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시문학회 야유회 전날인 토요일, 후배 결혼식에 축시를 낭송할 일이 있었다. 낭송을 마칠 때까지 내내 긴장해 있다 방정환 문학상 시상식에 참석, 그런 뒤 너무도 뜻밖의 일로 어효선 선생님이 영면하셨다는 전갈을 받아 영안실에 자정 너머까지 머물러야 했다.
그런 다음 집으로 돌아와 겉옷만 벗어 팽개치고 쓰러져 잠들었다 일어난 아침. 어쩌냐? 못 갈 것 같고나. 몸이 한 가마니는 되는구나. 꾸물거리던 중에 이준관 선생님 생각이 났다. 건강이 썩 좋지도 않은 준관 선생님이 어선생님 빈소를 지키는 마당인데... 수석 너는 몸이 좀 무겁대서 잠이나 자며 게으름을 떨어야겠느냐?
부랴부랴 샤워를 하고 화장도 대강대강, 물 한 컵도 들지 못한 채 택시로 양재 구민회관 앞에 닿았다. 택시는 휘경동에서 양재역 근처까지 30분이 약간 넘게, 그야말로 총알처럼 달렸다.(오우예에!)
금성 관광 버스가 어디메 있느뇨. 이혜영씨가 나를 찾아 십리를 헤맸단다.
그나저나 목 말라라. 후배들아, 나는 선배한테 너희처럼 하지 않았느니라. 선배가 목이 마른 눈치면 잽싸게 달려가 너무 차갑지도 뜨겁지도 않은 물을 찰름찰름 담아와, 혹시 그 사이 너무 차갑게 식지는 않았는지 한모금 마셔 본 다음 드리었노라, 교육에 열을 올렸다. 마침 선배이신 문삼석 선생님과 노원호 회장님이 내 말이 거짓이 아님을 증명해 주셔서 너무나 감사했다. .
버스는 수십명을 태우고도 미끄러지듯 잘도 달렸다.
오오, 얼마만이냐! 버스 차창으로 내다보이는 바깥 풍경, 하늘, 나무, 들판, 풀, 누군가 깃들여 살고 있을 민가.. 노란 양지꽃, 아카시아, 불두화, 찔레꽃 등등.가슴이 탁 트이는 듯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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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략)
길이 막히지 않아 두 시간 남짓 달린 끝에 옥천에 도착, 어찌하여 지용 생가 근처의 풍격이 이리도 친숙한 걸까 곰곰 생각해 보았더니 아, 나의 전생이 바로 지용이었던 것이었다. 생가 옆구리의 뚜껑 있는 우물과 앵도나무를 휘돌아 뒷곁 모퉁이를 돌면서 가슴이 뭉클, 순간 깨달아낸 사실이었다. 지난 언젠가 영랑 생가를 돌아볼 때 나는 또 영랑이었다.
점심은 고추장아찌와 취나물, 그리고 후배 교육을 잘 받은 혜선이가 가시를 발라준 꽁치 구이를 안주로 **씨가 들고온 양주 시바스리갈(맞나?)을 석 잔 마시고 알딸딸해졌다. 아침에 못 먹고 온 밥도 좀 먹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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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략)
그 담에 수몰지구, 청남대, 진천 농다리... 에고 내 농다리도 아프고나! 그 뒤부터 쳐지기 시작, 목소리가 근사한 버스 기사가 있든지 말든지 혼자 버스에 남아 졸기나 했다. 농다리 너머 진천 저수지가 기중 볼만했다는 말을 들었건만 나는 토끼풀꽃하고 논 것만으로도 좋았다.
함께 온 동화작가 홍종의씨가 많이 애써주어 특히 고마웠다. 이미 말을 들어서 알고 있었던 그이의 탁월한 노래 솜씨와 따뜻한 인간미 등이 돋보인 하루였다.
서울이 가까와지면서 어선생님 빈소가 궁금해지기 시작, **씨를 꾀어 아홉시가 넘은 시각에 빈소행, 이준관 선생님은 방금 전에 일어나 가셨다고 하고 송재찬 선생님등이 기다리고 계셨다. 거기서 다시 자정 너머까지 머물며 횡설수설하다 귀가하였다.
옷을 잘 챙겨가지 않아 조금 추웠던 나. **씨와 함께 한대병원 빈소로 가는 택시 안에서 느낀 것 한 가지. 남자 손은 따뜻하더라. 어깨에 둘려진 남자 팔뚝도 따뜻하더라.
전에는 구차스럽게도 보였던 아파트의 불빛, 불빛이 16각형 다이어몬드 보석처럼 아름답게도 보이더라.
나무는, 풀은, 흙은, 개울은, 토끼풀꽃은, 사람들은 얼마나 아름다운가. 아아, 다시 살고 싶은 세상이고나! 그러면서 베개를 끌어당겼다. 내일 아침이면 나는 또 새 아침의 눈을 뜨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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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하략)
그리고 이튿날 아침이었던 어제, 어선생님 발인에 다녀왔다.
"선생님, 부끄럽지 않게 열심히 쓰고 잘 살게요. 세상 근심 모두 놓으시고 편히 쉬셔요."
문제의 꼬리말
방구쟁이 : **씨와 함께 한대병원 빈소로 가는 택시 안에서 느낀 것 한 가지. 남자 손은 따뜻하더라. 어깨에 둘려진 남자 팔뚝도 따뜻하더라. ---이 대목이 문제! 내 팔뚝이 아닌 **씨의 팔뚝이기에 삭제함이 마땅. 이런 글은 백번이라도 삭제해야 해.------운영자씨! 삭제 요청합니다! 미풍 양속을 해치는 대목. [2004/05/18]
물방울 : 아이고, 머리 아파! 어디 두통약 없나요? [2004/05/18]
오마나 : 여기 이 본문의 **씨는 누구나요? 남자기는 남자인 것 같은데......굉장히 심한 일이 있었나보네요. [2004/05/18]
겸비 : 택시 안에서 심했으면 얼마나 심했을꼬. 더듬었다고 한 것도 아니고... 손 잡고 어깨동무한 정도가 심하다면 나는 진즉 화냥*이다. 화냥*이고도 남았다. [2004/05/18]
겸비 : 전날부터 나는 좀 힘들었고... 추웠노라고 썼음에도... 인생이 비애스럽다. 나는 이제 남자 손은 못 잡겠다. [2004/05/18]
오마나 : 그러저나 **씨와 겸비님의 사건으로 해서 물방울님 머리가 대단히 아픈 모양이군요. 물방울님은 머리가 왜 아프나요? 드링크제를 많이 드셨나요? ...아, 그리고 겸비씨, 무슨일인데 대체 앞으로 남자 손을 못 잡는다는 건가요? 좀 지나치지 않아요? [2004/05/18]
오마나 : 근데 **씨의 팔뚝이 불순하다니요? 혹시 ..말뚝을 팔뚝으로 잘못 쓰신 건 아닌가요? 제 머리로는 잘 모르겠네요. 팔뚝이 왜 불순할까요? 방구쟁이님,좀 알려주세요. [2004/05/18]
겸비 : 누가 지나친 건지... 마십시다. [2004/05/18]
방구쟁이 : 답은 이미 말했습니다. 내 팔뚝이면 순수! 남의 팔뚝이면 불순! **씨가 남이지 나인가요? 오늘 나는 이 사건을 <팔뚝 사건>이라 규정했습네다. 내 팔뚝도 따뜻한데........ㅋㅋㅋ. [2004/05/18]
별 문제될 것이 없다고 생각해서 올렸는데 그쪽 운영자가 허락없이 지움. 왜냐? 팔뚝의 주인공이 지우라고 했다는 얘기. 쪼잔하기는. 어제는 무척 화가 났었음. 인생이 비애스러웟음. 문제될 것도 없는 것을 문제삼는 속좁음이라니. 꼬리말이 안 떼지네. 귀찮으니 떼줘. 느긋이.
첫댓글 .....
별 문제될 것이 없다고 생각해서 올렸는데 그쪽 운영자가 허락없이 지움. 왜냐? 팔뚝의 주인공이 지우라고 했다는 얘기. 쪼잔하기는. 어제는 무척 화가 났었음. 인생이 비애스러웟음. 문제될 것도 없는 것을 문제삼는 속좁음이라니. 꼬리말이 안 떼지네. 귀찮으니 떼줘. 느긋이.
해명 - 방구쟁이가 삭제 요청을 했던 것은 아님. 인생 선배로써 수습 방법으로 쓰신 것임.
근데 왜 여자 손이 따뜻한 기억은 잘 안날까여...
여자끼리는 아예 손 잡을 생각도 안 하게 되지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