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부(夫婦)
이향로
부 부(夫婦)란 무엇일까? 한글로 똑 같은 두 글자를 써놓고 생각하니 언젠가
읽었던 시 구절이 생각난다.
부부란 하나와 하나가 만나서 둘이 되는 더하기가 아니라 서로 반씩 버
리고 포기해서 다시 하나가 되는 뺄셈이 부부공식이라고 하고 몇 십 년을 함께 살아서
목소리만 들어도 어디가 불편한지 기분이 좋은지 나쁜지를 다 아는 것 같기도 하지만
실은 평생을 살아도 알 수 없는 게 부부의 마음 이라고 한다.
오늘 그 형님은 황당하고 억울하다고 하소연 하면서 어제부터 전화기 잡고 묘한 부
부싸움을 하시는 중이라고 하신다.
두 내외분이 현충일까지 합해진 지난 주말연휴에 평소에 친하게 지내시는 부부모임
에서 여행을 가셨단다. 이곳저곳 여러 곳을 즐겁게 여행하시고 소록도에서 봉사까지
마치고 끝마무리로 노래방에 가셨다고 한다.
그 얘길 듣자마자 내가 넘겨짚고 "형님 혹시 노래 잘못 부르신 것 아니에요?" 했더
니 "그래 맞아 내가 부른 노래가 화근이 되었어." 하시며 이유진의 '비밀'이란 노래를
부르셨다고 하신다.
♪~바람이 되고 싶어~♪ 새처럼 살고 싶어~♪
당신의 울타리를 뛰어 넘어 갈증을 풀고 싶어~>
그리움을 까맣게 태워줄 사람~♪
외로움을 달래줄 사람~♪- 54
술에 취한 척~ 혼자인 척~ ♪
유혹에 빠지고 싶어~♪
끝없는 욕망에 나도 가끔은 숲속의 바람이 되어 ~ ♪
비밀을 만들고 싶어~♬
대충 이런 노랫말인데 요즘 중년여성들 정서와 잘 맞아 떨어져선지 멜로디가 쉬워선
지 이상하게도 지긋하게 연세드신 형님들이 선호하는 노래이고 그 형님은 별 생각 없
이 분위기 잡고 그 노랠 부르셨다고 한다.
어찌보면 우습기도 하고 재미있기도 하지만 그 노랫말이 주말부부로 오랫동안 떨어
져 혼자 생활하시는 그 아저씨가 들을 때 예삿말이 아닐 수도 있었고 한술 더 떠서 그
날 그 자리에 함께한 다른 부부들의 장난끼를 발동시켰다고 한다.
그 모임에서 제일 연장자였던 아저씨께 "형님 형수님 관리 잘 하셔야 겠습니다." 하
고 농담으로 건넨 다른 분들 얘기가 그 자리에선 아무 말도 못하고 참으셨지만 그날
밤 곱씹어 볼수록 아저씨의 마음을 상하게 했고 의구심을 갖게 했나보다.
그런데 눈치없이 그 형님이 두 번째로 부른 노래도 한참 꼬일대로 꼬인 아저씨 마음
엔 트집거리가 되었단다. 김신우의 '귀거래사'란 노래가 남자 분들이 좋아하고 듣기
에 따라선 흥겹고 친구를 사랑한다는 내용의 밝은 노래일수도 있는데 아저씨가 듣기엔
나이에 어울리지 않는 운동권 애들 노래 같다며 영 마음에 안 드셨나보다.
물론 이 일은 정말 별것 아닌 일이다.
그런데도 어제 그 부부는 하루 종일 속절없는 감정을 드러내고 평소에 안하던 얘기
까지 하시며 서로 마음을 헤집었고 오늘아침까지 그 미묘한 싸움은 끝이 나질 않았단
다.어제 저녁까지 옥신각신 하며 여러 번 전화를 하고선 오늘아침에 전화하신 아저씨
는 먼저 전화 안한다고 또 생트집을 잡으셨단다.
아무리 우아하고 고상한 척하는 여자도 우주를 품을 것처럼 당당한 척하는 남자도
한순간에 질투의 화신으로 바뀔 수 있고 바닥까지 유치해질 수 있는 게 부부인 것
같다. 부부란 서로에게 한없이 너그럽고 따뜻할 수 있지만 의심의 눈으로 바라볼 때
그 마음은 한 없이 작아지고 쪼그라들어 한 치의 여유도 없어진다.
50대 중반이 넘도록 성실하고 빈틈없이 살아오신 아저씨의 느닷없는 돌변이 그 형님
은 도대체 이해가 되질 않는다고 하시며 눈물까지 글썽이시는데 제 삼자인 난 충분히
이해가 된다. 물론 형님의 당황스럽고 어이없는 마음도 이해가 되고 남는다.
내가 웃으며 "형님 아무노래나 편안하게 부르시는 것은 친구들과 모일 때이고 그런
자리에선 노랫말도 생각해서 잘 선곡을 하셔야지요. 노래나 글은 꼭 그런 것은 아니지
만 그 사람의 마음이라고 생각할 수 있어요.”했다.
부부란 함께 살기에 마음도 같을 것 같지만 부부는 평생을 살면서 서로 다름을 늘
염두에 두고 상대방을 배려하며 맞추어 가야 하는 사이인 것 같다. 가장 가까운 내 사
람임은 분명하지만 그렇기에 반드시 지켜야할 것도 있고 어느 순간에도 해야 할 얘기
와 하지 말아야 할 얘기는 있는 것 같다. 시각적이며 후각적이고 목표와 결과를 중시
하며 인정과 칭찬 신뢰받길 좋아한다는 남자들 마음과 청각적이고 촉각적이고 관심
과 배려받길 좋아하고 관계를 중요하게 여기는 여자들의 마음은 서로 다르다고 한다.
다름을 인정하고 배려할 줄 아는 지혜는 점점 더 필요하리라.
나이가 들어 늙어갈수록 점점 소심해지고 여려지는 남편의 마음을 아내는 맞추어 주
고 남편은 그동안 살림만 알던 아내가 친구도 만나며 밖으로 나돌고 싶어지는 심정을
알아줄 일이다.
"형님 아저씨 마음 잘 풀어 드리세요." 하고 헤어져 오면서 생각해보니 부부란 그렇
게 가끔씩 별일 아닌 일로 토닥토닥 부부싸움도 하며 서로의 사랑을 확인해 보는 사이
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하니 혼자 피식 웃음이 난다.
매일 숙소에 돌아간 늦은 밤 시간에 한번씩 집으로 전화하는 주말부부인 나도 먼저
전화 하면 안 되냐는 말 듣기 전에 오늘밤은 내가 먼저 전화를 해야지 하고 생각해보
며 웃음 지어본다.
2005. 20집
첫댓글 부부란 함께 살기에 마음도 같을 것 같지만 부부는 평생을 살면서 서로 다름을 늘
염두에 두고 상대방을 배려하며 맞추어 가야 하는 사이인 것 같다. 가장 가까운 내 사
람임은 분명하지만 그렇기에 반드시 지켜야할 것도 있고 어느 순간에도 해야 할 얘기
와 하지 말아야 할 얘기는 있는 것 같다. 시각적이며 후각적이고 목표와 결과를 중시
하며 인정과 칭찬 신뢰받길 좋아한다는 남자들 마음과 청각적이고 촉각적이고 관심
과 배려받길 좋아하고 관계를 중요하게 여기는 여자들의 마음은 서로 다르다고 한다.
다름을 인정하고 배려할 줄 아는 지혜는 점점 더 필요하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