 불독 1마리, 이구아나 1마리가 동원됐다.
주연은 세르게이 가르마쉬와 폴리나 막시모바. 가르마쉬는 인터뷰에서 촬영장은 첫날부터 "일종의 마법 같은 분위기였다"고 회고했다. 이미 속편 제작 이야기도 나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