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 생산되는 와인의 90% 정도가 캘리포니아주에서 재배되는 포도로 만들어진다. 하지만 캘리포니아주에서 가장 유명한 나파밸리에서 재배되는 포도는 겨우 4%에 불과하다. 이런 나파밸리 와인 중에서 가장 명성이 높은 와인은 1978년 시작된 오퍼스원이다. 세계적으로 가장 유명한 와인이 되려면 쉽게 100년 이상의 시간이 걸리는 것이 와인산업 정석이다. 하지만 오퍼스원은 첫 제품을 판매하기 시작한 1984년부터 캘리포니아주에서 생산되는 와인 중 가장 높은 가격을 받을 수 있었다. 과연 그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첫째, 오퍼스원은 캘리포니아 최고 와인제조업자였던 로버트 몬다비와 프랑스에서 가장 유명한 무통 로트칠드 가문의 바롱 필립 로트칠드가 50대50으로 합작해 탄생한 작품이다. 1970년 하와이에서 처음 몬다비를 만났던 로트칠드는 1978년 그를 무통 로트칠드 와이너리로 초대해 100년 전 생산된 무통 로트칠드 와인을 대접하면서 세계 최고 와인을 만들기 위한 합작사업을 체결했다.
둘째, 합작사업의 기본 구상은 무통 로트칠드가 100년 이상 축적한 와인 제조 노하우와 캘리포니아산 최고 포도를 사용하되 양쪽 가문이 가지고 있는 문화와 철학을 결합시키는 것이었다. 가장 대표적인 예가 나파밸리 대다수 와인들이 단일 포도 품종을 사용하지만 오퍼스원은 무통 로트칠드 전통을 따라서 서로 다른 다섯 가지 포도 품종을 혼합해서 제조하는 것이다.
셋째, 양쪽 가문은 포도 재배에서부터 자신들의 비법을 창조적으로 결합시켰다. 예를 들어 로버트 몬다비는 포도나무 간격을 약 3.6m로 책정하고 풍부한 영양분을 공급하는 반면 무통 로트칠드는 약 1.2m 간격으로 책정해 포도나무들이 성장 과정에서 영양분과 햇볕을 얻기 위해 경쟁하도록 유도하고, 그러한 경쟁 과정에서 병충해를 이겨내는 강한 포도만을 와인 제조에 사용하는 철학을 가지고 있다. 오퍼스원은 포도나무 간격을 줄임과 동시에 미국식 영양분 관리를 위한 기법을 함께 사용한다.
넷째, 오퍼스원은 극단적으로 서로 다른 양쪽 가문 전문가들이 와인 제조공정마다 적용할 기법들을 치열한 논쟁을 거쳐서 결정한 제3의 방식을 사용한다. 로버트 몬다비는 와인 제조공정에서 필요한 모든 자료들을 주기적으로 기록하여 관리하고 와인 제조 전문가들 간에 적극적인 공유와 토론 과정을 일상화하는 반면 무통 로트칠드는 마치 예술작품을 창조하는 것처럼 소수의 장인이 모든 것을 독자적으로 결정하는 방식이었다.
마지막으로 높은 가격을 받을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오퍼스원은 연간 2만5000상자라는 제한된 생산량과 세계 최고 품질을 만들기 위한 자신들의 철학을 꿋꿋하게 지켜가고 있다. 합작 후 첫 5년 동안 오퍼스원은 수많은 어려움을 겪었다. 하지만 오퍼스원은 탄생과 동시에 세계 최고 와인으로 등극하는 불가능한 기록을 남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