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흔한 민물고기

[남성원]

피라미

바다에서는 만만한 게 홍어 좆이지만, 강에서는 가장 만만한 게 피라미다. 거물들 사이에 끼어 있는 힘없는 부하들도 도매금으로 피라미로 불리는데, 신통하게도 죄를 뒤집어쓰는 쪽은 항상 이 피라미들이다. 일부 극우파들이 태극기집회까지 열어가며 박근혜의 탄핵을 극력 반대하고 있지만, 그녀의 국정농단사건에서는 오랜만에 피라미들과 함께 김기춘 조윤선 안종범 김종덕 문형표 김종 정관주 송성각 등 차관급 이상 거물들도 대거 구속됨으로써 국민들에게 통쾌감을 안겨주었다. 최순실‧장시호를 비롯한 민간인들과 최경희‧김경숙을 비롯한 대학 관계자들의 구속, 그리고 문고리 3인방의 퇴출도 마찬가지였다. 모두가 박영수 특검팀의 훌륭한 업적이다. 대변인을 맡은 이규철 특검보의 수사과정 발표도 명확하고 단호하여, 수사의 투명성과 공정성을 담보하려는 특검의 의지를 국민에게 알리는 데 크게 기여했다.

피라미는 전국 모든 하천에 골고루 분포되어 있는 가장 흔한 어종이다. 늦봄에서 초여름 사이, 사발에 된장을 조금 넣고 가운데 작은 구멍을 뚫은 헝겊을 덮어씌워 단디 동여맨 다음 강물 속 자갈이나 모래 위에 고정시켜놓으면 금세 사발을 가득 채우는 물고기가 바로 피라미다. 다 자라면 몸길이 10㎝ 내외의 날씬한 유선형이 된다. 여름철 산란기가 되면 수컷은 암컷을 꼬시기 위해 무지개 색깔과 흡사한 화려한 혼인색을 띠게 되는데, 우리동네서는 이 피라미 수컷을 ‘써거리’라고 부른다. 물고기 이름은 이웃동네 간에도 다른 경우가 많다. 나는 여태껏 피라미와 써거리가 전혀 다른 어종인 줄 알고 있었다.

미꾸라지

몸에 점액이 많아 맨손으로 잡으려고 하면 손가락 사이로 요리조리 잘 빠져나가는 민물고기 미꾸라지, 어느 재치 있는 기자가 여기에 법을 얹어 우병우를 법꾸라지라고 부르기 시작했다. 우병우의 별명으로 이보다 더 적절한 것은 없을 듯싶다. 우병우는 김기춘 같은 거물이 구속되었는데도 별명에 걸맞게 교묘히 특검의 칼날을 피해갔다. 영장전담 판사를 설득할 수 없을 정도로 철저하게 증거를 인멸하고 증인들을 함구시킨 덕분이다. 기자들이 귀에 거슬리는 질문을 할 때마다 눈깔을 희번덕거리며 째려보는 모습을 지켜보면서, 봉화 같은 순박한 동네에서 어찌 저다지도 행궂잖은 인간이 태어났을까 싶어 분노가 치솟기도 했다.

미꾸리와 미꾸라지는 이명동체(異名同體)인 듯싶지만 사실은 염색체 수가 다른 별개의 어종이다. 우리가 알고 있는 미꾸라지는 대부분 미꾸리다. 미꾸리는 연못‧도랑‧논 등 진흙이 있는 민물에 서식한다. 미꾸리는 몸통이 동글동글하고 다 자라면 몸길이가 10~15㎝에 이른다. 이에 비해 미꾸라지는 세로로 약간 납작하게 생겼으며, 다 자랐을 때 몸길이가 7~10㎝에 이른다. 몸통의 모양 때문에 양식업자들은 미꾸리를 ‘둥글이’, 미꾸라지를 ‘넙죽이’라고 구분한다. 다만 같은 장소에 서식하고 모양과 색깔도 비슷하기 때문에 구분이 쉽지 않다. 그런데 미꾸리에 비해 미꾸라지의 성장속도가 훨씬 빠르기 때문에 양식업자들은 중국에서 미꾸라지 치어를 수입해다 키워서 팔고 있다. 따라서 우리가 식당에서 사먹는 추어탕은 100% 중국산 미꾸라지탕이다.

추어탕의 ‘미꾸리 추(鰍)’ 자는 고기 어(魚) 자와 가을 추(秋) 자가 합쳐진 뜻글자다. 미꾸리 맛은 가을이 최고라는 얘기다. 영양도 이때가 단연 최고다. 겨울이 오면 진흙 속으로 파고 들어가 동면하기 때문에 가을까지 부지런히 진흙 속에 있는 유기물을 걸러 먹어서 살을 통통하게 찌운 덕분이다. 같은 곳에 살면서 같은 유기물을 먹지만 미꾸리가 미꾸라지보다 면역력이 높다. 몸길이의 차이도 그런 유전적 특성에서 왔을 것이다. 맑은 강물에 사는 미꾸리 모양의 물고기는 미꾸리와 완전히 다른 어종으로 종류나 이름도 제각각이다.

어릴 때 봇도랑에서 미꾸리를 잡던 추억이 아련하다. 우리동네에는 관산들이라는 비교적 큰 들판이 있어 여기 물을 대는 봇도랑이 어법 넓다. 가을에 벼가 다 익어 더 이상 논에 물을 댈 필요가 없게 되면 지주들끼리 상의하여 봇도랑의 수문을 닫는다. 1년에 한 번 도랑 치고 미꾸리 잡는 날이다. 동네 청년들은 삽, 대야, 다래끼 등을 들고 나와 관례적으로 정해져 있는 자기 구역을 차지하여 미꾸리 잡이에 들어간다.

각자 삽을 이용하여 10여m 간격으로 도랑을 막은 다음 대야로 물을 퍼낸다. 물이 줄어들면 붕어, 메기, 납지래기 등 이동성 물고기는 물을 따라 내려와서 맨손으로 잡아 다래끼에 넣는다. 물을 다 퍼낸 뒤에 진흙을 파 들어가면 몸을 숨기고 있던 기름진 미꾸리가 나와 손쉽게 잡을 수 있다. 대개 2~3시간 작업을 하면 미꾸리를 비롯한 몇몇 종의 물고기를 다래끼 가득 잡는다. 그러면 며칠 동안 추어탕‧조림‧튀김 등을 실컷 먹으며 집집마다 잔치 아닌 잔치를 벌이게 된다. 요즘도 우리동네 청년들은 가을이 되면 봇도랑 물을 퍼내고 미꾸리를 잡을까?

[기원섭]

우리 외할아버지 따라 동천마쪽 영강에서 어항 놓고 물고기 잡던 시절이 떠오른다.
아~~~
그때가 그립다.
휘덕아~~
요새 물고기 좀 안 나오더나?
한 번 좀 해조봐라.
히말라야 가기 전에.
그래야,
내 휘덕이 네 덕에 히말라야 에베레스트 갔다 칼꺼 아이가...

[晩村 안휘덕]

해주지 연락하고
시간좀 내라.
그것하나 못해주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