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는 자신을 지키는 힘을 잃어 눈에 잘 보이지 않게 된 사람들이 있다.
여러가지 이유로 존재감이 사라지며 모두에게서 소외된 사람. 나는 그들을 ‘비스킷'이라고 부른다"
구운과자인 비스킷처럼 그들은 쉽게 부서지는 성향을 지녔다. 비스킷은 잘쪼개지고 만만하게 조각나며 작은 충격에도 부스러진다.”
책 <비스킷>의 첫구절이다.
우리는 종종 ‘존재감이 없다'라는 말을 사용하곤 한다. 반에서 유난히 조용한 친구에게나
결석했는데도 결석한지 친구들이 모르는 그런 경우에 말이다.
하지만 이 책 속에서 ‘비스킷'이라 불리는 사람들은 말만 ‘존재감이 없다' 라고 하는것이 아닌
진짜 형체가 희미해 알아볼수 없었다.
1단계는 시력이 좋은 사람들에게 보였지만 2단계 그리고 3단계는 아예 그들의 존재가 보이지 않는다. 정확히 말하면 오랫동안 자신을 쓸모없는 사람으로 여겨 자신의 존재를 더욱 숨기는 그야말로 존재감이 없어 세상에서 사라지기 직전인 단계다.
보이지 않기에 사람들은 ‘비스킷'이라는 존재가 있다는것 조차도 알지 못했다.
이 이야기의 주인공이자 ‘비스킷을 괴롭히는 사람에게 복수하겠다'라는 목표를 가지고 있는 성제성 오직 한사람 빼고 말이다. 제성이가 눈으론 보이지도 않는 비스킷들을 찾아낼수 있었던 이유는 바로 이 ‘청각' 때문이다.
소리 강박증, 청각 과민증, 소리 공포증 제성이가 어릴적부터 겪어온 청각질환들이다. 이것때문에 정신병원에가 치료를 받을정도로 소리에 많이 예민한 편이다. 하지만 그 덕분인지 이 소리로 비스킷들을 인지 할수 있었다. 그들의 미약한 숨소리,힘없는 발소리, 숨죽여 우는 소리 들로 그들이 주변에 있다는걸 알고 그걸 인식하면 곧이어 모습이 보였다. ‘울음소리' 그걸 들어서 자신의 유치원동창인 효진이를 비스켓3단계에서 구해낼수 있었고 그것을 계기로 비스켓인 사람들에게 다가가 그들이 희미해지지 않도록 도왔다. 그들이 희미해지는 데에는 여러 이유들이 존재했는데 아동학대,따돌림,개인적인 슬픔 등 이유는 다양했다. 그리고 그런 비스킷 상태에서 벗어나기 위한 즉 존재감을 되찾기 위한 방법에는 그들의 존재를 계속해서 확인하려하고, 사랑받아 마땅한 존재라는것을 알려주는 등 다른사람들이 해줄수 있는 여러방법들이 존재하지만 가장 확실한 방법은 내가 나의 존재를 사랑해주는 것이다.
어느날 제성이 이모네 집을 갔다가 위층에서 들리는 한 아이의 울음소리와 그와 함께들리는 ‘왜 아직 살아있냐'와 같은 폭언을 들으며 이야기가 시작된다. 그 아이는 출생신고 조차 되어있지 않은 아이 그야말로 이 세상에 없는 아이였고 지속적인 학대로 인해 심한 영양실조로 정말 이 세상에서 사라질수 있었던 아이였다. 경찰을 불렀지만 비스킷 3단계에 접어들어 경찰은 물론이고 제성이의 눈에도 그 아이는 보이지 않았고 허공을 가리키며 아이가 있다하는 제성이를 그저 사람들은 아프다 생각하여 정신병원까지 들어가게 된다. 하지만 이대로 두면 아이가 위험했다. 제성이는 정신병원에 여사님과 박간호사님의 도움으로 병원을 탈출하고 아이구출작전에 동참하기로 한 친구들 효진이와 덕환과 함께 마침내 아이를 구출하게 된다.
경찰이 왔을때 아이의 형체가 눈에 보여야했기 때문에 아이의 존재감을 높여주려 여러 좋은말을 해줬고 “아빠는 나빠, 언니 오빠들은 내가 소중하댔어. 근데 아빠는 나보고 죽으라고 했어. 그런 나쁜말은 하면 안돼. 나는 안죽을거야"
라고 아이 스스로 용기내어 말을 하자 천천히 비스킷의 윤곽이 드러나고 온몸이 선명해졌다.
나의 존재 자체를 인정해주고 봐주는 사람들의 말도 필요했지만 비로소 내가 나 자신을 인정할때 나는 내 모습으로 선명해질수 있었다.
누구는 이렇게 말할수 있다. 존재감이 없는게 나쁜일이야?
아니 그렇지 않다. 오히려 존재감이 없음으로서 사람들의 관심으로부터 자유롭고 더 편안할수도 있다. 하지만 나는 이 “존재감이 사라지며 모두에게서 소외된 사람. 나는 그들을 ‘비스킷'이라고 부른다” 에서 ‘존재감이 없다’ 라는 말보단 ‘소외'라는 말에 집중했다.
이 책 속 뿐만 아니라 현재 우리의 세상에도 ‘비스킷'과 같은 소외된 사람들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미국의 배우이자 영화감독으로 데뷔한 올리비아가 자신이 만든 영화의 악역의 모델을 ‘조던 피터슨'으로 했으며 인터뷰 중에 그녀는 조던 피터슨을 “인셀들의 지적인 영웅"이라 말해 논란이 되었다는 한 영상을 본적이 있다.논란이 된 이유는 ‘인셀'이란 ‘비자발적 독신주의'의 약칭으로 여자에게 인기도 없고 사회적인 활동도 잘 못하지만 인터넷 커뮤니티 둥지에서만큼은 활발하게 활동하는 남자들을 칭하는 말로 굉장히 모욕적인 말로 쓰이고 있는 단어였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로 치면 조던 피터슨을 “찐따들의 영웅'이라 말한셈이다.
이는 아주 모욕적인 언사였기 때문에 조던 피터슨의 딸부터 유명 동료 코미디언까지 그는 인셀들의 영웅이 아니라며 2시간 넘게 해명하기도 했다. 하지만 당사자인 조던 피터슨은 이 발언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냐는 질문에 ‘그렇다'라고 답하곤 눈물을 보이며 말했다.
“이해하기 힘들정도로 의기소침한 사람들이 많아졌어요. 요즘 청년들이 그렇죠. 이들에게 인셀이라며 가볍게 욕을 하는데.. 인셀이라는 청년들은.. 그저 매력적이게 보일 방법을 모를 뿐입니다. 소외된 남성들은 무척 고독하고 어찌할 바를 모릅니다. 하지만 사람들은 그저 그들을 모욕할 뿐입니다. 제가 항상 보는것은 끊임없이 작은 용기의 말을 해주길 원하는 사람들입니다. 주의만 기울이면 할수 있는 말인데도 말이죠. 잘하고 있는것에 잘하고 있다 말해주고, 그대도 좋은 사람이 될 수 있다는 그 말을요.”
사람들이 ‘인셀'이라는 단어 자체에 혐오감을 느끼며 이들을 배제하려고 할때 조던 피터슨은 ‘인셀'이라 불리는 소외된 남성들에 집중했고 그들을 향한 세상의 시선이 얼마나 그들을 힘들게 공감하며 같이 눈물흘렸다.
아무도 보지 못했고 듣지 못했던 ‘비스킷'들의 소리에 주위를 기울였던 제성이 처럼 말이다.
지금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현재에도 심지어 내 주변까지도 세상으로부터 소외된 사람들이 많이 존재한다.
하지만 우리는 이를 너무 가볍게 여기고 부르며 더 소외 시켰고 그렇게 그들은 점점 비스켓과 같이 희미해져갔던 것이다. 나는 이런 시대에 소외된 그들을 볼줄 아는 조던 피터슨의 눈과 귀를 기우릴줄 아는 제성이의 귀가 매우 필요하다 생각한다. 그리고 그런 눈과 귀를 얻기 위해서 가장 먼저 해야할것은
우리의 닫혀있던 눈과 귀 즉 고정관념과 생각들을 여는 것이다.
나는 그 눈과 귀들을 뜬 경험을 해본 적 있다. 바로 저번 천종호 판사님을 만났을 때 이다.
난 소년범들에 대한 내 눈과 귀는 닫혀있었다. 그들에 대해 보려 하지 않았고 그들의 이야기를 들으려 하지 않은채 그들을 싫어하며 배제하려고만 했다.하지만 그들의 책을 눈으로 보고 작가와의 만남을 통해 그들의 이야기를 들으며 나의 눈과 귀는 점점 열리기 시작했다. 사실 처음에 내 생각들에 변화가 필요하다는걸 인정하기 쉽지 않았다. 하지만 보면 볼수록 들으면 들을수록 나는 끄덕이고 있었기에 이 과정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알게되었다.
“소외된 그들에게 손을 내밀어 돕고 좋은말을 그들에게 하자” 와 같은 말을 솔직하게 못하겠다.
왜냐하면 나도 그걸 지킬 자신이없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그 전 단계인. 그들에게 다가가진 않더라도 내 자리에서 희미해 보이지 않았던 그들이 보이도록, 그들의 이야기가 들리도록 눈과 귀를 여는 과정부터 시작해라 꼭 권하고 싶다.
이를 통해 내 생각과 시야가 넓어지면 자연스래 그들에게 내미는 손과 따뜻한 말을 전하는 입 또한 뒤이어 따라올것이기 때문이다.
-책 <비스킷>