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시아 경제발전모델은 2차대전 이후 일본에서 시작되어 1960년대 초 이후의 대만과 한국, 그리고 1970년대 말 이후의 중국에 이르기까지 동아시아 대부분의 나라에 널리 적용되어왔다. 비록 나라에 따라 그 적용방식에 어느 정도 차이는 있지만 수출과 제조업을 중시하는 적극적인 산업정책과 높은 저축ㆍ투자율 등 상당한 공통분모를 지닌 동아시아 모델은 전후 이 지역의 장기적인 고성장에 핵심적인 동인으로 작용했다는 것이 역내외의 일반적인 평가였다.
그러나 1997년 태국에서 시작된 외환위기가 이 지역에 광범위하게 확산되면서 동아시아 모델에 내재된 과도한 정부 개입 등 일부 비시장적인 요소들이 위기의 요인으로 비판받게 되었다. 특히 IMF는 구제금융을 제공하면서 동아시아에도 영ㆍ미식 시장경제의 핵심요소들을 적극적으로 도입해야 함을 주문하였다. 상당수 동아시아국은 세계적인 여론 주도층 및 IMF의 이와 같은 주장과 동아시아 모델의 적용과정에서 드러났던 문제점에 대한 자체인식에 따라, 아시아 위기의 극복과정에서 영ㆍ미식 체제를 어느 정도 수용함으로써 지금의 동아시아 모델은 아시아 외환위기 이전에 비해 다소 변형된 모습을 띤다. 그러나 영ㆍ미에 비해 상대적으로 높은 정부 개입, 수출 중시, 제조업 중시, 고저축률ㆍ투자율 등 동아시아 경제모델의 핵심적 요소들은 국가별로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동아시아 각국 경제의 기저에 흐르고 있다고 볼 수 있다.
한편 2007~08년 미국에서 시작되어 전 세계로 확산된 글로벌 금융위기로 전 세계적인 대침체를 거친 뒤 2009년 하반기 이후 동아시아 경제가 보여준 강력한 회복세는 서구경제의 미약하고 불안한 회복세와 대비되면서 동아시아 모델과 영ㆍ미 모델은 이제 다시 평가되어야 할 필요성이 있다. 예컨대 2010년 동아시아 경제성장률은 중국 10.3%, 대만 10.8%, 한국 6.2%, 싱가포르 14.5%, 홍콩 7.0%로 세계 어느 지역과 비교해도, 또 이 국가들의 과거 실적과 비교해도 높은 성장회복세를 기록하였다. 이에 비해 영ㆍ미를 비롯한 서구는 2009년 큰 폭의 마이너스 성장에 이어 2010년에도 미국 3.0%, 영국 1.6%, 유로지역 1.8% 등의 성장률을 기록하며 독일(3.6%)을 제외하고는 전반적으로 저조한 회복에 그쳤다. 2011년에 회복세는 더욱 미약한 상황이며, 유럽의 재정위기, 미국경제의 새로운 침체 가능성 등 글로벌 금융위기의 극복을 자신할 수 없는 더욱 불안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1970년대 말 영국의 대처 행정부와 1980년대 초 미국의 레이건 행정부 이래 미국과 영국은 정부 개입의 최소화, 금융을 위시한 서비스산업의 팽창, 높은 내수 의존 등에 기반한 경제 운용을 해왔다고 볼 수 있다. 또 이 나라들과 IMF, 세계은행 등은 이 영ㆍ미 모델에 대한 믿음을 바탕으로 이 모델의 전 세계적 전파에 힘을 기울여왔다. 그러나 자유화ㆍ민영화ㆍ정부역할 축소를 골자로 한 이른바 워싱턴 컨센서스 모델을 적용한 중남미, 아프리카 등의 경제실적이 그리 긍정적이지 못한데다, 2007~08년의 미국발 금융위기를 계기로 영ㆍ미 모델의 취약점이 다시 드러난 상황에서 세계 각국은 영ㆍ미 모델에만 의존하지 않는 그들 나름대로의 지속가능한 성장전략을 모색할 필요성에 직면해 있다고 하겠다.
동아시아 국가들의 경제발전이 본격적으로 시작된 1960년 당시 동아시아국들의 1인당 GDP는 영ㆍ미는 물론 중남미나 아프리카 국가들보다도 낮은 수준이었다. 일본도 아르헨티나나 칠레보다 1인당 GDP가 낮았으며, 한국과 대만은 케냐나 나이지리아와 비슷한 수준이었다. 그러나 그 후 동아시아 국가들은 빠른 성장속도 면에서 다른 지역 국가들에 비해 놀라운 성과를 거두었다. 1960~97년 사이에 동아시아 국가들은 평균 6% 내외로 성장한 반면, 영ㆍ미와 유로지역 국가들은 평균 3% 내외로 성장하였다. 중남미나 아프리카 등 다른 지역의 신흥국과 비교해서도 높은 성장률을 기록하였다. 동아시아 국가의 경제는 인구증가율보다 현저히 빠르게 성장하여, 1인당 GDP 기준으로도 성장속도가 상위 10위 안에 모든 국가가 속해 있었으며, 1960~97년 사이에 1인당 GDP 규모가 5~12배 정도 증가하였다. 이러한 빠른 성장의 결과 동아시아 국가들은 경제규모 면에서도 발전이 두드러졌는데, 동아시아 국가들의 국내총생산이 세계 GDP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1961년 8.5%에서 1997년 20.7%로 크게 증가하였다.
이 보고서에서는 위와 같은 지난 반세기 동아시아 고성장의 배경에 전통적인 영ㆍ미 모델과 차별화되는 동아시아 특유의 발전전략이 자리잡고 있음을 논의하였다. 영ㆍ미에 비해 상대적으로 강도 높은 정부 개입, 제조업 중시, 수출 중시, 높은 저축ㆍ투자율 등을 동아시아 모델의 주요 내용으로 파악하고 그 네 가지 핵심요소를 영ㆍ미 모델과 비교ㆍ평가하였다. 개발의 초기 단계에 물적ㆍ인적ㆍ금융 자원이 제한된 상황에서 정부 주도의 자원배분이 이루어졌고, 협소한 국내시장의 한계를 극복하고 부족한 외화를 획득하기 위해 수출과 제조업을 중시하는 발전전략을 채택하였다. 또한 동아시아국들은 고도성장기에 30~40%의 높은 저축률에 바탕을 둔 높은 투자율을 통해 급속한 자본축적을 이루었다. 이 전략의 성공으로 동아시아는 이른바 미러클이라 불리는 호조의 경제실적을 이루어냈다.
한편 일본, 대만, 한국, 중국의 발전전략에는 국가별로 몇 가지 차이점도 관찰되는데, 첫째, 한국은 대기업, 대만은 중소기업 중심의 발전전략을 채택하였다. 둘째, 일본ㆍ한국은 높은 투자율을, 대만은 상대적으로 낮은 투자율을 보였다. 셋째, 일본ㆍ대만ㆍ한국은 발전전략 측면에서 산업구조를 경공업에서 중공업으로 전환한 반면, 중국은 개혁ㆍ개방정책을 도입한 이후 오히려 중공업의 비중을 낮추고 노동집약적인 경공업을 발전시켰다. 넷째, 대만은 금융규율 확립에 적극적이었고, 한국은 관치금융의 영향으로 금융규율 확립이 미흡하였다. 다섯째, 일본ㆍ한국은 외국인직접투자(FDI)를 적극적으로 활용하지 않았고, 중국은 FDI 유치를 경제성장에 견실하게 활용하였다. 이러한 차이점은 각국의 경제성장뿐만 아니라 산업구조의 균형, 아시아 외환위기 같은 급격한 대외환경 변화에의 대응력 확립 등에 차별적으로 영향을 미쳤다.
한편 1997~98년의 동아시아 위기를 겪으면서 동아시아 모델의 취약점에 대한 세계적인 여론 주도층과 동아시아 내부의 지적이 있었고, 따라서 전통적인 동아시아 모델만으로는 지속적인 성장을 보장할 수 없음이 입증되었다. 위기극복과정에서 동아시아국들이 산업정책의 약화, 은행민영화, 자본ㆍ무역거래의 자유화, 변동환율제 채택 등으로 영ㆍ미식 체제를 어느 정도 수용함으로써 전통적인 모델을 다소 변형시켰듯이, 앞으로도 강건한 성장을 지속하기 위해서는 전통적인 동아시아 모델의 장점과 영ㆍ미를 비롯한 서구 모델의 장점을 끊임없이 절충ㆍ조화시켜나가는 전략의 선택이 요구된다고 하겠다. 동아시아 고유의 정부 역할과 영ㆍ미 모델이 강조하는 시장기능의 균형잡힌 조화, 제조업과 서비스업의 균형 발전, 수출과 내수의 적절한 조화, 적정 저축률 유지, 동아시아 경제협력 강화 등을 추구하는 성장전략이 요구된다.
제목 |
동아시아 발전모델의 평가와 향후 과제: 영ㆍ미 모델과의 비교를 중심으로 |
자료분류 |
기타자료 |
국가명 |
영국 /미국 |
산업분류명 |
행정,교육,보건>공공행정, 국방 및 사회보장 행정>사회 및 산업정책 행정 |
원문자료량 |
159 쪽 |
원문바로가기 |
http://www.kiep.go.kr/skin.jsp?bid=pub_main_view&grp=publication&page=10&num=185 ... |
원문자료작성일 |
2011.12 |
자료등록일 |
2012.05.29 |
작성자 |
관리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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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출처 |
대외경제정책연구원 |
< 목 차 >
서언
국문요약
제1장 서 론
제2장 동아시아 경제의 성장 추이와 전망 1. 동아시아 경제성장, 기적의 형성(1960~97년) 2. 외환위기와 동아시아 발전모델의 수정(1998~2007년) 3. 글로벌 금융위기와 동아시아의 상대적 고성장(2008년 이후) 4. 동아시아 경제성장의 지속가능성 5. 소결
제3장 동아시아 모델의 평가: 영ㆍ미 모델과의 비교 1. 시장 중시와 일정한 정부 개입 가. 영ㆍ미 모델의 주요 내용 나. 영ㆍ미 모델의 성과와 한계 다. 동아시아 모델의 주요 내용과 성과: 외환위기 이전 라. 동아시아 위기 이후의 변화 마. 평가 2. 서비스업(금융업) 중시와 제조업 중시 가. 영ㆍ미 경제의 금융업 발달과 그 배경 나. 과도한 금융업 의존의 문제점 다. 동아시아의 제조업 중시 라. 평가 3. 내수 중시와 수출 중시 가. 영ㆍ미 모델 나. 동아시아 모델 다. 평가 4. 자본 축적과 투자에 의한 경제성장 가. 영ㆍ미 모델 나. 동아시아 모델 다. 평가 5. 영ㆍ미 모델과 동아시아 모델의 경제성장요인 실증분석 6. 소결
제4장 동아시아 모델의 국가별 유사점과 차이점 1. 동아시아 발전모델의 국가별 유사점 가. 정부 개입 나. 제조업 중시 다. 수출 중시 라. 높은 저축률과 투자율 2. 동아시아 발전모델의 국가별 차이점 가. 발전전략 나. 금융 규율 다. 외국인직접투자의 활용 3. 소결
제5장 동아시아와 우리나라의 정책과제 1. 동아시아 가. 수출과 내수의 균형 발전 나. 적정 저축률의 유지 다. 동아시아 경제협력의 강화 2. 우리나라 가. 자본유출입 규제에 대한 의견 나. 외환시장 개입 최소화 다. 우리은행과 산업은행의 민영화에 대한 의견 라. 금융감독 개선
참고문헌
Executive Summa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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