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마도사 금일 휴업'
가게문은 굳게 닫혀 있는데 그 안에서는 인기척 소리가 들리고 있다.
가게 내부를 들여다보면 정신 없이 전화를 돌리고 있는 진태와 여직원.
"거기 중국집이죠. 한마음아파트 107동 1302호로 정확히 30분 후에 짜장면 한 개만 가져다
주세요."
"중국집인가요? 그 집 음식이 너무 맛있어서 잊지 못해 전화했어요. 멀어도 배달 좀 부탁드
릴게요. 한마음 아파트 107동 1302호예요."
"탕수육하고요 양장피랑 팔보채도요. 정확히 30분 후에 도착할 수 있도록 해 주세
요. 한마음 아파트 107동 1302홉니다."
엄청난 속도로 전화를 걸던 진태와 여직원이 숨을 몰아쉬고 있다.
그들의 뒤로 뒷짐을 진 달마가 다가온다.
"진태야 그러면 총 몇 집에다 시킨 거냐? "
"먼 곳부터 시키기 시작했으니까 한 50군데 되네요. "
"집에 그 여자애 혼자 있는 거 확실하지? "
"제가 며칠 동안 확실히 지켜봤어요. 정확히 '남편 길들이기' 하는 시간. 그 드라
마는 꼭 본다니까요 그 여자."
"철가방들 때문에 그 아파트 불나겠다 "
전쟁은 시작되었다.
예상대로 그녀의 아파트로 동시에 몰려드는 철가방들의 행렬.
"부르르르릉!! 부르르릉!! "
"아니 어느 집에서 잔치를 하나. 도대체 오토바이가 몇 대가 들어오는 거야?"
그들의 목적지는 모두 한 곳.
"딩동!! 딩동!! 배달이요. 영동반점에서 짜장면 시키셨죠?"
"배달시킨 적 없어요."
그녀의 집 앞에서 늘어서 있는 철가방들.
"팔보채 왔습니다. 북경반점이에요!!"
"철커덕!! 아니 이게 무슨 일이에요. 배달시킨 적 없다니까요."
문 앞에 서 있는 대여섯 명의 배달원들.
화가 난 듯 서 있는 그들의 얼굴에는 황당한 표정이 역력하다.
"땡!! 드르르르륵! "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며 또 다시 내리는 한 무더기의 철가방들.
그들에게 둘러싸여 황당한 표정을 짓는 주먹질의 여왕 황채연.
107동 입구에서는 한 번에 몰린 오토바이를 보며 이상한 듯 바라보는 아파트 경비.
"아이!! 어떤 새끼가 장난전화질을 한 거야?"
철가방 모임이라도 가진 듯 우르르르 입구로 나오는 배달원들을 황당한 표정으로 바라보는
경비.
"부르르르릉!! "
다시 아파트로 몰려드는 또 다른 오토바이의 행렬.
쉴 새 없이 몰려오는 철가방들 때문에 곤욕을 치르고 있는 황채연.
같은 시간 달마도사 점포에서는
"한마음아파트 107동 1302호로 족발 대자로 하나 그리고 쟁반막국수 하나 배달이요."
"거기 다방이지요. 가정집으로 커피배달 가능한가요. "
"아. 거기 365일 도둑으로부터 내 집을 보호한다. 삐삐콤 맞지요. "
"진태야 LPG가스랑 꽃 집에도 전화해라."
그 날 채연은 장우석에게 전화를 하지 못했다.
하지만 달마와 진태의 목적은 단지 전화를 못 걸게 하려는 것이 아니라 그녀가 장우석에게
서 완전히 떨어져 나가는 것이었다.
다음 날 같은 시간.
채연의 집에서 울려 퍼지는 전화벨 소리.
"여보세요 채연이네 집입니다."
"채연씨. 이렇게 만나 뵙게 되는군요."
"누구신데요."
"남편 길들이기... 그거 참 좋은 드라마지요."
"당신 누구야!"
"채연씨에게 길들여지고 싶은 사람.."
"어제 중국집에다 전화 건 것도 당신이지? 자꾸 이러면 발신지 추적해서 쇠고랑 차게 만든
다."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럼 없는 자만이 경찰에게 신고를 할 수 있는 겁니다. 내 죄를 물
으신다면 당신을 만나고 당신을 사랑하고..."
"이거 완전 꼴통이구만. 자신 있으면 한 번 찾아와 당장."
"그럼 지금 제가 초대...받은 건가요.."
"대신 병원비 없으니까 위자료 청구하지마 응?"
"위자료? 우선 결혼부터 해야지요 채연씨."
"아휴! 이 또라이 같은 자식. 어서 와 면상이나 한 번 보게. 못생겼으면 너 아주 죽는다!!"
못생겼다고 죽이면 달마는 이미 골백번도 넘게 죽어 귀신이라야 정상이다.
첫날밤에 수절과부된 한 맺힌 여인이 잠 안 오는 밤 개떡같은 자기 인생을 비관하며 분노에
찬 눈빛으로 허벅지에 바늘을 깊숙이 처박는 그 처절한 순간에도 달마의
느끼한 미소를 본다면 차마 웃지 않고는 버티지 못하였으리라.
달마가 머릿기름까지 정성스럽게 바르고 채연의 집으로 향한다.
"딩동! 딩동! ....철커덕!! "
채연이 거칠게 현관문을 열자 무릎을 꿇고 구애하는 모습으로 꽃을 내미는 달마의 모습이 보
인다.
"제 사랑을 받아주십시오. 그동안 쭉 당신만을 바라보고 살았습니다. "
"나 이거 진짜 돌겠네. 꽃 좀 치워봐요 얼굴이나 한 번 보게."
채연이 달마의 얼굴을 보려고 했지만 꽃으로 가려서 잘 보이지 않는다.
그래서 꽃을 치운다는 게 그만 꽃을 받아버리고 만다.
그리고 서서히 고개를 드는 달마의 처절한 모습.
어찌 치사량까지 술을 마시지 않고서 달마의 구애를 받아들일 수가 있겠는가.
채연이 꽃을 집어 던진다.
"당신 빨리 꺼져 죽고싶지 않으면.. 어디서 이런 희귀한 얼굴이 굴러 온 거야?"
"태어나서 처음 느껴본 감정입니다. 채연씨! 제발 저의 마음을 저버리지 말아주십시오."
"당신 집에는 거울도 없어? 나뿐만이 아니라 딴 여자들한테 가봐. 누가 당신 얼굴 보고 좋
아할까.."
"성형으로 얼굴도 뜯어고치는 세상.. 얼굴이 뭐가 중요하겠습니까. 마음이 중요한 거지.
"마음 같은 소리하고 있네. 나 당신 얼굴에 주먹 대는 것도 소름끼치니까 빨리 돌아가. 아니
면 경찰 부를 거야."
"사람이 사람을 좋아하는 건데 그것도 죄가 되는 건가요?"
"그것도 상대방이 받아줄 때 말이지. 일방적으로 이러는 건 스토커나..."
순간 채연이 장우석을 생각한다.
그도 자신을 스토커처럼 여길지도 모른다는 불길한 생각.
달마가 다음을 기약하고 돌아간 이후에도 채연은 우석에 대한 생각으로 계속 고민에 빠져있
다.
다음날. 한부은행 중앙지점.
늦은 저녁. 퇴근해서 나오는 우석의 모습.
자신을 기다리고 서 있는 채연을 본 우석의 놀란 표정.
"다..당신이 여기는 왜?"
"한 마디만 해 주세요. 제가 싫은가요?"
"네."
"휴우! 정말로 한 마디만 하시는군요. 왜 싫은데요."
"너무 어리잖아. 이제 스물 한 살짜리가 학업에 전념해야지 연애는 무슨 연애야? 그리고 사
실 사귀는 여자가 한 둘이 아니거든."
"그 동안 왜 한 번도 그런 말을 하지 않으신 거죠?"
"처음에야 재미도 있고 싫지만은 않았거든. 하지만 나중에 거부의사를 분명히 밝혔잖아. 이
해했다고 생각했는데.."
"재미요? 재미로 사람 마음 홀딱 뺐어놓고 이제 와서 스토커 취급을 해 버리면.."
"누가 스토커 취급을 했다고 그래? 집안에 어른들이 그냥 걱정스런 마음에 전화번호도 바꾸
고 성화도 부리시고 했던 건데.."
"사귀는 사람들 매일 전화하고 하루종일 통화하는데 전화 좀 한다고 스토커 취급을 하는 건
가요?"
"이제 긴 말 하지말고 전화도 그만 해. 어머니가 오죽 답답하면 점까지 보러 다니겠어."
"퍽!... 내가!... 퍽!... 무슨 ...전생에...퍽!... 귀신이라도...퍽!"
"너...이거 왜이래...지금 폭력 쓰는 거야?"
"그래 쨔샤! 나 참을성이 없어서 주먹질부터 나가는 년이다. 어쩔래? "
"자꾸 이러면 나도 못 참어."
"뭐? 처음에는 재미로 그냥 봐 줬다고? ....퍽! "
"에잇! 이년이... 휘익! "
"퍽! 그래 덤벼 자식아! 넌 오늘 죽었어. 이 바람둥이 같은 놈... 퍽!"
"툭!.. 퍽!.. 어이쿠!.. 그만..그만 자..잘못했어!!"
"어째 수상하다 했어. 너 그 처절하게 못 생긴 놈하고도 짠 거 맞지?"
"몰라! 몰라! 무슨 말하는지.. 우선 이것 좀 놓고 말해."
"그 점 봤다는 집 어디야? 내가 철가방들 때문에 얼마나 ..."
화가 단단히 난 주먹질의 여왕.
스토커 퇴치 작전을 성공적으로 마쳤다고 생각하고 있는 달마와 썩을 놈 진태에게 그렇게 거
대한 위기가 찾아오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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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맨스 소설 2.
[ 장편 ]
이 썩을 놈의 사랑 --- 5
펠릿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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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2.09 11:54
댓글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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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호호 배달원이 저렇게 많이 그 동네에 음식점 이란 음식점에세 다 시켰나봐요 ㅋ
역시 우리의 허니허니님이 최고!! 다음 편도 재미있게 봐 주세요
주먹질의 여왕이 화가 단단히 났다니.. 무섭겠다. ^^
하이얀 구름님 재미있게 보셨나요? 매 맞지 않고 사는 것만도 다행인 세상이네요..
거대한 위기라. 기대해볼만 하겠군요ㅋㅋ. 불쌍한 우석씨..하하하.
Barun님 오셨다 가셨네요. 장우석 매맞은 것을 오히려 통쾌하게 생각하시는 것 같은데요!! 다음에 또 만나요.
펠릿님 요즘에는 매일 글 안 올리시네요. 자주 올려주시면 좋을 텐데.
요즘 좀 바쁘네요. 주말에 시간 내서 많이 올리도록 하겠습니다.
지금 셤기간 ^^;; ㅋ
앗! 돌멩이수류탄님도 시험기간일텐데... 시험 끝나고 소설 많이 보세요.
점점 볼만해지는군요
요즘 많이 바쁜시기겠네요. 모든 일에 충실하고 소설도 많이 사랑해주세요.
거대한위기라ㅡㅡ;,,, 궁금해지는데요?? 언능 올려 주세요ㅎ
시험이 빨리 끝나야 한가하게 소설을 즐길수 있겠군요. 다음 편 곧 올릴게요.
재미있네요,,
역시나 재미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