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2015 유럽 챔피언스리그 우승팀 바르셀로나,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뉴스엔)
대학생에겐 이 기간이 정말 힘든 시기이다. 다음 주 시험이다. 과제는 많다. 그러나 나는 축구 칼럼을 쓰는 사람이다. 그렇기 때문에 유럽 챔피언스리그 결승전 같은 경기는 라이브로 봐줘야 한다. 지금 너무 피곤하다. 좀 있다 바로 교회가야 한다. 그냥 공부 말고 이젠 이 일만 하는 사람이 되고 싶다.
경기 결과는 어찌 보면 많은 이들의 예상대로 바르셀로나가 승리를 거뒀다. 유벤투스 팬들은 유벤투스가 우승할 것이라고 생각했겠지만 대체적으로 분위기 자체가 바르셀로나의 승리였다. 실제로 베를린 올림피아 스타디온 현지에서 유벤투스 팬보다 바르셀로나 팬이 훨씬 많았다고 한다. 이러한 환경 속에서도 주눅 들지 않고 열심히 뛰어준 유벤투스 선수들이 대단할 따름이다. 경기 결과는 3-1로 바르셀로나의 승리로 끝났다. 진정한 2014-2015 유럽 축구가 막을 내린 것이다.
오늘 경기는 역시 결승전이라는 압박감 때문에 선수들이 초반에 긴장해서 실수가 많이 나왔다. 아무리 멘탈이 좋고 강심장이라 하더라도 큰 경기의 중압감을 쉽게 견뎌내기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래도 양 팀에 챔피언스리그 결승전 무대를 밟은 선수들이 꽤 있었다. 유벤투스에 테베즈, 에브라, 피를로, 부폰이 있고 바르셀로나에는 메시, 피케, 부스케츠, 이니에스타, 다니엘 알베스, 마스체라노, 샤비가 있다. 이런 선수들의 경험은 소속팀 동료에게 상당히 큰 도움이 된다. 그래서 경기 30분이 지나면서 어느 정도 안정화가 됐다.
그러나 골은 너무 일찍 나왔다. 전반 3분 만에 바르셀로나의 라키티치가 왼발로 골문을 열었다. 메시의 롱패스를 알바가 받고 네이마르가 중앙으로 침투하는 이니에스타를 보고 패스를 건넸고 이니에스타는 자기보다 더 좋은 곳에 위치한 라키티치에게 연결해 라키티치가 성공시켰다.
('MSN'이라는 신조어를 만들며 챔피언스리그 결승에서도 막강 화력을 뽐낸 (왼쪽부터)수아레즈, 메시, 네이마르, 사진=연합뉴스)
이른 시간에 골이 터져 바르셀로나가 압승을 할 것으로 봤지만 유벤투스의 반격도 만만치 않았다. 후반54분 마르키시오의 힐패스가 리히슈타이너에게 연결되었고 리히슈타이너가 테베즈에게, 테베즈가 왼발 터닝슛을 시도했고 테어 슈테켄이 왼팔로 막았지만 공이 바깥으로 나가지 않고 안쪽으로 들어오게 되어 모라타가 골을 집어넣었다.
1:1로 경기가 흘러갔지만 68분 메시가 돌파하면서 왼발 슛을 가져갔고 부폰이 막았지만 수아레즈가 뛰어 들어 오면서 골로 마무리 지었다. 2:1로 경기가 끝날 것 같았으나 추가시간이 많이 주어져 유벤투스 선수들이 동점골을 넣기 위해 대부분이 바르셀로나 진영으로 올라와 있던 상황이었고 바르셀로나 수비진이 공을 걷어내 네이마르, 메시, 페드로가 역습을 하면서 네이마르가 마무리했다. 95분 쐐기 골로 승부가 결정났다.
경기 내용에 있어서는 유벤투스가 상당히 거칠었다. 경기 초반부터 비달이 거친 플레이를 보여주면서 바르셀로나 선수들을 압박했다. 이른 시간에 골을 헌납해서 다른 유벤투스 선수들도 급한 마음에 파울을 많이 범했다.
(유벤투스는 패했지만 이번 시즌 유럽에서 2번째로 잘하는 팀이다, 포그바여 슬퍼하지 마라, 사진=UEFA Champions League 공식 페이스북 페이지 캡쳐)
유벤투스의 공격은 피를로에게 맡기는 것이 아니라 포그바와 마르키시오가 경기를 풀어갔어야 했다.오늘 마르키시오의 중거리 슛은 상당히 좋았고 골이 나온 것도 마르키시오의 힐패스가 기점이었다. 포그바 역시 움직임이 좋았고 측면과 탑에서 좋은 모습을 보여줬다. 바르셀로나 선수들이 피를로를 무력화시키기 위해 공격진에서부터 강한 압박을 시도했다. 그래서 후반 막판 말고는 피를로가 거의 공을 잡지 못했다. 공격으로 이어지는 패스 역시 거의 없었다.
메시, 수아레즈, 네이마르의 수비력이 정말 좋고 공격에서 수비전환 능력까지 좋기 때문에 유벤투스가 공격을 풀어나가기 상당히 어려웠다. 빌드업 도중에 계속 볼이 차단되어 바르셀로나 선수들이 볼을 소유했다. 유벤투스는 상대의 높은 압박을 이용했어야 했는데 그렇지 못한 것이 아쉽다. 선수들이 전방으로 올라오면 후방에 공간이 나기 때문에 그 공간을 활용했어야 했다. 그러나 오늘 바르셀로나 선수들은11명이 하나가 된 것 같아서 어떻게 공격을 해도 어려웠을 것이다. 그냥 내가 앞서 한 말은 거의 푸념에 가깝다. 유벤투스에 키엘리니가 있었다해도 크게 달라질 것은 없다고 본다. 그만큼 바르셀로나 공격의 화력이 막강했다.
오늘의 맨 오브 더 매치는 이니에스타가 선정되었지만 나는 메시에게 주고 싶다. 메시는 오늘 공격의 기점, 플레이 메이킹을 담당했다. 계속 허리 라인으로 내려왔고 공격이 시작되는 것은 메시부터였다.중앙에서 받아주고 건네주고. 그리고 기회를 엿봐 본인이 드리블 돌파를 하고. 오른쪽에서 볼을 잡았을 땐, 중앙으로 들어오면서 반대편으로 길게 패스하고. 첫 골이 그렇게 나온 것이다. 그리고 계속 역습 상황마다 빠른 발과 볼 간수 능력으로 슛까지 나올 수 있게 도와줬다.
네이마르 역시 돋보인 활약을 보여줬다. 전반에는 네이마르가 공격을 지배했다. 왼쪽에서 끊임없이 상대를 귀찮게 했고 그가 갖고 있는 개인기는 정말 엄청나다고 밖에 할 수 없다. 결국엔 쐐기 골까지 터트리면서 메시의 뒤를 잇는 바르셀로나의 핵심 선수가 될 만하다.
(유벤투스의 피를로와 바르셀로나의 샤비가 포옹을 나누고 있다, 사진=현지 중계 화면 캡쳐)
샤비는 오늘 경기가 바르셀로나에서 뛰는 마지막 경기가 되었다. 챔피언스리그 151경기에 출전하면서 챔피언스리그에서 가장 많은 출전 기록을 남긴 선수라는 타이틀을 얻게 되었다. 그에겐 오늘 경기가 역사적으로 가치 있는 경기로 남을 것이다. 마지막 경기에서 주장 완장을 차고 우승컵을 들어 올리는 것. 만감이 교차할 것이다. 미드필더의 레전드인 샤비와 피를로가 대화를 나눈 장면이 포착됐을 때 마음이 찡했다. 이런 것을 볼 때 축구는 정말 스포츠 이상의 무언가를 지니고 있는 것이 확실하다.
유벤투스는 올해도 우승을 하지 못하고 통산 6회 준우승이라는 불명예를 안게 되었고 바르셀로나는 통산 5회 챔피언스리그 우승, 올시즌 트레블을 달성한 팀이 되었다. 부폰은 올해도 우승컵을 들어올리지 못했다. 메시와 네이마르는 호날두와 더불어 이번 시즌 10골을 집어넣으면서 공동 득점왕에 올랐다.
2014-2015 유럽 축구의 마지막은 결국 바르셀로나로 장식한다. 그들에게 축하의 인사를 전하고 바르셀로나 팬들에게도 축하한다는 말을 건넨다. ‘MSN’이라는 새로운 조합의 탄생은 앞으로 축구계에 절대왕정이 설치되는 것처럼 보인다. 초반에는 수아레즈의 9경기 출장 정지가 과연 바르셀로나에게 어떻게 작용할 지 관건이었는데 말끔히 우려를 씻었고 역시 최강 바르셀로나라는 단어가 어색하지 않다.
다음 시즌 유럽 축구 무대는 어떻게 될 것인지, 이제 7월부터 시작되는 여름 이적 시장부터 시작해서 프리시즌이 기대된다. 유럽 축구를 좋아하는 사람들에겐 이제 2개월간 유럽 축구가 없어 아쉽겠지만,우리에겐 K리그가 있다. K리그 시청, 직관하면서 아쉬움을 달래며 우리 축구에도 많은 관심을 가졌으면 좋겠다. 이른 시간 일어난, 또는 오늘 경기를 위해 밤을 샌 많은 축덕들에게 고생했다는 말을 전하고 싶다. 나는 이제 일을 마치고 교회 갈 준비를 해야 한다. 100% JESUS 띠를 두른 네이마르 보고 있나?후. 그럼, 축덕분들 안녕히 주무세요.
http://blog.naver.com/sang495 相式으로 常識을 뒤엎다 -상훈이식 축구 이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