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어 곧바로 만들 것은 8인용 식탁이다.
2100×900×760×45 - 무담시 크게 만들었다.
8명 이상 식사하려면 교자상 두 개 붙여서 좌식으로 먹는게 훨씬 낫다.
싱크대 만들 때 옆에서 지켜보아서 큰 작업은 손길이 만만치 않다는 것을
느꼈는지 식탁은 알아서 대충 만들라 한다.
지난 글부터 보셨던 분들은 눈치챘을 것이겠지만,
알아서 하란 말은 [자기 맘에 들 때까지]라는 것을...
양옆은 오크에 가운데 월넛으로 45t짜리 3장만으로 집성한다.
에이프런과 다리는 사괘맞춤으로 – 이른바 국민식탁 디자인 되시것다.
배웠던 짜맞춤중에 그런대로 만만해 보여서 선택했지만, 아시다시피 연습할
때와는 또 다르게 시행착오를 겪어야 했다.
지그와 공구들에 신뢰도를 가지려면 부단한 노하우가 있어야 한다는 것을
다시금 느끼게 되는 순간이었다.
와이드폭 판재로 집성한 만큼 무늬들이 굵직하니 살아 보인다.
“와우~!”
겁나 만족스런 아내의 탄성에 안도하며 열쒸미 각목에 십자를 낸다.
다리의 믿음직스런 통통함에 보조대를 생략하고 빠른 건조를 위하여 오스모
반광 오일을 전광석화처럼 휘둘러 젓어놨다. 개인적으로 오크엔 이 오일의
색감이 좋아서 쓸 뿐이지, 결코 비싼거 좋아해서가 아니다.
이 상판을 작업하기 전에 이번에는 내가 지름신을 불렀다.
유려한 무늬의 상판보다 지름질 자랑하는 사진...
저건 전부터 사려고 했는데, 품절된지 꽤 오래되었었다.
광주에 까죽나무공방장에게서 서양대패에 대한 조언을 구해서 선정한 삼형제다.
긴 판재 집성할 때 평맞추는 실력이 부족한터라 예전에는 먹줄치고 마스킹
테이프를 붙이고 대패질했었는데 이제는 대충 깎아내고 저기 삼형제중 맏형으로
마무리하니 훨씬 깔끔하고 수평도 잘 맞아준다.
저거 없을 때는 남들 가지고 있는거 보고 나도 겁나 안달이 났었다.
지름신이 몇 번이나 왔다갔다 했다.
그 동안 애용하던 나무대패는 이제 막대패 신세가 되었다.
상판 위쪽은 최근 좋다해서 귀가 얇아진 덕분에 구해 두었던 차량용 광택제
만드는 회사에서 우드용으로 개발했다는 코팅제로 칠해봤다.
하룻밤을 지나고, 삐까빤짝할 상판을 잔뜩 기대하고 보았는데 – 웬걸 아직
마르지도 않았다. 이번에는 열풍기를 동원하면서 덧칠해 두었다.
그래도 징하게 안마른다. 다른 작업 때문에 먼지만 쌓이니 아예 방으로 옮겼다.
하루씩 지나도 바짝 안마른다. 결국 다섯 번까지 칠하고 포기.
내 올드카 광택 낼 때보다 더 힘들고 시간가고 성과도 별것이 없다.
그냥 오일 위에 클리어 탑오일로 스크래치나 적게 생기게 할껄 그랬나 보다
사괘맞춤의 네귀퉁이는 조금씩 내놓았는데... 역시 그냥 넘어가지 않는다.
“저 귀에 모양을 쫌 내면 이쁠텐디...“
.이미 이 부분에 대한 참견을 예상 했던터라, 잽싸게 되받아 줬다.
“그래서 내가 서각이랑 조각도 배워야 한다고 했지, 아마?”
이 대꾸로 더 이상 귀를 손대지 않아도 되는 편안함을 누렸다.
*** *** ***
식탁까지 들여 놓고 나니 오래된 식탁의자를 바꿀 차례가 되었다.
의자에 대해선 진작부터 말해두었었다.
“의자는 말이지, 상당한 노하우가 있어야 만든다네. 난 아직이여...”
모처럼 한가한 날에 시내 백화점과 유명브랜드 가구점을 둘러보았다.
우와~! 비싸다. 그것도 엄청.
마음에 드는 원목의자 하나가 3,40만원씩 한다.
목공을 하기 전엔 비싼 줄 모르고 있었는데, 내 노동력을 뺀 값으로
계산을 하는 머리가 생기다 보니 상대적으로 비싸게 느껴진다.
아내랑 연신 고개를 끄덕이고 이런 저런 디자인만 구경하고 왔다.
둘의 공통생각 – 의자 6개에 30만 잡아도? 옴마야~ 내둘내둘 -
어디 베트남이나 인도네시아에서 값싼 노동력으로 대량 공정화 시켜서
들여 왔을텐데 넘 비싸다는 생각을 떨쳐버릴 수가 없었다.
여러 생각 끝에 우덕허씨 카페에 올라왔던 의자들 중에 썩 괜찮은
디자인을 골라서 보여줬더니 맘에 든다고 알아보라 한다.
이때까지만 해도 내가 만들어 볼 생각은 추호도 없었다.
그 의자를 만든 분께 연락을 드렸더니, 취목이시라 2주일 이상은
걸린다 한다. 하필! 당시 그쯤해서 사돈댁이 집구경 오기로 해서
식탁의자까지는 구색을 맞추어 놓으려고 했던건데...
흠... 그렇다면 이번 기회에 도전을 해봐?
비싼 나무들 한꺼번에 다 버릴 수도 있는데, 간댕이가 부은거다.
직장있는 일반 취목인들에겐 없는 가장 큰 자산이 내겐 있다.
바로 시간이다. 3년째 노는 중이다. 모,,, 앞으로도 놀 예정이고...
아까 말한 그 의자를 기반으로 연귀에 제비촉으로 만든 분이
또 있었다. 혹시해서 긴급히 도면을 부탁했다. 이전에 제작을 부탁
드린 분한텐 염치가 없어져서 말도 못꺼내고 말이다.
다행히도 이 분은 도면화하진 않았지만 사진을 찍어 보낸다고 한다.
의자에 대한 지식이 전무한 내겐 이런 구세주가 따로 없다.
일부러 자까지 대어 가면서 찍어서 보내줬다. 참으로 감사한 일이다.
보내준 자료를 토대로 식탁에 어울리게 스케치업으로 그려본다.
높이랑 폭이랑 조금씩 변경하며 작도하는데, 뭔가 좀 부족한 느낌이다.
실물도 없으니 의자 높이와 뒷다리 각도를 정하는데 마땅치가 않았다.
폭풍검색! 우와~~ 의자의 신천지가 펼쳐진다. 벼라별 희한한 디자인에
산뜻한 칼라까지 멋져 보이는게 한 두가지가 아니다.
하지만! 저런건 디자이너들 작품이야. 내가 만들려는 것하곤 차원이 달라.
그러다가 헛? 이것과 똑 같은 디자인이 있네?
거의 흡사했다. Mathias Wandel Kitchen Chair! 스업으로 그려져 있어
이리 저리 돌려가며 열심히 숙지했다..
그리고 어디서 나온 자신감일까... 막 해댔다.
사선다리 본을 뜨고, 판재를 효율적으로 나누어 각재를 만들고, 좌판은
집성하고... 그러다 또 막혔다. 두터운 등짝대기다.
그래도 이건 곡선화해야 한다. 그럴려면? 또 밴드쏘가 있어야 한다.
이번에 사버려? 고개를 올려보니 지름신이 다른 곳으로 출장중이다.
이걸 다행으로 생각해야 할지 말아야 할지...
사실은 밴드쏘 대신할 작업방법이 생각나기도 했다.
등받이 폭넓이만큼 35t 판재 3개를 각각 곡면으로 만들고 나중에 4개씩
켜면 12개 나오겠다. 그럼 보드라운 곡면을 어떻게 파?
그라인더다. 여기에 거친 원형사포를 붙여서 파보자!
흐아... 해보신 분들 안다. 그 미세먼지의 자욱한 위엄을...
하필 바람도 적은 날, 주변을 온통 누리끼리하게 겉칠 해놓는다.
누가 그랬다. 작업 한시간에 청소 두시간이라고!
“뭔 먼지가 이렇다요? 빨래 널어 놓았는디, 멀리가서 쫌 하제!”
멀리는 무슨... 아무리 빈 집터가 많아도 그렇지, 전깃줄이 십리가?
짜증 난 얼굴을 보고 더 이상 군말 안하는 지혜도 갖춘 아내다.
그래서 밴드쏘 사야한다는 말이 내 입에서 또 나오기 전에 말이지...
일단 한 개를 맞추어 보았다.
호오~! 제법 그럴싸 한데?
앞쪽다리는 연귀로 했으나 뒤쪽다리는 그냥 촉으로 박았다.
“아들아~ 여기 앙거봐라”
체중이 가장 많이 나가는 아들한테 앉기를 명령했다.
그런데 얘가 떤다... 엉덩이가 겁나 천천히 내려간다.
“흔들어 봐봐”
체중의 8할 정도만 싣고 앉아 있을텐데 움직여 보라니, 혹시라도 부서지면
내가 실망할까봐 걱정스러웠을까? 와다닥! 지가 다칠까봐 그랬을까?
공학도 머리라곤 전혀 없는 녀석이 이제 겨우 3년차 취목하는 나의 실력을
못미더워 한게 분명하다. 내깐에는 소질에 맞다고 자부하며 택한건데...
“오호호~ 괜찮네요”
이 늠이... 괜찮으라고 노심초사해서 만든건디, 그래도 겨우 안도했다.
나머지는 비교적 빠른 시간에 줄줄이 생산되었다.
그래도 나무 주문하고 만들고 오일까지 칠하는데 열흘이 넘게 걸렸다.
의자를 만들고 있을 때 아내가 조용히 있었을까?
그럴리가... 꼭 한마디씩 해서 부아를 지른다.
의자들을 나란히 가조립 상태로 놔두었는데 그때 보았을 때는 의자의 키가
높아 보여서 좋아 보였나 보다.
나중에 키를 적당히 맞추니라 발굽이랑 윗부분을 싹뚝싹뚝 잘랐더니,
오메~~ 당신은 키 큰 멋도 모르니, 날씬한 애를 난쟁이로 만들었느니...
누가 들으믄 자기가 디자인한거 무시하고 만든 사람 같이 되더라는....
그리고 손님 오신다는데 한가지 더 만들었다.
의자 마르는 동안에 현관에 둘 발디딤판을 욕실에 수납장 만들고 남은
편백루바로 후다닥 – 하지만 최대한 깔끔히 만들었다.
구멍을 하트나 클로바로 뚫을걸 그랬나?
고맙게도 이것에 대해선 전혀 무관심을 보였다.
하긴 다음날 손님이 오니, 언제 다시 어째라 저째라 하지 못했으리라.
PS: 이 연재가 끝날때 즈음해서 선물 이벤트있습니다^^
첫댓글 한샘가구사장해도 되겄쏘. 그나저나 마눌이 비선실세구먼.ㅋㅋㅋ 의자도 식탁도 아름답고, 품위있어요!백점만점!
언젠가 이 식탁위에서 함께 할날이 있겠지요?
옴마야~ 이런 가구를 척척 맹그는 손, 다시 한번 봐야겄네유~~
보기만해요. 가져가지 말고라^^
선물이벤트에 관심이 가는 건 時節因緣인가?
세상에~저것들이다뭣이랑가? 모든걸다직접만든단말여?
아이구!머리야~
옆에서잔소리라도하며 거드는마눌에게감사해야겄어
나는 머리가어지럽네 ㅎ
정말 아이디어 뿐아니라 솜씨 또한 장인급 이네요 빨리 초대해 주세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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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실공히 국민 서방님이십니다.^^
나도 손이 커서 잘 만들것인디 ..ㅎㅎ 부럽습니다요 나무냄새가 나요