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6일 세계일보 "요즘의 대학생에서 펌***************
명문대 국문과 93학번 하모(28.여)씨는 올해로 대입 9년째를 맞았지만 여전히 대학생이다. 1년간 영국 어학연수를 다녀온 그는 토익 900점과 학점 3.8(4.3만점)의 우등생인데도 4학년때 불어닥친 IMF 한파 때문에 직장을 구하지 못했다. 2년간 100여개 회사에 입사원서를 넣었던 하씨는 차라리 고시가 쉽겠다는 생각에 지난해 3월 K대 행정학과에 편입해 행정고시를 준비하고 있다. 공인회계사 시험을 준비중인 Y대 경영학과 4학년 김모(29)씨도 대학생 10년차를 맞았다. '백수'보다는 학생 신분이 심리적으로 안정되고 학교 도서관을 이용하는 등 여러 이점이 있어 졸업을 미루고 2년째 휴학중이다.
98년 Y대를 졸업한 김모(31)씨는 직장없는 가장이다. 고령인 부모의 성화에 못이겨 지난 99년 결혼, 딸을 낳았지만 직장에 다니는 아내와 부모님의 용돈으로 생활하고 있다. 2년간 구직에 실패한 그는 결국 신림동 고시촌에 들어가 사법시험을 준비중이다. 지난 98년 취업난때 영국으로 유학갔던 D대학 출신 이모(29)씨는 경영학 석사(MBA)과정을 마치고 올초 귀국했지만 실업자 신세다. 그는 "유학을 다녀와 고액연봉을 받겠다고 생각했지만 취업전선이 더 냉혹해졌다"면서 "취업난을 피해 유학가려는 후배들에게 '눈높이를 낮춰 취직하라'고 권한다"고 말했다.
대학생 사이에선 "한번 휴학은 필수, 두번 휴학은 선택"이란 말이 정설처럼 굳어졌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서류심사 단계부터 외면당하기 일쑤인 중하위권대와 지방대생들은 '간판'을 바꿔 경쟁력을 높이려고 편입학에 목매고 있다. 2001학년도 편입학 시험에서 이화여대 초등교육학과는 4명 모집에 260명이 몰려들어 65대 1,성균관대 영문학과는 6명 모집에 318명이 지원해 53대 1의 경쟁률을 기록하는 등 취업난은 편입전쟁으로 이어지고 있다. 이처럼 사상 최악의 취업난으로 일자리를 구하지 못해 휴학을 하거나 해외 어학연수를 떠나는 학생들이 늘어나면서 대학 캠퍼스는 상아탑의 면모를 잃은 지 오래다.
'고령대학생' 숫자는 해마다 늘고 있다. 군대 3년을 쳐서 정상적인 대졸 연령인 만 26세이상 대학생 숫자는 98년 9만1881명에서 99년 10만5446명, 2000년 11만953명으로 늘어났으며 올해는 4월 현재 11만4708명에까지 이르렀다.
이화여대 취업정보센터 표경희 실장은 "IMF 이후 일자리를 구하지 못하고 졸업을 미룬 대학생들이 한꺼번에 쏟아져 나오면서 가뜩이나 얼어붙은 취업시장을 더욱 어렵게 하고 있다"며 "경력직을 중시하는 요즘 기업의 인재채용 경향에 발맞춰서 무조건 졸업을 미룰 게 아니라 눈높이를 낮춰서라도 기업에 들어가 경력을 쌓는 게 장기적으로는 유리하다"고 지적했다.
***********11월 5일자 조선일보 "청년실업 출구가 안보인다"에서 펌***********
졸업 1년반만에 막노동…"세상살이 너무 힘듭니다"
서울 S대 행정학과 93학번 A(28)씨는 졸업 1년6개월 만에 처음 ‘직업’을 구했다. 보름 전부터 한 건축공사장에서 모래와 시멘트를 등에 지고 나르는 일이다. 점심시간을 제외하고 하루 9시간 동안 일하며 일당 6만원씩을 받고 있다.
“이런 일은 생각도 못했죠. 온 몸이 쑤셔 열흘에 하루꼴은 놉니다.”
그의 첫 직장이 ‘공사판’이 된 건 삼성, 한화 등 30군데 입사시험에서 모두 실패했기 때문. 그는 “내년 본격적으로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기 전까지 용돈이라도 벌 생각”이라고 말했다.
강남 청담동의 한 룸살롱에는 지난달 말 ‘신입사원’ 한 명이 입사했다. 서울 S대 4학년 B(23)양이다. 그녀는 처음에는 망설였지만 ‘입사 원서 내봐야 죽어라 고생만 할 것’이라는 친구의 설득에 마음을 바꿨다. “전공이 특수해 뽑는 곳이 없거든요. 눈치 볼 일 없고 돈도 잘 벌어 차라리 잘된 것 같아요.” 이 술집에는 그녀보다 한 달 먼저 ‘입사’한 부산 모전문대 출신도 있다.
1주일에 닷새는 학교 도서관, 이틀은 예식장 주차관리원…. 올 8월 졸업한 K대 공대 95학번 C(28)씨의 일과다. 그는 일당 4만원씩 월 32만원을 벌어 밥도 사먹고 교통비로 쓴다고 말했다. “졸업 때까지 35곳에 응시했는데 전부 실패했습니다. 저 같이 그런 곳에서 일하는 친구도 많고, 할인매장 같은 곳에는 더 많을 겁니다.”
대졸 실업자들이 갈 곳이 없다. 매년 졸업생 가운데 절반 가까운 숫자가 똑같은 고민에 빠진다. 올해 구직자 40만명 가운데 85% 가량인 34만여명도 기대치를 확 낮춰 중소기업을 택하거나 창업을 하지 않는 한 이런 길을 택할 수밖에 없다고 전문가들은 말하고 있다.
98년 8월 D대를 졸업한 D(27)씨는 2년3개월째 전공(축산학)과는 전혀 무관한 직종을 헤매고 있다. 졸업 후부터 올 2월까지 직장은 고속도로 톨게이트, 지금은 집 근처 PC방이다. 신분은 모두 ‘아르바이트’다. 하루 10시간 일하고 받는 월급이 50만원에 불과하지만 그는 “놀면 더 자신감을 잃을 것 같아 아무 일이나 하고 있다”고 말했다.
E대 94학번 E(26)씨는 98년 졸업 후에도 2년간 거의 매일 학교에 등교했다. 학교를 떠나면 불안하기 때문이다. “학생회, 취업정보실을 들른 뒤 인터넷을 구인정보를 검색하다 과외를 가르치러 갑니다.” 처음 과외를 가르치던 곳에서 ‘정리해고’를 당했을 때는 서러워 많이 울었지만 지금은 많이 담담해졌다고 한다.
기혼자나 부모들의 사정은 또 다르다. 서울 중위권대 인문계 학과를 올해 졸업한 최모(27)씨는 한국통신에서 전선을 깔아주는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다. “3월에 결혼했는데 도저히 체면이 안섰다”는 것이다. 그가 지금까지 원서를 낸 곳은 30군데가 넘는다.”
이발소를 운영하는 강모(54)씨는 명문여대를 졸업한 뒤 2년째 놀고 있는 딸(26) 때문에 애가 탄다. “2년간 취업에 실패한 뒤 ‘고시공부를 하고 싶으니 도와달라’고 하더군요. 그 뒤로 매일 싸웁니다. 저는 ‘네가 학교 졸업하면 동생들 학비라도 도울 줄 알았다’고 하고, 딸은 ‘누가 하기 싫어 취직하지 않느냐’고 말대꾸하고….”
K대 경영학과 4학년 딸을 둔 김명희(48·여·가명)씨는 “스물네 살밖에 안된 딸 아이로부터 ‘살기 힘들다’는 소리를 듣는다”고 안쓰러워 했다. “지금까지 면접보러 10곳도 더 갔어요. 가끔 남들 부모는 면접 잘보라고 좋은 옷도 사주는데, 엄마는 뭘하느냐고 불평을 들을 때도 있지만 오죽하면 그럴까하고 제가 참습니다. 빨리 아무 회사나 들어갔으면 좋겠어요.”
대학 졸업장과 ‘백수’를 맞바꾼 대졸 실직자들은 하소연할 곳도 없다. 한국 남성의 전화 이옥(51) 소장에 따르면 20대 대졸 실직자들의 상담전화는 전체의 20%나 되며, 한 달 평균 100명을 넘는다. “IMF 직후에는 40~50대가 많았는데 지금은 바뀌었습니다. 불안하고 답답하고 주위 눈치가 보인다는 내용이 대부분이죠. 상담해주는 저희도 안타깝습니다.”
◆기업 채용기준 변화 "자격증 특혜 없어"…사시합격자도 서류전형 탈락
구직난이 심화되면서 명문대, 석·박사, 각종 자격증 소지자가 구직 대열에 몰려들고 있다. 하지만 이들이라고 취업에 특별한 도움이 되는 건 아니다.자격증이나 고학력보다는 현장 실무능력, 조직적응력 등이 더 중요하다는 게 기업 인사담당자들의 얘기다.
21명 모집에 2306명이 몰려 창사 이후 최고 경쟁률을 보인 대한무역진흥공사(KOTRA) 공채. 서울대 출신 138명, 연세·고려대 출신 987명, 미국·호주 등의 외국 대학원 졸업자 54명이 몰렸지만 윤원섭 인사과장은 “고학력자에게 어떤 특혜도 없다”고 말했다.
50명 모집에 6003명이 지원한 LG텔레콤 이기원 인사팀 대리는 “공인회계사, CFA(재무분석사) 등 자격증 소지자에 대해 1차 서류전형 때 10% 정도 가점을 주며, 외국 유수 대학이나 학부에서 MBA 등을 취득했다면 면접 때 조금 유리하지만, 당락에 결정적인 요인이 되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다만 입사 후 이공계 석사는 2년, 인문사회계 석사는 1년 정도 경력을 인정해주고 서울대, KAIST, 포항공대 등 박사학위 소지자에게는 과장 1년차 대우를 해주고 있는 정도라고 그는 말했다.
5만2000여명이 몰려 화제가 된 현대·기아자동차 의 유종진 이사도 “신입사원 선발 때는 실력 외에 어떤 가산점도 주지 않는다”고 말했다.
최근 30명 모집에 7500명이 몰린 굿모닝증권에서는 사법시험 합격자 2명이 서류전형에서 탈락하는 일까지 벌어졌다. 한준욱 굿모닝증권 실장은 “조직 적응력과 실무경험을 우대하기 때문에 고학력이나 자격증이 입사의 보증수표이던 시대는 지났다”고 말했다.
그러다보니 신입사원 채용 대신 경력사원 채용이나 인턴십 제도가 활성화되고 있다. 삼성전자 신현호 인사팀 차장은 『국내외 업체 경력자나 외국대학의 교포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글로벌 인턴십’ 수료자 등으로 채용 경로를 다양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SK텔레콤 신영철 상무는 “신입사원을 재교육시킬 필요 없이 능력이 검증된 사원을 즉각 현장에 투입할 수 있기 때문에 사내 채용 규모를 계속 늘릴 것”이라고 말했다.
◆취직만 할 수 있다면 살빼고 성형수술…학점조작까지
지난 2일 새벽 5시 신촌역 맞은편 월드여성헬스. 여대생 10여명이 입에서 허연 김을 내뿜으며 흠뻑 땀에 젖어 있다. “면접이 1주일 앞으로 다가와 집중적으로 살을 빼고 있습니다.”(이화여대 사범대 4학년 A양), “같은 값이면 외모에서도 날렵한 게 좋을 것 같아서요.”(성신여대 컴퓨터정보학과 4학년 B양). 헬스클럽 김운하(41) 사장은 “회원 500명 가운데 구직자가 150명이며 매년 대학생들의 수가 10~15%씩 늘어난다”고 말했다.
구직자들은 취업을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취업에 도움이 될 만한 일이라면 무엇이든 마다하지 않는다. 외모에 신경을 쓰는 것도 이 때문이다.
서울 강남구 신사동 아로마벨 피부과 신창식 원장은 5일 하루만 4명의 대학생 구직자를 진료했다. “병원을 찾는 구직자가 매년 15%씩 증가합니다. 부위별로 여드름 제거가 30%, 얼굴의 점 빼기가 50%씩 늘었죠.” 인근 드림성형외과 송홍식 원장은 “남자는 코를, 여자는 눈을 많이 고친다”고 말했다. 남자는 강한 인상을 주기 위해, 여자는 예뻐 보이기 위해서라는 것이다.
「면접용 의상」 「취업형 헤어스타일」까지 등장했다. 이화여대 부근 미용실 ‘자끄데상쥬’의 한 직원은 “깨끗한 단발에 자연스러운 갈색 염색이 취업형 헤어스타일”이라고 말했다.본지가 취재한 여성 의류 메이커 ‘린’ ‘미샤’에 따르면, 두 곳 모두 한 벌에 40만~70만원선인 면접용 의상 매출이 지난10월부터 30%나 늘었다.
빠른 취업정보가 관건이 되면서 ‘취업협의회’ ‘졸업준비위원회’ 같은 취업 연구모임들도 우후죽순처럼 생겨나고 있다. 부산지역에서는 13개 대학이 ‘부산·경남지역 대학졸업준비위원회’(약칭 부경졸련)를 구성했다. 기업체 인사 담당자와의 만남 주선, 취업특강, 취업정보지 발행 등을 하고 있다. 경상대가 중심이 돼 ‘취업대표자협의회’라는 단체를 구성한 성균관대의 경우 400여명의 졸업예정자 중 150명이 순식간에 가입하기도 했다.
이 밖에 각종 자격증을 따기 위한 학원 수강도 열풍을 이루고 있다. 영어나 컴퓨터 학원은 기본이고 국제공인회계사(AICPA), 국제재무분석사 학원 등에도 구직자들이 몰리고 있다. 「국제금융회계학원」 박영훈 과장은 “취업이 보장되는 것은 아니지만 아무래도 유리하다고 믿기 때문인지 갈수록 수강생이 늘고 있다”고 말했다.
흔한 경우는 아니겠지만 성적을 고치려다 교도소 신세를 지고 있는 대졸생도 있다. 40여개 기업에 지망했으나 줄줄이 낙방한 전남의 한 대학 졸업생(27)은 모교 전산망에 침입, 20개 과목의 성적을 고쳐 평점을 2.72에서 3.50으로 고쳤다가 정보전산원 직원에게 들통이 났다. 그는 “취업을 하지 못해 가족을 볼 면목이 없었습니다. 이래서는 안 된다고 생각하면서도 다급한 마음에 그만…”이라며 말을 잇지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