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절 - 이헌 조미경
명절 연휴가 코앞으로 다가오니 도로는 차량 들의 정체가 시작되었다.
지방에 계시는 부모님을 뵈러 가는 차량의 행렬에는, 고향의 향수와 그리움이 묻어난다.
손에는 선물 꾸러미가 들려 있고 선물을 들고 있는 손에는 아련함이 함께 한다.
민속 대명절 설날을 떠올리면 달달 하면서 군침을 삼키게 하는 엿이 생각이 난다.
지금은 구경하기 힘든 집에서 직접 만든 엿은 종류도 수십 가지에, 만드는 재료도 아주 많다.
어린 시절 먹었던 전통 엿은 민속 행사가 있는 곳이면 어디든지 있지만,
달달 하면서 끈적한 매력을 찾지는 못한다.
그동안 입맛이 변했으리라.
엿을 고는 일은 엿기름을 뽀얀 국물이 나올 때까지 치대서, 여러 번의 과정을 거쳐
국물을 솥에 붓고 끓이는데, 엿을 골 때, 타닥타닥 나무 타는 냄새는 어린아이들의
엉덩이를 들썩거리게 했다. 까만 무쇠솥에서 하얀 수증기가 피어나고
수증기를 따라 대문을 나서면 좁은 골목에도 달콤한 조청 고는 냄새가 혀끝을 자극하며
명절이 다가왔음을 느끼게 했다.
조청은 처음부터 큰 주걱으로 계속 저으면서 졸여야 한다. 조청이 졸아서 갈색이 되면, 콩가루를 넓은 상에 뿌리고 엿을 양쪽에서 늘리게 되면
엿이 가늘어지면서 색이 점점 연하게 되면서 입 안에 넣으면, 바삭하게 되었다.
길게 늘인 엿은 한입에 먹기 좋게 칼이나 가위로 잘라 명절에 세배 오는 손님상에
올리던 아련함이 떠오른다.
지금은 추억 속에서 숨 쉬는 엿 만들기가 명절을 앞둔 시점에 나의 뇌리를 스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